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춘추-태병은] 2024 올해의 청년작가

태병은 아트리움모리 큐레이터

태병은 아트리움모리 큐레이터

대구문화예술회관이 유망한 신진 작가를 발굴하기 위해 매년 진행하는 '올해의 청년작가'전은 1998년부터 시작돼 올해로 27회째를 맞이했다. 대구문화예술회관에서의 개인전 개최와 창작지원금 500만원이 지급되는 공모의 규모와 역사로 지역 예술인들에게 영향력 있는 전시로 자리 잡은 이 프로젝트가 올해도 어김없이 진행 중이다. '2024 올해의 청년작가'전에 참여하는 작가는 5명, 김규호, 박소라, 안윤기, 우미란, 이원기 작가가 그 주인공이다.

1전시실부터 5전시실까지, 한 작가당 하나의 전시실에서 개인전을 개최하는 것이 당초의 계획이나 현재 대구문화예술회관의 4전시실 문은 굳게 닫혀있다. 홍준표 대구시장과 노중기 대구미술관장의 얼굴을 작품에 활용한 작가 안윤기의 공간이 폐쇄됐다. 10월 31일 예정되었던 개막식 또한 취소됐고 각종 홍보물에서도 안윤기 작가의 이름이 삭제됐다.

이미 잘 알려져 있듯이, 대구문화예술회관 측은 안윤기 작가의 작품이 공공시설의 특성과 맞지 않으며 작가가 전시될 작품을 전시 준비 과정에서 미리 알리지 않았기에 전시실 폐쇄를 결정했다는 입장이다. 안윤기 작가는 진행 과정에서 평론 글을 통해 충분한 작품 설명이 있었으며 문화예술회관이 요청한 작품 교체는 사전 검열에 해당하는 부당한 요구라고 입장을 밝힌 상황이다.

양 측이 주장하는 전시 준비 과정에서의 소통이 얼마나 구체적으로 진행됐으며 그 과정 속에서 어떠한 내용의 대화가 오고 갔는지 알 수 없기에 사안의 옳고 그름을 따지는 일이 조심스럽지만, 나 또한 한 전시관의 전시 내용과 계획을 수립하는 담당자로써 곤란한 상황에 처한 대구문화예술회관의 입장이 이해가 가지 않는 것은 아니다. 공공기관의 업무 프로세스 상 이러한 결정을 내릴 수밖에 없는 다양한 요소들이 존재함을 추측해 볼 수 있지만 기관의 입장을 차치하고 창작의 자유를 박탈당한 작가의 입장이 어떠한 이유에서도 정당화될 수 없는 것은 명백한 사실이다. 작가는 예술적 견해를 존중 받아 마땅하며, 계약상 갑과 을의 관계 일지라도 예술품에 있어 부당하게 간섭할 수 없다는 사실은 문화체육관광부가 예술인 복지법에 따라 개발해 보급하는 문화예술분야 표준계약서에도 명시되는 내용이다.

작가의 작품에 문제의 여지가 있다면 그것을 판단하는 것은 관객이 돼야한다. 예술의 자유는 어디까지 보장받을 수 있을까, 라는 의문은 애초에 성립될 수 없다. 예술은 그 자체로 존재하고 자생하기에 그것이 갖춰야하는 모습이나 태도에 한계는 없다. 이것은 예술의 권위나 순결을 내세우기 위한 이야기가 아니다. 통제되고 구속되는 예술은 진실된 모습으로 존재할 수 없다.

미술계의 희망 찬 미래를 예견하는 장이 돼야 할 '올해의 청년작가'전이 이와 같이 달갑지 않은 논쟁으로 이슈가 된 상황에 안타까움을 가지며, 이러한 논란들로 올해의 청년작가 선정이라는 귀중한 기회 속에 개막 행사와 언론 인터뷰 취소 등으로 아쉬움을 가질 4명의 선정 작가의 작품이 이번 논란과 관계없이 그들에게 의미 있는 전시로 남길 바란다. 또한 이번 사태가 작가에게도, 지자체와 대구 예술계에도 단 하나의 깨달음이라도 남길 수 있는 의미 있는 논쟁이 되기를 희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