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동을 재선 후보 공약을 분석해보니

믿거나 말거나 되든 안되든, 일단 "公기관 유치"

10·26 대구 동을 국회의원 재선거에 나선 후보들은 유세 현장 곳곳에서 유권자들에게 공약을 꼭 지키겠다고 다짐하고 있다. 과연 그럴까? 매일신문이 전·현직 공무원들과 함께 분석해 본 결과 '지킬 수 있는' 공약보다는 '지킬 수 없는' 공약이 더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공통공약

△공공기관 동구 유치=분산을 밝힌 민주노동당 최근돈 후보를 제외한 4명의 후보 모두 자신이 유치하겠다고 공약했다. 이번 선거의 최대 쟁점이다.

이에 대해 열린우리당 이강철 후보는 "공공기관 유치는 정부와 입지선정위 간 협의, 조정도 중요하다. 여당 후보로서 적극적인 역할을 할 것이며 공공기관을 동구에 유치하지 못할 경우 금배지를 뗄 만큼 자신있다"고 했다.

한나라당 유승민 후보는 "낙후된 지역 발전, 입지여건 등을 볼 때 혁신도시는 동구가 최적지이며, 이를 대구시장과 당 소속 지역 의원들에게 알리고 있다. 정치논리와는 상관없다"고 했다.

그런데 대구시에 따르면 공공기관 유치는 혁신도시 입지선정위원들이 정부의 평가기준을 기본으로 현장조사 등을 통해 입지를 선정한다. 이후 대구시는 정부와 협의를 거치고, 정부는 800억 원의 예산을 지원한다.

대구시 관계자는 "혁신도시는 엄정한 절차와 객관적인 평가를 거쳐 정해지는 것이어서 후보들 유치 공언과 밀접한 관계는 없다"고 밝혔다.

△그린벨트 해제=유 후보와 무소속 조기현 후보는 그린벨트 재조정을 공약했지만 밑그림이 없다. 반면 이 후보는 국책사업, 지역현안사업, 취락지역, 장래에 개발이 가능한 지역 등이 그린벨트 해제 대상 지역이며 동구에선 당장 공공기관 유치 지역이 그린벨트 해제가 가능하다고 구체적으로 제시했다.

△공산댐 상수원 보호구역 해제=사유권 행사 제약이 많아 수년 전부터 500여 가구 주민들이 보호구역 해제를 주장하고 있다. 이에 이 후보는 "3급수의 더러운 물을 식수로 더 이상 사용할 수 없다", 유 후보는 "2007년 낙동강 확장사업이 끝나면 물 부족 비상사태에 대비할 수 있어 더 이상 상수원댐으로 둘 필요가 없다", 조 후보는 "상수도본부장으로 재직한 경험을 살려 풀 복안이 있다" 등의 이유로 해제를 약속했다.

하지만 대구시상수도사업본부는 "대구시 취수원의 75%가 낙동강에 편중돼 있고, 2007년 낙동강의 문산정수장이 완공돼도 낙동강 오염 사고에 대비, 공산댐을 지금 상태로 둬야 한다는 게 시의 확고한 의지"라고 밝혔다.

△동촌비행장 문제=이 후보는 소음 피해 소송 지원 및 피해 보상 특별법 제정을 약속했다. 유 후보는 여기에다 비행장 이전을, 최 후보는 아예 동촌비행장을 폐쇄시키겠다고 했다. 조 후보는 소음피해 최소화 및 보상을 제시했다.

비행장 이전과 폐쇄는 30년 이상 불가 상태다. 국가안보는 물론 수조 원이 넘는 이전 비용을 마련하기가 어려운데다 님비로 이전지역도 구할 수 없다는 것이다. 따라서 소송과 특별법 제정이 가장 현실적이라는 것.

이와 관련 동구 주민들은 현재 3건의 전투기 소음 피해 소송을 냈다. 피해 보상 특별법의 경우 지난해 국방부가 법률안을 국회에 제출, 사전 심의를 받았으나 의원들은 12조 원의 재원 조달 문제를 이유로 보류한 상태다. 국방부가 2007년 입법을 목표로 다시 추진 중이지만 후보들이 특별법 제정을 약속한다고 해서 이뤄질 사안은 아니라는 분석이다.

