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노동일 칼럼] 문재인 정부, 검찰개혁 '성공했다(?)'

노동일 경희대 교수

노동일 경희대 교수
노동일 경희대 교수

이른바 '대장동 의혹' 수사에 임하는 검찰을 어떻게 표현할까. 하기 싫은 공부를 억지로 하느라 애쓰는 학생이라 할까. 언론의 성화에 마지못해 수사에 착수했지만, 열심히 하고 싶지 않은 모습이 너무 역력하다.

언론이 처음 성남 대장동 의혹을 보도한 것은 9월 13일. 앞서 지난 4월 화천대유의 수상한 자금 흐름을 포착한 금융정보분석원(FIU)의 통보에 따라 경찰이 내사를 벌여왔다고 한다. 국정감사에서 검찰 역시 관련 정보를 공유하고 있었음이 밝혀졌다. 5개월여 동안 수사를 미적거린 것이다. 언론 보도 후 검찰이 수사팀을 꾸린 것은 9월 28일. 마지못해 시작한 수사였다는 것은 그 후 검찰의 움직임을 보면 알 수 있다.

검찰이 처음 사건 핵심 인물인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의 오피스텔을 압수수색할 때부터 이상 징후가 보였다. 유 씨는 압수수색 며칠 전 해당 오피스텔로 이사했다. 사실상 빈 곳을, 검사가 두세 시간 유 씨와 면담 후 압수수색 절차를 밟았고, 휴대전화는 압수하지 못했다. 유 씨가 창밖으로 던진 휴대전화를 찾을 수 없었다고 했다. 경기남부경찰청 수사팀은 이달 7일 유 씨 오피스텔 CCTV를 토대로 유 씨의 휴대전화를 확보했다. 압수수색 시 창문이 열린 적도 없다던 검찰은 '송구하다'는 말로 퉁치고 넘어갔다. 공부하기 싫어 몸을 비트는 학생이 연상되지 않는가.

이후 사건 전개도 알려진 대로다. 성남시청 압수수색도 언론의 질타와 야당의 질책을 받고서야 뒤늦게 시작했다. 시장실과 비서실을 제외했다가 나중에야 하는 시늉을 냈다. 그것도 언론의 아우성 덕이다. 배임과 뇌물 등 혐의로 유 씨를 구속한 검찰은 화천대유 대주주인 김만배 씨를 한 번 조사 후 서둘러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검찰이 소환 후 돌려보내면 조사를 더 하겠다는 의사 표시다. 구속 필요성이 소명되지 않았다는 법원의 영장 기각 사유는 충분히 예상할 수 있는 결과였다.

영장을 기각당하려(?) 노력한 검찰이라는 비난도 터무니없는 말은 아니다. 미국에서 급거 귀국한 남욱 변호사에 대한 수사 역시 의구심을 키운다. 남 변호사는 묻지도 않은 말을 언론에 계속 흘리고 있다. 녹취록에 나오는 '그분'은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아니라고. 검찰에서 잘(?) 진술했을 것으로 짐작된다.

하이라이트는 유 씨의 기소 내용이다. 검찰은 배임 혐의를 빼고 뇌물 혐의만 적용했다. 대장동 의혹의 핵심은 유 씨 구속영장에 적시된 대로 "업무상 임무를 위배해 성남시에 수천억 원 상당의 손해를 가한" 혐의이다. 유 씨의 배임은 곧 성남시장이었던 이 도지사 책임으로 연결된다. 검찰이 배임 혐의를 공소장에서 제외한 것은 이 도지사 수사를 차단하려는 의도로 볼 수밖에 없다. 검찰은 보도 자료에서 배임은 보강 수사 후 기소를 검토하겠다고 특별히 강조한다.

그러나 국민은 알고 있다. 처음부터 유 씨가 최종 목표였다는 걸 검찰이 공소장에서 자인하고 있음을 말이다. 정부·여당 입장에서는 '검찰 개혁'이 성공적이었다고 자축해야 한다. 모든 비난을 떠안고 권력 핵심에 대한 수사를 알아서 차단해 주는 검찰이 되었으니 말이다.

'신속하고 철저한' 수사를 지시한 문재인 대통령의 본뜻을 눈치챈 검찰의 영민함 때문일 수도 있다. 하지만 검찰이 수치의 대상이 되는 건 시간 문제다. 먼 과거를 돌아볼 것도 없다. 이명박 전 대통령 수사 후 면죄부를 주었던 것도 검찰이고 그를 구속한 것도 검찰이다. 요즘은 역사의 수레바퀴가 점점 더 빨라지고 있다. 조금만 기다리면 특검을 통해 검찰 개혁이 진정으로 성공했는지 알 수 있을 것이다.

사족이지만 문재인 정부의 '언론 개혁'이 성공하지 못한 것은 천만다행이다. 이번 사건은 언론 보도가 쏟아지면서 검찰이 마지못해 뒤따라가는 모양새를 되풀이한다. 더불어민주당이 추진한 언론중재법에 따르면 이처럼 '반복적인 기사'를 허위·조작 기사라고 지목하면 고의·과실이 추정돼 징벌적 손해배상 대상이 된다. 언론이 마음 놓고 보도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성공한 검찰 개혁'과 '실패한 언론 개혁'. 둘 중 어느 게 국민을 위해 더 좋은지 아직은 모르겠다. 성공한 검찰 개혁이 국민의 삶과 아무 관계 없는 것은 알겠는데.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