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대구시 통계에 따르면 대구 인구 100명 중 1명이 외국인이다. 이제 외국인은 단순히 이방인이 아니라 대구시민인 것이다. 하지만 이들에 대한 관심과 복지는 여전히 미흡하다. 특히 설과 같은 명절에는 더욱 소외감을 느끼는 이들이 외국인 근로자나 다문화가정 여성들이다. 대구에는 이들의 마음을 달래려는 교회들이 적잖고 이들을 도우려는 교회들도 늘어나고 있다.
대구평화교회(대구 달서구 진천동)는 신자 대부분이 외국인 근로자들이다. 박순종(47) 목사는 "교회 내 모든 상담과 봉사가 외국인 근로자에 초점이 맞춰져 있어 신자들이 외국인 근로자들로 채워졌다"고 말했다. 이는 교회 위치가 성서공단과 가까운 점도 있지만 무엇보다 박 목사와 고경수(51) 목사의 신념의 영향이 크다.
평소 가난한 이들에게 복음을 전하는 일에 관심을 많이 갖다 2000년 초에 국내에서 제대로 권리를 행사하지 못하는 외국인 근로자들을 접하면서 외국인 근로자 실태에 관심을 가졌고 박 목사와 고 목사는 교회와 별도로 대구이주민선교센터(중구 대봉2동)을 운영하면서 외국인 근로자 돕기에 본격 나선 것이다.
그러면서 명절 때마다 외국인 근로자들을 위해 교회 문을 활짝 열고 잔치를 벌이고 있다. 올해도 어김없이 위안 잔치를 계획하고 있다. 설 연휴 3일 중에 첫째 날은 중국인 근로자들을 위한 잔치, 둘째 날은 베트남 근로자들을 위한 잔치, 셋째 날은 네팔과 스리랑카, 방글라데시 등 기타 외국인 근로자들을 위한 행사로 펼쳐진다. 행사 때는 그들만의 잔치만 이뤄지는 것이 아니다. 외국인 근로자들이 한복을 입어보고 세배도 하는 등 한국 명절문화도 접한다. 또 '겨울문화기행'이라는 이름으로 연휴 마지막날인 4'5일에는 외국인 근로자들을 모아 1박 2일 일정으로 안동이나 경주 여행도 계획하고 있다. 고경수 목사는 "외국인 근로자들은 명절 때가 가장 힘들다"며 "나라별로 서로 자리를 마련해 함께 고향 생각도 하면서 타국에서의 생활에 위안을 삼는다"고 했다.
대구내일교회(달서구 장동)는 평소 '포 네이션'(For Nation)이라는 외국인 사역프로그램이 있다. 중국팀, 몽골팀, 스리랑카팀 등 8개 각 나라별 팀을 구성해 사역을 펼치는 것. 15년 전부터 외국인 사역을 해온 이 교회는 평소 주일에 각 나라별로 모여 예배를 함께하고 친목을 도모하고 있다. 이번 설에도 각 나라별로 모여 잔치를 벌일 예정이다. 특히 중국팀은 이번 설에 중국 민속놀이를 즐긴다는 계획을 세워놓고 있고 캄보디아팀은 허브힐즈를 단체로 찾아 연휴를 보낸다. 황대원(50) 장로는 "교회들이 과거에는 외국인 근로자들에게 경제적인 지원에 집중했지만 이제는 외국인 근로자들도 어느 정도 경제적 여건이 나아져 공동체와 같이 자체적인 문화를 즐기도록 돕고 있다"고 말했다.
1996년부터 외국인 근로자들을 위한 프로그램을 진행해온 대구구민교회(달서구 본리동)는 이번 설에도 교회 안에서 각 나라별로 전통음식을 만들고 춤'노래를 즐기는 설맞이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특히 스리랑카 노동자들은 울산에 모여 스리랑카 공연팀을 초청해 신나는 공연을 펼친다. '외국인 근로자들의 대부'로 통하는 김경태(53) 목사는 평소 교회 내 다문화가족쉼터를 운영하며 7, 8명 정도의 다문화가족 여성들도 보호하고 있다.
대구남산교회(중구 남산2동)도 설 연휴에 특별한 행사를 준비했다. 평소 중국어 팀과 영어 팀으로 나눠 외국인 사역을 해온 이 교회는 필리핀인들이 주축이 된 영어팀을 모아 팔공산 유스호스텔에서 1박 2일 동안 예배와 성경공부, 게임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수련회를 갖는다. 또 설 연휴 마지막날인 4일에는 교회에 중국인이 주축이 된 중국팀을 초청해 예배와 식사, 편지쓰기 등 이벤트를 연다.
전창훈기자 apolonj@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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