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새론새평] 21세기 대한민국의 사림(士林)과 중인(中人)

주동식 국민의힘 광주광역시 서구갑 당협위원장

주동식 국민의힘 광주광역시 서구갑 당협위원장
주동식 국민의힘 광주광역시 서구갑 당협위원장

우리나라 좌파들의 정신적 조상은 누구일까. 조선시대의 사림이 그들이다. 이건 대한민국 지식인들 사이에서 거의 공인된 의견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좌파들은 현재나 미래보다 과거를 중시한다. 이들이 정당성을 내세우는 근거는 과거의 특정 사건들이다. 5·18 등 민주화운동이 가장 중요하지만 그 상징 자산은 점차 확대되는 추세이다. 제주 4·3과 여순사건 등이 그렇고, 동학운동도 거기에 포함된다. 좌파의 이런 접근은 '역사 바로 세우기'라는 명분론으로 집약할 수 있다.

조선시대 선비들도 과거에 집착했다. 이들이 몇십 년씩 논쟁을 이어간 주제를 보면 현재의 문제를 해결해 미래를 개척하는 것보다는 과거의 특정 인물이나 사건에 대한 평가와 해석에 중점을 둔다. 과거를 박제해 이를 현재의 정치 투쟁 무기로 활용하는 방식이다.

세계적 기록문화유산이라는 조선왕조실록도 후세 사람들이 역사에서 교훈을 얻고 미래를 개척하는 지혜를 얻으려는 목적이 아니었다. 과거의 인물이나 사건을 박제해 두고 이를 '정적 제거'라는 정치적 목적에 동원했던 것이다. 열심히 기록만 했을 뿐 열람 자체는 극도로 제한했던 것이 그 단적인 증거이다.

과거 집착과 연결되는 좌파의 또 다른 특징이 비극성 집착이다. 대한민국 건국 과정에서 패배한 것에 한이 맺힌 탓일까. 이들은 대한민국의 자랑스러운 성과보다는 그 과정에서 발생한 일부 비극적인 사건의 의미를 과장하고, 그것을 대한민국의 정통성 부정의 논리와 정서로 연결해 간다. 세월호 등 비극적인 사건이 발생할 때마다 좌파들이 그 제의에 집중하고 자신들의 상징 자산 목록에 추가하는 이유이다.

좌파들의 중요한 근거지는 시민단체이다. 다양한 지역과 영역에 자리 잡은 이 시민단체들의 가장 중요한 자산이 과거의 비극적인 사건들이다. 5·18과 세월호 등 비극적인 사건과 관련 인물들을 제사상에 모시고 공공의 영역에 써야 할 중앙과 지방정부의 예산을 빨아먹고 순진한 추종자들의 등골을 빼먹는다.

조선의 선비들도 그랬다. 공자와 맹자 등 중국의 성현들과 조선의 유명한 유학자들을 모시는 서원을 세워서 위세를 부리고, 지방 관아의 행정에 개입하면서 백성들을 수탈했다. 지금 좌파 시민단체들이 하는 행동과 본질적으로 동일하다. 대한민국의 좌파 시민단체들을 '현대판 서원'이라고 불러야 하는 이유이다.

조선의 선비들이 왕실의 장례 절차를 두고 기나긴 예송 논쟁에 매달린 것처럼 대한민국의 좌파들도 공리공론에 집착한다. 대표적인 것이 부동산 정책이다. 부자들의 불로소득을 차단하면 부동산 문제가 쉽게 해결될 것이라는 '뇌내망상'이 현실에서 처참한 정책 실패로 드러나도 이들은 잘못을 인정하지 않는다. 탈원전과 소득주도성장 등 비슷한 사례들이 너무 많아 일일이 거론하는 것조차 무의미할 지경이다.

조광조의 현량과가 거창한 명분과 달리 실력이 부족한 자기 파벌의 인물들을 검증 절차 없이 특혜 천거했던 것과 마찬가지로 지금 좌파들 역시 추천 제도 등 다양한 편법을 동원해 자신들의 운동권 인맥과 그 2, 3세들에게 공직의 문호를 열어주고 있다. 그 출발은 노무현 정권이 이른바 대한민국 주류 세력 교체라는 명분으로 대폭 확대했던 각종 위원회 제도였다.

그렇다면 좌파와 다른 대한민국 우파의 뿌리는 무엇일까. 바로 중인이다.

중인 계급은 실질과 현재를 중시하는 특성을 가졌다. 의학, 천문학, 지리학, 율학, 산학 등 실무 분야의 역량을 가진 지식인 집단이다. 지금 대한민국에서는 의사와 이공계 전문인력들이 조선시대 중인들과 비슷한 정신적 DNA를 갖고 있는 것 같다.

이들은 인문계 위주의 좌파들에 비해 전문성과 직업적 도덕성이 앞선 편이다. 하지만, 이들은 대한민국의 미래를 열어가는 주류가 되기에는 심각한 약점을 갖고 있다. 자기 분야에 갇혀서 상황을 종합적으로 보는 시야가 좁고, 정치 혐오 성향이 강하다. 진영에 대한 충성심과 실천력도 좌파에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취약하다. 인문학에 대한 혐오와 공포심도 극복해야 할 문제점이다.

대한민국 우파가 중인 특유의 탄탄한 전문성을 기반으로 얼마나 빨리 정치와 인문 분야의 조직과 투쟁 능력을 확보하느냐에 대한민국의 운명이 걸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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