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교통 약자 배려 않는 횡단보도··"휠체어 지나기에 불편"

적정높이 2cm 안 지킨 곳 32%…최고 10cm, 낮은 곳 찾기 일쑤
민원 없으면 개보수도 안 해…"바닥 알림등 등 장치도 필요"
민원 없다는 이유로 손 놓는 곳도

20일 대구 북구 한국로봇산업진흥원 앞 횡단보도 곳곳엔 적정 기준치(2cm)에 부합하지 않는 연석이 보였다. 가장 심한 곳은 8cm에 달한다. 최혁규 기자
20일 대구 북구 한국로봇산업진흥원 앞 횡단보도 곳곳엔 적정 기준치(2cm)에 부합하지 않는 연석이 보였다. 가장 심한 곳은 8cm에 달한다. 최혁규 기자

전동휠체어를 타고 다니는 지체장애인 A(39) 씨는 지난 18일 오후 7시쯤 아찔한 경험을 했다. 대구 달서구 송현동의 본동주공아파트 앞 횡단보도를 건너려 기다리던 중 보도와 인도 사이에 높은 연석을 맞닥뜨린 것이다. 주변이 어두워 늦게 발견했다면 전동휠체어가 기울어 넘어질 뻔 한 아찔한 상황이었다.

인도와 차도를 구분하는 연석의 높이가 높은 곳이 많아 휠체어 이용 장애인 등 교통약자들이 불편을 겪고 있다.

24일 대구시가 지난해 실시한 교통약자 이동편의시설 실태에 따르면 '도로와 인도 경계의 적정 연석 높이(2㎝)'에 적합한 곳은 68.6%에 그쳤다. 대구의 6차로 이상 횡단보도 1천200곳을 조사한 결과다. 이번 조사는 왕복 6차로 이상을 대상으로 했기에 여전히 '이동권' 사각지대는 많은 게 현실이다. 국토교통부의 교통약자이동편의 실태조사 조사표에 따르면, 보도와 차도 높이 차이는 2㎝이하여야 한다.

본동주공아파트는 전동휠체어, 전동스쿠터 등을 이용해야만 이동할 수 있는 장애인 및 노인들의 많이 거주하는 지역이다. 이곳 인도에 진입하기 위해선 연석의 높은 턱을 올라가야한다.

노인전동차를 이용하는 B(64)씨는 "높은 연석 때문에 횡단보도를 똑바로 이용하기 힘들어 낮은 지점을 찾아서 이러저리 이동한다. 이 과정에서 차도로 전동차를 몰기 때문에 위험하다는 생각이 들지만 어쩔 수 없다"고 말했다.

8년 넘게 경비원 일을 하는 C(72) 씨는 "몇 해 전 이곳에서 보행기 타던 어르신이 도로 쪽에서 지나가던 차와 부딪힌 걸 봤다"며 "여기엔 전동휠체어를 탄 교통약자들이 많은데 차도로 나가지 않고 횡단보도 이용할 수 있도록 연석을 낮추는 등 방법을 찾아봐야 한다"고 말했다.

문제는 사후 관리가 '지자체 재량'에 달려있다는 점이다. 실태조사 보고서에는 '도로와 인도 경계의 적정 연석 높이'의 대표적 기준 부적합 사례가 8곳이 지적돼 있다. 그 중 서구 이현시장 입구 앞 횡단보도와 대구 북구 한국로봇산업진흥원 앞 횡단보도는 각각 연석 높이가 10㎝, 6㎝에 달했다.

20일 대구 서구 이현시장 앞 횡단보도 연석이 개보수 후 낮아진 상태. 하지만 도로 위 아스팔트가 들려 있어 교통약자들이 이동하기에 어려움이 있다. 최혁규 기자
20일 대구 서구 이현시장 앞 횡단보도 연석이 개보수 후 낮아진 상태. 하지만 도로 위 아스팔트가 들려 있어 교통약자들이 이동하기에 어려움이 있다. 최혁규 기자

두 현장을 직접 찾아가본 결과, 이현시장 앞 횡단보도는 2~3㎝ 정도 높이로 보수가 된 반면 한국로봇산업진흥원 앞 횡단보도의 경우 높은 곳은 8㎝에 달했다. 이에 대해 북구청 관계자는 "횡단보도의 높은 연석 문제는 민원이 따로 접수되거나, 동에서 전수조사 통해서 개보수한다"면서 "한국로봇산업진흥원 앞 횡단보도 턱낮춤과 관련된 민원은 없는 등 큰 문제가 없어 보인다"고 했다.

20일 오전 11시 본동주공아파트 앞 횡단보도 앞 빨간색으로 표시된 부분 연석 높이는 10cm 정도다. 높은 연석을 피해 교통약자들은 도로 쪽으로 횡단하고 있다. 최혁규 기자
20일 오전 11시 본동주공아파트 앞 횡단보도 앞 빨간색으로 표시된 부분 연석 높이는 10cm 정도다. 높은 연석을 피해 교통약자들은 도로 쪽으로 횡단하고 있다. 최혁규 기자

이에 대해 장애인권단체 관계자는 "횡단보도 공사를 해놓고 나중에 바꾸게 되면 예산도 낭비되고 절차도 복잡하다"며 "애초에 횡단보도 공사를 할 때 교통 약자들을 고려해 공사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 또 바닥 알림등과 같은 추가 안전 장치도 함께 설치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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