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뮤지컬 들여다 보기] 뮤지컬, 이제 문화상품으로

대'중'소형 다양한 소재 뮤지컬 콘텐츠 개발과 공연 이루어질 수 있게

지난해 12월 대구는 뮤지컬의 열기로 뜨거웠다. '오페라의 유령'과 '맘마미아' 공연장에는 관객들의 환호와 박수 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특히 '오페라의 유령'은 대구에서 뮤지컬에 관한 모든 기록을 갈아치웠다. 두 공연의 매출을 합하면 100억원을 훌쩍 뛰어넘는다. 왜 사람들은 뮤지컬에 열광하는 것일까? 그것은 뮤지컬만이 가지고 있는 독특한 매력 때문일 것이다. 노래, 춤, 연기가 어우러진 뮤지컬은 오페라보다 쉽고 연극보다는 재미있다. 그만큼 뮤지컬은 대중적인 요소를 두루 갖추고 있어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함께 즐길 수 있는 장르이다. 희극적인 요소는 관객에게 웃음을 선사하고 비극적인 스토리는 관객의 눈물샘을 자극한다. 바쁜 일상과 스트레스로 지친 현대인들의 삶에 작은 여유를 주고 생활의 활력소를 제공하는 역할을 하기도 한다.

1인당 국민소득 2만달러 시대에는 공연문화가 활성화된다고 한다. 뮤지컬이 국내의 공연 산업을 주도하고 있다. 뮤지컬은 이제 단순히 관객이 즐기는 볼거리를 넘어서 하나의 문화상품으로 인식되는 시대가 되었다. 일반 기업에서 생산되는 상품과 다른 점은 예술적 가치와 상업적 가치가 동시에 고려되는 문화상품이라는 점이다. 한때 '작품만 잘 만들면 관객은 온다'라는 생각이 지배적인 때가 있었다. 산업화 단계에 들어서기 전까지의 공연예술은 예술적 가치를 더 중요시했던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뮤지컬 제작비 규모가 커지고 경쟁 작품이 늘면서 전체 제작비 가운데 마케팅 비용의 비중이 점차 커지고 있는 추세이다. 대개 국내에서 한 편의 뮤지컬을 만드는 데 있어 소극장 작품이 3억에서 10억원, 대극장용은 수십억원의 비용이 든다. 그러다 보니 뮤지컬의 제작 시스템에도 일반 기업과 마찬가지로 상품을 개발하고 시장에 내다파는 경제 원리가 도입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현상이라고 할 수 있다. STP(시장세분화, 타케팅, 포지셔닝) 전략과 4P(제품, 가격, 유통, 촉진) 전략은 이제 뮤지컬 마케팅에서는 기본이다. 이는 뮤지컬이 제작자 중심의 예술에서 수용자 중심의 문화상품으로 발전하고 있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1980,90년대에 뮤지컬이 활성화된 시기가 있었지만 우리나라에서 뮤지컬을 산업으로 인식하기 시작한 것은 2000년대 이후이다. 2001년 '오페라의 유령' 라이선스 공연이 그 분기점이다. 이후 지속적으로 성장해오던 국내 뮤지컬 시장 규모는 작년 기준으로 2천억원 규모의 시장으로 성장했다. 하지만 아직 가야 할 길이 멀다. 앞서 언급했던 웨스트앤드나 브로드웨이의 수조원대 시장까지 성장하기는 어렵겠지만 가까운 일본과 비교해도 시장 규모는 아직 한참 못 미친다. 일본의 대표적인 뮤지컬 제작사 시키(四季) 한 극단의 매출이 한국 전체 시장보다 크다는 사실을 놓고 봤을 때 아직 한국은 산업화 초기 단계에 불과한 것이다. 더구나 국내 매출의 60% 이상이 대형 라이선스 공연이 차지하고 있다는 것도 문제이고 아직 세계시장에서 통할 창작 뮤지컬이 나오지 않고 있다는 것도 뮤지컬의 미래를 밝게만 볼 수 없는 이유이다.

이제 대구가 수도권을 제외하고는 가장 큰 뮤지컬 시장이라는 데 이견을 낼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2003년 '캣츠 내한공연' 이후 급성장해 온 대구 시장은 연매출 200억원 시장을 넘어섰다. 외형으로만 보면 대구가 뮤지컬 도시로 손색이 없어 보인다. 하지만 대형뮤지컬 4, 5편이 전체 매출의 70~80%를 차지하는 기형적인 구조를 이루고 있다는 것을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다. 서울시장도 별반 다를 게 없지만 몇 개의 상품이 시장을 좌지우지하는 것은 건강한 시장구조라고 할 수 없다. 예를 들어 상품성이 있는 대형 뮤지컬이 대구에서 공연되지 않는 해는 대구의 뮤지컬 시장이 하루아침에 30억~40억원대 시장으로 축소될 수도 있는 것이다.

아직 해결해야 할 문제점들이 있지만 뮤지컬은 문화상품으로서의 가능성에 대해서는 충분히 검증이 되었다고 할 수 있다. 뮤지컬이 고부가가치 문화상품으로 생명력을 이어가기 위해서는 대형부터 중'소형까지 다양한 소재의 뮤지컬 콘텐츠 개발과 공연이 이루어질 수 있는 건강한 시장구조가 만들어져야 할 것이다.

최원준 ㈜파워포엠 대표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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