◇후보별 공약

△이강철 후보=사전 준비와 검증 절차를 거쳐 타 후보보다는 낫다는 평가. 하지만 시간이 지나야 알 수 있는 '설익은' 공약도 있다. 이 후보는 대구시가 추진하는 국제게임도시의 중심으로 동호지구에 e-sports 국제전용경기장 설립을 약속했다. 이 후보 진영은 "공약 개발 과정에서 문화관광부의 지방정책을 살폈고, 대구시와 협의를 거쳐 예산 지원 등에 진전된 사항이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대구선 복선화 사업은 대구·경북 광역교통망 개선 국책사업으로 내년부터 사업이 추진된다고 '자신있게' 밝혔다. 실제 경북도는 2006년 기본계획 및 기본설계를 위해 건교부에 150억 원의 예산을 요청한 상태다. 이와 관련 도 관계자는 "최근 건설교통부 장관이 국회 차원에서 논의가 되면 사업 추진을 적극 검토하겠다고 해 내년 예산 지원 전망은 있다"고 뒷받침했다.

금호강 수변공원사업은 부산지방국토관리청이 불로천에서 율하천(5㎞)간 사업을 계획하고 있는 것을 파악했고, 내년부터 사업이 추진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사업계획이 서 있지만 구체적인 예산과 사업시기는 아직 확정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봉무동 영어마을 조성 공약은 민자사업이어서 유치 여부가 불투명하고, 팔공산 가족테마파크는 공산댐 상수원보호구역 해제를 전제로 한 것이어서 역시 비현실적이다. 국립대구과학관 유치도 해당부처에서 지방 중 1군데를 선정하겠다는 방침만 세운 것이어서 아직 불확실하다.

△유승민 후보=16개의 공약을 제시, 후보들 중 가장 많았지만 사전 준비와 검증이 미흡했다는 평가가 있다. '봉무어패럴단지 조기 재추진'의 경우 2천300여억 원의 민자가 유치돼야 사업이 가능하다. 조기 재추진이 어려운 대목이다.

목공예단지 활성화 사업은 동구청이 이미 구비와 시비를 확보한 상태에서 최근 정부의 예산 지원도 진척돼 2007년 9월 준공 계획까지 세운 상태다. 사업이 본궤도에 올랐는데 공약으로 내걸었다는 뜻.

또 안심~사북 지하철 1호선 연장을 조기에 추진하겠다고 약속했지만 경북도 담당자는 "2020년 대구권광역교통계획에 포함돼 있다. 그러나 사업 우선순위는 대구선 복선화 사업과 지하철 2호선 경산 연장 이후"라고 밝히고 있어 '조기 추진'은 힘든 상태.

2011년 세계육상선수권대회 선수촌을 동을에 유치하겠다고 했으나 대회 유치 여부도 판가름나지 않은 사안이다.

반면 대구선 복선화 사업과 금호강 생태 복원사업의 경우 정부의 예산 지원이 절실한 상황에서 국회의원의 대정부 노력이 반드시 필요해 실현 가능성이 있는 공약으로 분류됐다.

△기타 후보=최 후보의 무상의료·무상교육 단계적 실현, 부유세 신설, 주택 공개념, 비정규직 차별 철폐, 쌀 수입개방 반대 등의 공약은 당 차원에서 접근해야 할 공약으로 분석됐다. 자민련 이명숙 후보의 자녀 보육 시설 확충 및 실버타운 건립, 도서관 확충, 팔공산 전국 관광명소화 등은 정부나 지자체에서 추진 중이거나 계획 중인 사업이다. 조 후보의 금호강변도로 건설, 농산물도매시장 건립은 현실성이 떨어지고, 지자체의 장기 추진 과제인 것으로 평가됐다.

이종규기자 jongku@msnet.co.kr

사진: 0·26 대구 동을 재선거를 앞두고 공약이 내걸린 후보자들 선전벽보가 16일 오후 동을 선거구 내에 일제히 나붙었다. 정운철기자 woon@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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