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책] 몽실 탁구장

이동훈 지음 / 학이사 펴냄

몽실 탁구장 / 이동훈 지음 / 학이사 펴냄
몽실 탁구장 / 이동훈 지음 / 학이사 펴냄

이동훈 시인이 두 번째 시집 '몽실 탁구장'을 냈다. 예술 작품과 문인들을 주요 소재로 삼았다. 이를 테면 이런 식이다.

화가는 격식을 싫어해 꽃병을 버리고

머무르는 것이 두려워 밑줄기도 그리지 않았네.

거친 드로잉에 맞춤한 색채는

해바라기는 내 것이라고 했던 고흐에게

조금도 질 마음이 없었던 거지.

그렇게 여섯 송이를 떠나오는데

뒷목이 잡히고 말았네... (詩, '여섯 송이 해바라기'의 일부)

문인들의 뒷이야기도 마찬가지다. 지나치기 쉬운 사소한 사건이나 장면에 시인은 특별한 의미를 부여하고 독자들이 상황을 새롭게 인식하게끔 만든다.

의성 단촌리 출신, 스물한 살의 문청인 김용락

도서관에서 『까치 울던 날』(1979)을 읽으며

교회 종지기인 동화 작가가 고향집 인근 사람인 걸 안다.

김용락은 자전거에 수박 한 덩이 싣고 가서

입성 초라하고 머리카락 듬성한 사십 대 중반의 권정생을 만난다.

김용락이 랭보를 말할 때 권정생은 광주를 말하고

수박에 답하듯 『사과나무밭 달님』(1978)을 건넨다.

동화 속 달님은

본 적 없는 아버지의, 소식 없는 남편의 그리운 얼굴이지만

김용락의 달님은 권정생 얼굴이다.

사과나무밭 지나 조탑동 교회 문간방으로

오층전탑 곁을 지나 빌뱅이 언덕 오두막으로

혼자서도 가고 식구 데리고도 간다. (詩, '권정생과 김용락')

정지창 문학평론가는 "이동훈 시인은 예술가들의 삶의 터전과 마음의 고향으로 독자들을 안내한다. 그리고 단층촬영하듯 근현대의 시인과 작가, 화가들을 입체적으로 투시하여 그들의 내밀한 속내와 애틋한 사연을 속속들이 보여준다"며 "시와 그림과 사진을 읽고 보면서 인문정신을 맛볼 수 있는 푸짐한 잔칫상"이라고 상찬했다.

무엇보다 머리말이 인상적이다. "詩도 탁구도 폼이다. 걱정이라면 폼 잡다가 재미 놓칠까 하는." 172쪽. 1만1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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