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기고] 2021년 노벨문학상…번역의 중요성

김성태 국제펜 대구센터 회장

김성태 국제펜 대구센터 회장
김성태 국제펜 대구센터 회장

스웨덴 한림원은 탄자니아의 잔지바르 섬 출신인 소설가 압둘라자크 구르나(Abdulrazak Gurnah·1948~ )를 노벨문학상 수상자로 선정했다. 구르나는 국내에서는 잘 알려져 있지 않고 번역서도 없다. 그러나 이미 10권의 소설과 기타 산문집으로 부커상 등 다수의 국제문학상 후보에도 오른 큰 작가이다. 그의 영문 저서 일부는 온라인에서도 볼 수 있다.

구르나의 작품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그가 태어난 잔지바르 섬을 포함한 탄자니아의 역사를 좀 살펴보아야 한다. 향신료와 노예무역으로 유명했던 잔지바르는 1503년부터 200년간 포르투갈의 식민지였다. 이어서 아라비아의 해양 강국 오만의 통치를 받아 한때 오만의 수도가 되기도 했다. 그래서 지금도 주민의 대부분은 무슬림이다.

아프리카 본토의 탕가니카는 1880년부터 1911년까지 독일 제국의 식민지였으나, 1차 대전 이후 영국의 식민지가 되었고 1961년 독립했다. 탕가니카와 잔지바르가 조합된 이름이 탄자니아 연방 공화국이다. 이 무렵 무슬림에 대한 탄압이 심해졌다. 구르나가 청소년기에 겪었던 이 지독한 식민지적 차별과 전쟁의 경험, 그리고 종교적인 탄압은 평생 그의 삶을 지배하며 그의 작품 속에 녹아 있다.

1968년 스무 살이 된 구르나는 영국으로 난민 유학을 가게 된다. 1982년 켄트대학교에서 영문학 박사학위를 받았고 같은 대학에서 영문학 교수로 재직하다가 퇴임했다. 그의 주된 학문적 관심 분야는 아프리카와 카리브해, 인도 지역에서의 식민주의 담론 및 탈식민지 문학이었다. 국제적인 동시대 문학을 다루는 계간지 와사피리의 부편집장으로도 일했던 구르나는 아프리카 문학에 대한 에세이 등을 통해 동시대 탈식민지 지역의 작가들에 대한 에세이를 남기기도 했다.

구르나는 1987년 '출발의 기억'(Memory of Departure)이라는 소설을 처음 출간한 뒤 이듬해인 1988년 '순례자의 길'(Pilgrim's Way), 1990년 '도티'(Dottie) 등을 발표했는데, 이러한 초기 작품들은 영국에서 벌어지는 이민자들의 생활을 주로 다루었다. 이후 네 번째 작품인 1994년작 '파라다이스'(Paradise)와 2005년작 '탈출'(Desertion)로 부커상과 휘트브레드상 후보에 올랐다. 2001년 '바닷가'(By the Sea)로 부커상 최종 후보작에 오르기도 했다.

아프리카 흑인 출신 노벨문학상 수상자로는 1986년 나이지리아의 소설가 월레 소잉카(Wole Soyinka·1934~ ) 이후 두 번째이고, 두 사람 다 장기간 영국을 기반으로 하면서 토착어가 아닌 영어로 작품을 썼다는 공통점이 있다.

한편 일본 출신의 두 소설가가 비교되곤 하는데, 한 명은 일본어로 글을 쓰면서 수준 높은 작품으로 폭넓은 독자층을 확보하고 있는 무라카미 하루키(1949~ )이고, 또 한 명은 부모를 따라 영국으로 이주한 뒤 영어로 작품을 쓰고 있는 가즈오 이시구로(1954~ )이다.

무라카미보다 5년 어린 가즈오가 2017년 노벨문학상을 먼저 받았는데, 번역이라는 과정을 거치지 않은 날것의 영어를 사용했기에 좀 더 유리했을 것이라는 분석이 있다. 그만큼 세계인에게 영어로 대면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이야기다. 아직 노벨상을 접하지 못한 우리나라 작가들에게는 일단 수준 높은 번역인과의 협력이 절대로 중요한 일이다. 혹독한 식민지 및 전쟁의 기억이 있는 대한민국이기에 더욱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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