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나는 그저 던질 뿐…나타난 형태는 나의 운명이자, 그 물질의 운명"

윤희 개인전 'Sculpture to Painting'
10월 26일까지 리안갤러리 대구

리안갤러리 대구에서 열리고 있는 윤희 개인전 전경. 리안갤러리 제공
리안갤러리 대구에서 열리고 있는 윤희 개인전 전경. 리안갤러리 제공
리안갤러리 대구에서 열리고 있는 윤희 개인전 전경. 리안갤러리 제공
리안갤러리 대구에서 열리고 있는 윤희 개인전 전경. 리안갤러리 제공

지난해 대구미술관에서의 전시 '대구포럼Ⅱ-물, 불, 몸'을 기억하는 이들에게, 윤희 작가의 이번 개인전은 다소 놀라움을 안겨준다. 온통 강렬하고 화려한 색이 전시장을 채우고 있어서다.

흑백 드로잉을 선보여왔던 그가 내놓은 첫 색채 작업. 최근 전시가 열리고 있는 리안갤러리 대구에서 만난 작가는 이를 의식한 듯 상기된 표정이었다.

"모든 전시와 외부 활동이 제한됐던 팬데믹 시기는 오히려 다양한 실험을 할 수 있었던 기간이었어요. 그 때부터 색채 작업을 시작했고, 2년 전 리안갤러리 서울 전시 때 선보일 기회가 있었지만 왠지 갑자기 색채를 꺼내기가 두렵고 어려웠다고 할까요. 기존 작업에 익숙한 이들이 너무 놀랄 것 같았죠. 저의 새로운 도전을 이제야 선보이게 돼 긴장되고, 흥분됩니다."

다만 색 자체에 큰 의미는 없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그는 "작품에 활기참, 생동감을 더하고자 다채로운 색을 사용했고, 작업을 하면서도 그러한 에너지 속에서 보다 기쁘고 자유롭게 작업했다"며 "하지만 색의 조화 등을 고려해야 해, 한편으로 흑백 작업보다 훨씬 복잡하고 미지의 분야처럼 느껴졌다"고 말했다.

윤희, N30, 2024, Acrylic on canvas, 227x182cm.
윤희, N30, 2024, Acrylic on canvas, 227x182cm.
리안갤러리 대구에서 열리고 있는 윤희 개인전 전경. 리안갤러리 제공
리안갤러리 대구에서 열리고 있는 윤희 개인전 전경. 리안갤러리 제공

그의 작업은 물질을 던지는 것에서부터 시작되고, 그것으로부터 모든 것이 결정된다. 심호흡을 하고 몸과 마음을 가다듬은 뒤 액체 상태의 물질을 던지는 행위는 미지의 그 무엇, 예기치 못한 그 어떤 것을 끌어내는 수단이 된다.

"도구를 써서 액체를 다루는 것이 아니라 일단 화면 위에 던지죠. 내가 의도가 있다 하더라도 그 순간은 컨트롤할 수 없어요. 그렇게 펼쳐진 예기치 않은 형상은 곧 나의 운명이자, 작품의 운명입니다. 주사위를 던져 나온 결과가 내 운인 것처럼요."

그는 왜 그렇게 던져질 수밖에 없었는지를 곱씹으며, 그 주어진 여건 속에서 즉각적인 판단과 즉흥적인 개입으로 작업을 이끌어간다. 그렇기에 그의 모든 작품은 특별하고, 각각의 가치를 지닌다.

벽면 조각 작품인 'Irréversible(돌이킬 수 없는)' 역시 알루미늄 용액을 던져 즉흥적으로 드로잉하듯 만든 작품이다. 용액의 성질과 점성, 던져지는 방법과 힘, 방향과 속도를 상상하지만 의도대로 되지 않는 우연과 돌발적인 상황의 개입을 적극 유도했다.

또한 '카오스 코스모스' 시리즈는 숯 부스러기, 철 더미에 알루미늄 용액을 던져서 나타난 결과물이다. 기존 조각 작업은 섬세하고 바스러질 것 같은 얇은 금속 껍질을 구현했다면, 이번 작품은 고체와 액체가 서로 엉키고 섞이며, 무겁고 거친 덩어리가 된 것을 볼 수 있다.

이렇듯 이번 전시에서는 물질 고유의 모습이 퍼지고 흐르며 스스로 형태를 이뤄가고, 예측할 수 없는 형상이 드러나는 데 대한 그의 연구가 담겨있다.

그는 "처음 작업을 할 때부터, 인공적이고 작위적인 것을 지양하는 태도를 이어왔다. 그것이 창작의 여지를 넓히는 것 같다"며 "나는 그림을 그리거나 조각을 한다기보다, 어떤 조형성을 구현하는, 즉 물질을 다루는 작가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의 개인전 '스컬프처 투 페인팅(Sculpture to Painting)'은 리안갤러리 대구에서 10월 26일까지 이어진다. 일, 월요일은 휴관한다. 053-424-2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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