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사태로 '언택트'(untact·비대면) 시대가 앞당겨지고 전 세계가 디지털 사회로 급속 전환중이다.
사람과 얼굴을 맞대지 않아도 소통하거나 서비스를 누릴 수 있다는 점은 누군가에겐 생활 편의를 높이는 긍정적 변화지만, 가파른 변화 속도를 따라잡지 못하는 이들에게는 오히려 평범하던 일상을 어렵게 느끼도록 하는 계기가 된다.
특히 노인에게 그렇다. 정보 풍요층과 정보 부족층이 나뉘는 '디지털 디바이드'가 갈수록 심해질 것이라는 우려가 크다.
◆ 디지털 '고려장', 남몰래 우는 시니어
"몇백 원이 싸다 카는데 이 집에는 물건 파는 사람이 없으니까 뭘 어떡해야 하는지 알 수가 없어요. 돈 넣는 통도 암만 찾아봐도 없고, 덥썩 물건만 갖고 나갈 수도 없잖아예."
지난달 경북 칠곡군 약목면 한 무인 아이스크림 상점에서 만난 이점일(78) 씨는 아이스크림을 더 싸게 판다는 말에 이곳을 찾았다가 덩그러니 놓인 키오스크(무인 판매기)에 당황했다.
판매원 대신 기계 사용법이 적힌 안내문이 있었지만 눈이 침침한 이 씨가 보기에는 글씨가 너무 촘촘했다. 이 씨는 1분이 지나면 자동으로 첫 화면으로 되돌아 가는 키오스크 앞에서 한참을 서성이다 결국 빈손으로 가게를 나섰다.
대구 수성구 한 맨션에서 경비원으로 일하는 김상직(75) 씨는 매 월말이 되면 하루 세 번씩 가까운 은행에 간다. 59가구가 사는 이곳 주민들의 관리비 납부여부를 확인하기 위해서다.
김 씨는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앱)으로 입금내역을 확인할 수 있다던데 쓸 줄을 모른다"며 "관리비 연체가 잦은 주민 몇 명 때문에 하루에도 몇 번씩 고생한다"고 하소연했다.
일상 전반에 '디지털 디바이스'(디지털 기기)를 쓰는 서비스가 늘수록 노인들은 착잡하기만 하다. '디지털 디바이드'에 따른 소외감이 사회 전체와의 단절감과 맞먹는 탓에 '자식에게 버림받는 것 이상'이라는 말도 나온다.
동대구역에서 만난 김학만(78·대구 수성구) 씨는 몇번이나 키오스크 사용법을 배워보려 했지만 포기했다고 했다.
그는 "서울 사는 아들이 몇번 사용법을 알려줬지만 손에 익지 않고 답답하다"며 "창구에서 기다리는 게 더 마음 편하다"고 말했다.
단 10분 새, 김 씨처럼 무인발매기 발권을 포기한 노인 15명이 창구 앞에 길게 줄을 섰다.

◆70대 이상 노인 10명 중 2명만 디지털 기기 활용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NIA)이 지난 3월 발표한 '2021년 디지털정보격차 실태조사'를 보면 고령층 디지털역량은 53.9%로 가장 낮은 비율을 차지했다.
이는 전 국민 평균 역량 63.8%에 크게 못 미치며, 마찬가지 정보취약계층으로 분류하는 장애인(74.9%), 농어민(69.6%)보다도 낮았다.
70대 이상 연령층의 디지털 디바이드는 특히 심각했다.
70대 이상 노인들의 스마트폰, PC 등 보유를 뜻하는 디지털 정보화 접근 수준은 84.4.%로 높았지만 이를 활용할 수 있는 역량 수준은 22.4%로 현저히 낮았다.
10명 중 8명이 스마트기기를 지녔지만 인터넷 연결과 사용, 파일·문서 작성 등을 할 수 있는 노인은 2명에 불과한 셈이다.
이들의 스마트폰 서비스 이용률도 전자상거래(13.4%), 금융거래(17.5%), 공공서비스(7.9%) 등으로 낮은 편에 속했다.
'디지털 기기 이용 효능감' 관련 질문에 고령층 절반 이상은 여전히 '(디지털 기기를) 더 많이 이용하고 싶다'(51.5%)고 응답해 원하는 것만큼 제대로 활용하지 못한다고 판단했다.
'배우는데 자신 있다', '사용방법을 빠르게 알아낼 수 있다'는 응답은 각각 34.5%, 28.4%에 그쳤다.
대구 북구 한 행정복지센터 직원은 "하루 평균 50~70명이 인터넷에서 발급할 수 있는 서류를 직접 떼러 온다. 열에 일곱은 노인"이라고 했다.
또 "백신접종 예약부터 최근에는 소상공인 지원금까지 온라인 신청을 통한 공공서비스가 점점 늘다보니 노인들이 느끼는 불편함도 커지는 것 같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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