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광장] 그래도 응원 합니다, 농산어촌 유학을

김경호 신나는체험학교 대표

김경호 신나는체험학교 대표
김경호 신나는체험학교 대표

얼마 전부터 지리산 산촌 유학 붐이 일었다. 청학동을 비롯해 지리산 인근에서는 사립으로 도시의 초·중·고 학생들을 유치해 유학원을 운영했다. 참여한 학생들은 일반 정규 학교에 정상적으로 다니면서 자연 친화 프로그램, 자연을 닮은 인성, 나 홀로가 아닌 공동체 생활, 제도권 학교가 미처 주지 못하는 전인적인 요소를 덧붙여 생활한다.

뜻있는 학부모들은 자녀들을 1년에서, 길게는 2, 3년간 산촌 유학을 보냈다. 마침 지리산 인근 지자체에서도 유학을 온 학부모들의 부담을 덜기 위해 유학 비용의 절반을 지원하고 나섰다. 월 80만 원에서 100만 원가량의 유학비가 40만~50만 원으로 가능하기에 학부모들의 경제적인 부담도 줄었다.

아이들은 아이들대로 처음엔 모든 것이 낯설지만 즐거운 산촌 생활이 되었다. 학교 수업이 끝나면 유학원의 지도 선생님에 의해 모자란 공부를 채우고 밤에는 도란도란 모여서 과일이나 산촌에서 채취한 먹을거리를 나눠 먹으며 영화를 보거나 별밤의 수많은 별자리를 관찰한다.

아침이면 장닭의 홰 치는 소리에 잠이 깨고 3, 4학년 어린 여학생이든, 큰 중고생이든 아이들은 108배를 한다. 종교적인 이유가 아니다. 108배를 하는 동안 명상을 하고 아침 운동을 겸한다. 필자가 아는 유학원의 경우다. 누구든 처음엔 힘들지만 나중엔 10분이면 가뿐한 아침 운동이 된다. 두어 달이면 눈망울이 또렷해지고 비틀거리던 몸의 균형도 곧 잡힌다.

처음에 산촌 유학을 온 도시 아이들은 벌이나 개미, 노린재 같은 벌레 따위가 무서웠다. 일부 도시 아이는 몇날 며칠 기겁하는 생활이었다. 어느 산촌 유학원은 벌을 키웠다. 벌들이 떼거리로 날아드는 본거지에 사는 아이들에게 벌들은 두려움과 공포 그 자체였다. 그러나 시간과 습관이 쌓이면서 아이들은 벌통을 제집 드나들 듯 드나드는 양봉업자처럼 되었다.

닭, 염소 등의 가축을 키우며 가축의 부산물을 소중하게 여기고 개와 고양이와 같은 반려동물도 함께 키우니 생명에 대한 생각도 깊고 넓어진다. 계절별로 자연은 훌륭한 콘텐츠를 갖고 있다.

봄에 진달래, 찔레꽃, 두릅을 따서 부쳐 먹는 전은 아이들이 좋아하는 별미가 되었다. 더운 여름이면 지리산 화엄사 계곡에서 멱을 감고 물장구를 친다. 아이들을 찾아온 학부모들이 도시의 마트에서 사 온 과자들을 꺼내 놓지만, 이제 아이들에겐 과자 맛은 별로다. 가을엔 논두렁에 심어 놓은 콩을 구워 먹고 삶은 알밤을 파 먹으며 겨울밤을 보낸다. 겨울에 눈이 안 와도 산비탈을 달리는 비료 포대는 훌륭한 썰매였다.

자연 속에서 자연 친화적인 프로그램과 대안 교육을 실천하는 산촌 유학에도 불구하고, 얼마 전 뉴스에서는 일부 산촌 유학원에서의 집단 따돌림과 집단 폭력, 성추행 문제 등이 불거졌다. 보여주기식 과잉 프로그램과 성과를 보여야 한다는 강박감, 아이들의 감성보다는 돈벌이 중심의 경제 논리, 가학 성향의 일부 운영자 등에 의한 폐해가 드러났다. 한순간에 자연적인 삶에 가치를 두고 전인교육을 추구하는 수많은 선량한 운영자를 당혹게 했다.

그럼에도 필자가 지리산의 산촌 유학 혹은 농산어촌 유학을 응원하는 이유는 딱 한 가지다. 교육도 교육 주권자들에 대한 서비스이기 때문에 선택의 다양성이 보장돼야 한다. 일부 문제가 있다고 백안시 말고 제도를 정비하고 부족한 것을 지원하면서 학부모들에게 다양한 선택의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

이런 관점에서 필자는 여전히 산촌 유학을 비롯한 농산어촌 유학을 응원한다. 양적인 팽창이 있어야 질적인 변화가 일어난다는 '양질전화의 법칙'이 농산어촌 유학에도 적용될 것이라 믿기 때문이다. 한두 가지의 반찬만으로는 영양이 부족한 밥상이 되는 것처럼 교육이란 밥상에 더 다양하게 많은 선택권이 주어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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