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김중기의 필름통] ‘콜 오브 와일드’

알래스카 대자연서 펼쳐지는 '犬생 역정'
위대한 자연에 녹아든 인간·동물의 교감

영화 '콜 오브 와일드' 스틸컷
영화 '콜 오브 와일드' 스틸컷

'콜 오브 와일드'(감독 크리스 샌더스)는 위대한 자연에 녹아든 인간과 동물의 교감을 그린 어드벤처 영화다.

일종의 성장 영화인데, 그 주인공이 인간이 아닌 개, 벅이다. 19세기 말, 대형견 벅은 샌프란시스코 밀러 판사의 대저택에서 대접받으며 살아간다. 그러나 어느 날 밤 개장수에게 끌려가 매질을 당하며 갇힌다. 그리고 맞닥뜨린 낯선 땅. 생전 처음 눈을 밟아 보는데 골드러시로 북적이는 알래스카이다.

우편물 배달 썰매를 끌면서 벅의 가혹한 여정이 시작된다. 낯선 환경에 처음 끌어보는 눈썰매. 그러나 영리한 벅은 서서히 야성을 찾고, 썰매 개 무리를 주도한다. 혹독한 추위와 고된 노역을 견디며 벅은 자신 속에 숨어 있는 늑대의 피가 살아나는 것을 느낀다.

'콜 오브 와일드'는 미국인이 사랑하는 소설가 잭 런던(1876~1916)이 1903년에 발표한 '야성의 부름'(The Call of the Wild)을 영화화한 것이다. 잭 런던은 신문배달원에서부터 바다표범잡이 선원에 이르기까지 여러 직업을 전전하던 모험가였다. 1904년에는 조선을 방문하여 '잭 런던의 조선 사람 엿보기'라는 책을 출간하기도 했다.

그는 19편의 장편소설을 출간했는데 특히 '늑대개'(White Fang)와 '야성의 부름'은 세계적인 고전으로 인기를 끌었다. '늑대개'는 이미 1991년 에단 호크 주연의 영화로 만들어져 광활한 대자연 속에서 펼쳐지는 모험 영화로 꾸준히 사랑을 받고 있다.

영화 '콜 오브 와일드' 스틸컷
영화 '콜 오브 와일드' 스틸컷

'콜 오브 와일드'는 대형견 벅의 시점으로 여정을 담아낸다. 부유한 집에서 살다가 한 순간 썰매개로 전락하고, 또 혹독한 주인을 만나 역경을 겪기도 하지만, 끝내 알래스카 대자연 속에 우뚝 선다.

벅이 만난 인간 중에 중요한 인물이 바로 과거의 아픔을 짊어지고 삶의 의욕을 상실한 존 손튼(해리슨 포드)이다. 둘은 '늑대개'의 잭(에단 호크)과 '화이트팽'과 같은 존재다. 금광을 찾아 나선 탐욕스런 인간과 달리 자연에 순응하며 순수한 마음으로 동물과 소통하며 우정을 쌓아간다.

그러나 '늑대개'와 달리 '콜 오브 와일드'에선 벅의 '견생역정'에 비중이 크다. 벅은 거대한 눈사태와 급류, 얼음 등 거대한 자연의 시련을 이겨내고, 인간의 무지와 폭력 속에서도 자아를 찾아간다. 역경을 이겨내고 성장하면서 자신을 찾아가는 전형적인 성장영화인 것이다. 벅이 서서히 리더로 성장해 가는 모습은 인간의 인생역정과 다르지 않다.

'콜 오브 와일드'는 1997년 한차례 영화화됐다. 리처드 드레이퍼스가 내레이션을, '블레이드 러너'의 룻거 하우어가 존 손튼 역을 맡았다.

1997년 작품과 달리 2020년 버전에서 벅은 다양한 표정과 몸짓으로 감정을 표현한다. 파티장을 난장판으로 만들고 장난스러운 표정으로 주인을 바라보거나, 주인의 술병을 감추고, 자신의 먹이를 동료에게 미뤄주는 등 인간 이상의 변화무쌍한 행동들을 해낸다. 진짜 개로 영화를 찍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다.

영화 '콜 오브 와일드' 스틸컷
영화 '콜 오브 와일드' 스틸컷

'콜 오브 와일드'는 거의 대부분 개들과 늑대, 회색곰 등을 컴퓨터 그래픽으로 그려냄으로 이를 해결했다. 벅은 모션 캡쳐 전문 배우인 테리 노터리가 연기했다. '반지의 제왕'에서 골룸 역을 했던 앤디 서키스처럼 그도 움직임을 감지하는 센서가 박힌 옷을 입고 벅의 연기를 했다.

그래서 과도한 CG가 눈에 거슬리는 아쉬움은 있다. 그렇다고 CG 기술이 부족한 것이 아니다. 벅의 눈빛이며 근육과 털의 움직임 등은 너무나 자연스럽다. 다만 기술을 뽐내기라도 하듯 비현실적인 장면 등을 남발하면서 지레 현실감을 감쇄시킨 점은 연출의 단점이다.

벅의 견종이 세인트 버나드다. '늑대개'나 알래스카 썰매개의 실화를 그린 '토고'(2019)의 날렵한 시베리안 허스키와 달리 '베토벤'(1992)의 귀여운 대형견 세인트 버나드인 것이 낯설다. 그러나 원작에 충실한 캐스팅. 잭 런던이 원작에 벅은 세인트 버나드 종이라고 명기한 것이다. 1997년 버전에서도 세인트 버나드 종이다.

'콜 오브 와일드'는 자녀들과 함께 보면 좋을 영화다. 광활한 대자연을 배경으로 도전과 용기, 인내와 성장의 모험담을 들려준다. 인간이 주인공이 아니어서 자녀들이 더 공감할 수 있을 지도 모른다. 14일 개봉. 러닝타임 100분. 12세 이상 관람가.

김중기 문화공간 필름통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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