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개가 낀 듯 아득한 깊이의 그림이 또 다른 세계를 꿈꾸게 한다. 모노톤의 풍경부터 색채로 채워진 풍경까지, 현실적이지만 현실적이지 않은 공간의 느낌이 관람객들의 눈길을 붙잡는다.
김창태 작가의 작품은 수많은 붓질의 중첩으로 완성된다. 하지만 점묘화와는 다르다. 바탕이 된 큰 붓질 위에 10번 이상의 작은 붓질을 쌓아나가며 색을 잘게 쪼갠다는 개념이다.
그렇게 하는 이유는 뭘까. 작가의 말을 빌리자면 그의 작업은 "색을 그냥 칠하는 것이 아니라, 공간을 만들어내는" 것이기 때문. 그는 화면이 평면이 아닌 공간으로 느껴질 수 있게 수없이 붓질을 더해나간다. 그 과정에서 시간성이 개입되는 것은 필연적일 터. 그러한 요소들로 인해, 그의 작품은 화려한 기법 없이도 작품에 시선을 머물게 하는 잔잔한 깊이가 있다.
작가는 "물감이 대상을 모방하는 재료에 그치지 않고, 화면에 사용됐을 때 색 자체가 자연스러운 공간으로 감지되길 바라고 애썼다"며 "뜻대로 됐는지 여부는 관람자의 몫일 것 같다"고 말했다.
특히 그는 이번 전시에서 넥타이, 수박주스 등 '사물의 초상'을 그린 작품들도 선보인다. 기억의 오류에 대해 몇 년 간 고민해온 그가 개인적인 기억이나 선입견, 주관적 해석을 배제하고 사물을 왜곡 없이 있는 그대로 그리고자 한 결과물이다.
그의 전시 '사물의 초상'은 오는 11일까지 앞산에 자리한 갤러리 동원에서 만나볼 수 있다. 053-423-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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