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김중기의 필름통] 재개봉 영화 2편 리뷰

다시 봐도 반갑고, 또 좋은 영화가 있다.

신작 영화의 화려함과 신선함을 없지만, 곱씹을수록 낯익은 나만의 영화. 시간이 지나도 잊혀 지지 않는 수작 영화들이 잇따라 개봉되고 있다.

'쉰들러 리스트', '어둠 속의 댄서', '노팅힐', '그녀'... . 올해 재개봉된 클래식 영화들이다. '타이타닉', '쇼생크 탈출', '양들의 침묵' 등 수없이 TV로도 접했을 영화들이 또다시 극장에서 개봉되는 이유는 뭘까.

영화가 가진 클래식의 가치도 있지만, 극장에서 접해보지 못한 세대를 위한 상업적 목적도 있다. 과거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1939), '벤허'(1959) 등이 앵콜 로드쇼라는 이름으로 재개봉된 이유와 같다.

그러나 최근에는 '재개봉 열풍'이라고 할 정도로 영화들이 다양하고, 수요층도 넓어졌다. 스탠리 큐브릭 감독의 충격적인 영화 '2001 스페이스 오딧세이', '시계태엽 오렌지', '샤이닝' 등이 마니아들을 위해 재개봉되기도 했다. '재개봉 되었으면 좋을 영화 리스트'가 SNS를 통해 공감을 얻고, 또 판권을 가진 영화사에 적극적으로 요구하는 등 극장가에 '재개봉 영화'가 자연스러운 추세가 됐다.

새 영화만 보던 극장이 이제 신작과 고전을 넘어 영화 자체를 즐기는 공간으로 자리 잡아 가고 있는 것이다. 천문학적인 제작비에 화려한 출연진으로 관객의 호주머니를 터는 신작 영화들 속에서 작지만 의미 있는 두 편의 재개봉 영화를 소개한다.

영화 '집으로...'
영화 '집으로...'

다음 달 5일 재개봉되는 '집으로...'(2002). 세월이 변해도 모두의 정서를 어루만지는, 어린 소년의 투정과 이를 온화하게 받아주는 외가의 온화함 등 누구나 겪었을 유년시절의 추억을 소환하는 영화다.

일곱 살 상우(유승호)는 집안 사정 때문에 시골의 외할머니(김을분) 댁에 맡겨진다. 말도 못하고 글도 못 쓰는 외할머니와 함께 생활한다는 것은 도시 소년에게 견디기 힘든 일이다. 치킨도 없고, 배터리가 없어 오락기도 쓸 수 없는, 돌투성이 시골집.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이제까지 겪어보지 못한 따뜻함과 여유에 아이의 마음에도 따스한 햇살이 내린다.

영화 '집으로...'
영화 '집으로...'

'집으로...'는 17년 전 개봉됐다. 이창동 감독의 '오아시스', 홍상수 감독의 '생활의 발견' 등이 개봉된 해다. '집으로...'는 순제작비 1억 5천만원으로 420만명의 관객을 동원하며 대성공을 거두었다. 단순한 에피소드에 출연배우도 무명이었지만, 관객의 정서를 어루만진 정서적인 힘이 컸던 덕분이다. 과거 부모님의 손을 잡고 극장에서 관람했던 20~30대 관객은 물론, 입소문으로만 접했던 10~20대 세대에게도 새로운 느낌을 줄 수 있는 재개봉이다.

영화 '아이언 자이언트'
영화 '아이언 자이언트'

미국인들에게 '집으로...'와 유사한 영화가 '아이언 자이언트'(1999)다. 미국 시골 마을의 외톨이 소년이 숲 속에 불시착한 거대 로봇을 만나면서 친구가 되는 줄거리다. 전투용으로 제작됐지만 영혼이 깃든 생명체로 느낀 소년은 국가 음모세력으로부터 로봇을 보호하고, 자이언트도 아버지 없이 자란 소년에게 든든한 보호자 역할을 하면서 둘의 관계는 시작된다.

이 애니메이션은 1950년대 냉전 시대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미국과 소련의 극한 대립 속에서 태어난 로봇과 모든 것이 불안했던 사람들, 그 속에서 피어나는 로봇과 소년의 우정이 가슴을 따뜻하게 해준다.

영화 '아이언 자이언트'
영화 '아이언 자이언트'

'라따뚜이'와 '인크레더블'을 연출한 브래드 버드 감독의 애니메이션이다. 1999년 미국 개봉 당시 큰 흥행을 거두지 못했고, 그 바람에 월드 와이드 개봉도 무산됐다.

그러나 팬들이 극장이 아닌 DVD로 접하면서 뒤늦게 극찬이 쏟아졌다. 20년이 지난 지금도 미국 영화데이타베이스 IMDB 평점이 8.0, 로튼 토마토 관객지수 90%를 기록하며 높은 사랑을 받고 있다.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도 '레디 플레이 원'(2017)에서 이 로봇을 3D로 등장시키기도 했고, 최근에는 피규어로 제작돼 인기를 끌고 있다. 국내 팬들에게도 인기가 높아 영화 평점이 9.32라는 놀라운 스코어를 유지하고 있다.

'아이언 자이언트'가 개봉 20주년을 맞아 디지털 리마스터링을 거쳐 오는 10월 세계 개봉에 앞서 한국에서 최초로 선보인다. 팬들은 재개봉 소식에 '20년만의 강제 소환'이라며 환호를 보내고 있다.

'집으로...'와 '아이언 자이언트'가 이 가을, 시간을 뛰어넘어 관객의 사랑을 재확인하는 재개봉이 되기를 기대해 본다.

김중기 문화공간 필름통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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