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대구 횡단보도 시각장애인용 음향신호기 설치율 30%

신호색 안 보여 건너기 겁나…주변 보행자 움직임에 의존
대처능력 떨어져 자칫 사고…市 "내년 지능형 설치 계획"
신호등 설치된 횡단보도 4천551곳 중 1천373곳에만 설치
실시간 고장 유무 확인, 즉각 고장 수리 가능한 지능형 신호기 설치도 70곳

대구 중구 종각네거리 횡단보도에 설치된 음향신호기. 배주현 기자
대구 중구 종각네거리 횡단보도에 설치된 음향신호기. 배주현 기자

시각장애인을 위한 횡단보도 음향신호기가 더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장애 정도가 심할수록 신호등 색이 잘 보이지 않는 데다 함께 보행하는 사람이 없으면 신호 인지를 못 하는 등 음향신호기 없이 길을 건너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음향신호기는 시각장애인에게 횡단보도 위치나 보행 신호의 상태를 알려주는 신호기다.

24일 대구시에 따르면 대구시내 신호등이 설치된 전체 횡단보도 4천551곳 중 음향신호기가 설치된 횡단보도는 1천373곳으로 설치율은 30%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다른 지자체와 비교했을 때도 낮은 수치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최혜영 더불어민주당 의원(비례대표)이 전국 지자체 음향신호기 설치율 자료를 받아본 결과에 따르면 서울 66.1%, 세종 74.1%, 경기 43.3%, 부산 36%이다.

대구시는 매년 1억5천만원의 예산을 들여 시각장애인들이 자주 이용하는 복지관, 시각장애인협회, 거주지 인근에 140~150대의 음향신호기를 설치하고 있지만 아직까지는 부족하다. 특히 안마원과 임대 아파트 인근 횡단보도에 음향신호기가 없는 경우가 많다는 게 대다수 시각장애인들의 지적이다.

무엇보다 중증의 시각장애인은 신호 색깔을 구분할 수가 없어 음향신호기가 더 절실하다. 음향신호기가 없으면 옆 보행자의 움직임을 보고 길을 건널 수밖에 없지만 다른 보행자가 신호가 바뀌지 않은 상태에서 무단횡단을 하게 되면 시각장애인 역시 함께 무단횡단을 따라하는 등 사고 위험에 고스란히 노출된다.

시각장애인 A씨는 "장애등급 3‧4급 시각장애인의 경우 한낮에도 신호등 색깔을 구별할 수가 없다. 음향신호기가 없거나 아예 신호등이 없는 횡단보도에서는 주위 사람들 움직임을 보고 건널 수밖에 없는데, 이들이 무단으로 횡단하면 시각장애인은 사고 위험이 커지게 된다. 차가 와도 대처 능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음향신호기가 있어도 고장 유무를 실시간으로 확인하기 힘들다. 실시간 모니터링과 음향크기 조절이 가능한 '지능형 IoT(Internet of Things) 시각장애인 음향신호기'가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지만, 이를 설치한 대구 내 횡단보도는 70곳에 불과하다.

대구시 관계자는 "내년에 예산 5천만원을 더해 2억원을 들여 음향신호기 450대 정도를 추가 설치할 계획"이라며 "새 음향신호기는 모두 IoT 음향신호기로 그동안의 음향신호기 관리에서 발생한 한계점을 보완할 예정"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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