폐암은 수십년째 국내 사망률 1위를 기록하고 있는 무서운 암이다. 우리나라 사망원인을 분석했을 때 약 10명 중 3명이 암으로 숨지는데, 폐암이 이들 암 사망자의 20%가량에 달할 정도다.
심지어 의학 수준이 발달하면서 위암, 간암 등 전반적인 암 사망률은 감소하고 있지만, 폐암은 오히려 증가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인구 10만 명당 폐암 사망률은 2008년 29.9명에서 10년 만에 34.8명으로 증가했다. 심지어 석유화학산업이 발달하고 흡연율이 줄어들지 않는다면 2028년~2032년에는 폐암 사망률이 60.1명에 이를 것이라는 예측도 나오고 있다.
폐암의 5년 생존율은 30%를 넘지 못할 정도로 예후가 좋지 않다. 특별한 증상이 없어 조기 발견이 쉽지 않아 절반 이상(60.5%)이 3기 이후에 발견되기 때문이다. 2018년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국내 폐암 환자의 42.7%는 4기에 진단받았다. 3기는 17.8%, 2기는 9.4%, 1기는 30.1%였다.
◆3기 넘어 발견되면 치료 쉽잖은 폐암
폐에 생긴 악성 종양을 말하는 '폐암'은 폐 자체에서 발생하는 원발성 폐암의 종류는 암세포의 크기와 형태를 기준으로 비소세포(非小細胞)폐암과 소세포(小細胞)폐암으로 크게 나눈다. 폐암 가운데 80~85%는 비소세포폐암이며, 그 나머지인 소세포폐암은 전반적으로 악성도가 높아 발견 당시 이미 림프관 또는 혈관 등을 통해 다른 장기나 반대편 폐 등으로 전이돼 있는 경우가 많다.
일반적으로 폐암 3기를 완치를 목적으로 치료가 가능한 마지노선으로 본다. 만약 4기에 진단된다면 '완치'에 치료 목적을 두는 것이 아니라 '생존기간 연장'시키는 데 더 중점을 두게 된다.
수술이 가능한 비소세포암의 경우 완치를 목표로 한다. 하지만 환자가 수술을 받을 수 없는 상태일 경우에는 방사선 치료와 항암화학요법을 시행한다. 방사선치료를 통해 암세포를 사멸시키거나 항암약물을 이용해 전신의 암을 치료하는 방식이다.
문제는 비소세포폐암 3기(국소진행성) 이후는 항암 방사선치료를 시행한 이후에는 관찰 외에 특별한 치료 옵션이 없다는 점이었다.
박순효 계명대 동산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암이 폐뿐 아니라 다른 부위에 넓게 퍼져있어 수술이 어려운 3기 비소세포폐암 환자의 경우 지난 20여년 동안 항암제투여와 방사선치료를 진행하고, 이후에는 관찰하면서 경과를 기다리는 방법밖에 없었지만 최근 면역항암제 사용이 가능해졌다"고 말했다.
◆발견 늦은 폐암 환자에게 새로운 희망 생기나
최근 폐암 환자에게 희소식이 생겼다. 다양한 면역항암제의 치료효과가 날로 개선되면서 면역항암제 중 최초로 완치를 위한 치료제로 허가받은 약품(임핀지)까지 등장하면서 생존율을 높이는 것은 물론 완치의 희망까지도 품을 수 있는 길이 열린 것이다.
면역항암제는 인체의 면역체계를 강화해 암 세포를 없애는 약제다. 암 자체를 공격하기보다는 인공면역단백질을 인체에 투입해 면역체계를 자극함으로써 면역세포가 암세포를 공격하게 만드는 방식이다. 최근에는 건강보험 급여까지 가능해진 약제가 늘면서 환자들의 부담까지 크게 줄었다.
덕분에 그동안 수술이 불가능한 3기 폐암 환자의 생존율이 50% 가까이 향상됐다는 최신 연구 결과까지 나왔다. 26개국 713명 환자를 대상으로 한 연구결과, 항암화학방사선 치료 이후 면역항암제를 1년 투약했더니 4년 생존율이 49.6%까지 높아졌으며, 4기로 진행위험을 35%까지 낮출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박 교수는 "그 동안 관찰과 기다림을 제외하고는 별다른 치료 옵션이 없어 힘들었던 3기 폐암 환자들을 위한 면역항암제의 등장이 매우 반갑다"면서 "수술이 불가능한 3기 폐암 환자들의 경우 생존율이 15%에 불과했는데, 이와 같은 치료제의 발전으로 높은 생존율을 확인하게 된 것은 매우 의미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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