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우방, 새주인 만나 재기발판 vs 청구, '휴면회사'로

'대구의 자존심' 엇갈린 운명

1990년대 대구 경제를 상징했던 '청구'와 '우방'의 엇갈린 행보가 대조를 보이고 있다.

두 차례의 인수 합병 과정을 거치며 힘들게 생존을 모색해 온 청구가 사실상 법인만 남은 '휴면 회사'로 전락한 반면 우방은 새로운 인수사를 맞아 재기의 발판을 마련했다.

지역 건설업계 관계자들은 "한때 대구의 자존심으로 불리던 두 회사는 외환 위기 이후 나란히 두 차례씩 법정관리와 인수 합병을 거치며 힘든 시절을 보내왔다"며 "우방은 회생의 전기를 마련했지만 청구가 사라지게 돼 안타까움이 크다"고 말했다.

◆휴면 회사로 전락한 (주)청구

법원은 지난달 21일 ㈜청구의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 폐지를 결정했다.

정부의 건설사 구조조정 발표 때 C등급을 받고 지난해 7월 30일부터 기업회생절차에 들어갔지만 사실상 '회생' 가능성이 없다는 판단이 내려진 때문이다.

이는 청구가 자산은 거의 없고 부채만 500억원이 넘는 부실 회사로 전락한 탓이다. 현재 청구는 대표이사를 포함해 전체 직원이 4명에 불과하며 이마저도 이달 초 회사 측에서 월급을 줄 수 없다며 '퇴사 요청'을 한 상태다.

1997년 12월 27일 외환위기로 법원에 '화의 신청'을 한 지 정확히 13년 만에 서류상으로만 남은 회사가 된 것.

청구 출신 인사들은 "1990년대 중반 청구는 직원 수 1천600명에 주택공급 실적에서 전국 1위를 한 기업이었다. 탄탄했던 회사가 너무 허무하게 무너진 것 같다"며 안타까움을 표시하고 있다.

청구는 지난 2006년 1월 25일, 7년간의 법정관리를 마치고 화인캐피탈에 인수됐지만 2년이 채 안 된 지난 2007년 10월 서울 지역 시행사인 새날에 인수 합병됐다.

청구를 인수한 새날 측은 본사 기능을 서울로 이전하고 포항과 인천 등 2개 지구에서 아파트 분양을 했지만 자금 부족 등으로 대한주택보증이 지난해 7월 분양 현장을 사고 사업장으로 지정했다.

최근까지 청구에 몸담았던 직원들은 "인수 당시 자산이 1천여억원에 달했지만 잦은 경영진 교체와 경영능력 부재 등으로 2년 전부터 임금 체불과 하도급 업체 대금 결제가 되지 않았다"며 "인수 당시 80명이던 직원이 이 과정에서 대부분 사표를 냈다"고 밝혔다.

청구는 지난 1973년 2월 대구에서 청구주택개발공사로 출발한 지 39년 만에 쓸쓸한 퇴장을 하게 된 셈이다.

◆새로운 인수사 만난 우방은 회생 발판

우방은 지난달 본사 간판을 C&우방에서 SM&우방으로 교체했다.

2008년 C&그룹 자금난과 건설경기 침체로 워크아웃 과정을 거쳐 지난해 5월 기업회생절차에 들어간 지 7개월 만인 지난해 12월 10일, 법원 결정으로 SM그룹(회장 우오현)을 새 주인으로 맞았기 때문이다.

아직 정리 절차가 일부 남아있지만 SM그룹이 인수대금 203억원을 모두 납부했고 올해 내 신규 사업에 착수할 계획으로 있어 한때 '절망의 끝'이 보이지 않던 우방은 새로운 희망을 찾게 됐다.

우방 직원들은 "지난 2001년 회사가 부실화된 이후 두 차례의 법정관리와 인수 합병 과정을 거치며 힘든 시절을 보내왔다"며 "자금력이 있는 인수사를 맞이한 만큼 회생이 가능할 것"이란 기대감을 내비치고 있다.

SM그룹은 매출액 1조2천억원의 중견그룹으로 모기업인 ㈜삼라를 비롯해 ㈜TK케미칼(구 동국무역), ㈜남선알미늄, 경남모직㈜, 벡셀㈜ 등 18개 계열사를 두고 있다.

하지만 주력 업종인 주택경기 회복세가 뚜렷하지 않은데다 인수사가 인력 구조조정에 나서 진통도 예상된다.

현재 우방 직원 수는 150여 명으로 사측은 절반 정도 감원에 나설 예정이며 올해 내 2, 3개 아파트 단지 분양에 나설 예정이지만 주택 경기에 따라 정상화 전망이 엇갈릴 것으로 보인다.

우방 관계자는 "여러 가지 환경을 감안할 때 회사 정상화 과정이 쉽지는 않겠지만 어려운 과정을 거쳐 되살아난 만큼 직원들이 힘을 합쳐 지역 대표 건설사로 다시 성장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재협기자 ljh2000@msnet.co.kr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