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의료사고" vs "적절 조치"…환자-병원 팽팽히 맞서

"주사 맞고 심장 터질 듯한 통증 후 실신" VS "긴급 조치 안했다면 상태 더 악화"
대구 남구 병원서 의료사고 공방…환자 "위경련 치료 중 알러지 상쇄 약물 과다 투여"
병원측 "저혈압 등 응급한 상황에 할 수 밖에 없었던 조치"

지난 26일부터 지난 8월 12일 이 병원에서 의료사고 피해를 당했다고 주장하는 환자 측 가족들이 병원 규탄 시위를 열고 있다. 윤정훈 기자
지난 26일부터 지난 8월 12일 이 병원에서 의료사고 피해를 당했다고 주장하는 환자 측 가족들이 병원 규탄 시위를 열고 있다. 윤정훈 기자

대구 남구에 있는 한 병원에서 의료사고를 주장하는 환자 측과 이를 부인하는 병원 측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1일 대구 남구의 한 병원 앞에서 A(22) 씨의 가족이 이 병원으로부터 의료사고 피해를 당했다고 주장하며 병원을 규탄하는 시위를 벌였다. 이 시위는 지난 26일부터 계속 진행되고 있다.

A씨는 지난 8월 장염과 위경련 등의 증상으로 이 병원 내과에서 치료를 받은 뒤 입원 처방이 나올 때까지 대기실 의자에 앉아 있었다. 하지만 계속 복통을 호소하자 간호사는 A씨에게 위경련이나 위장의 운동장애 증상에 쓰이는 '알피트'라는 약을 주사로 투여했다.

문제는 A씨가 그 약물을 투여받은 후 입술 마름, 얼굴 화끈거림, 호흡 가빠짐 등 알러지 반응을 보였던 것. A씨는 알러지 증상이 나타나기 전까진 그 주사제가 알피트라는 사실을 몰랐고, 병원 또한 A씨로부터 알피트에 대한 알러지 반응이 있다는 사실을 듣지 못했다.

병원 측은 알러지 반응에 대한 조치로 에피네프린을 주사했는데, 당시 간호사는 이 약물 한 앰플(1㎎/㎖)을 희석하지 않고 직접 주사했다. 의료계에 따르면 에피네프린은 약 0.25㎖를 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생리 식염 주사액 등에 희석해 천천히 주사하는 게 원칙이다. 에피네프린이 투여된 후 A씨는 갑자기 가슴통증과 구토 등의 증상을 일으키며 실신, 결국 다른 대학병원으로 이송돼 치료를 받고 퇴원했다.

A씨는 심정지 상태도 아니었는데 에피네프린 1㎎을 혈관에 직접 투여한 것은 명백한 의료사고라고 주장한다. A씨는 "주사를 맞은 직후 심장이 터질 듯한 통증을 느꼈고 토를 하며 쓰러졌다가 겨우 살아났는데 이걸 상태가 호전됐었다고 볼 수 있느냐"고 말했다. 또 "여전히 가슴 통증과 기력 소실 등으로 마스크를 30분만 쓰고 있어도 숨이 차는 상태고 코로나19 백신도 맞지 못하고 있다"며 "이 사고로 인해 원래 예정이었던 로스쿨 교육 조교로 근무하지도 못하는 등 향후 진로에 피해를 봤다"며 손해를 주장했다.

하지만 병원은 의학적으로 적절한 조치였다는 입장이다. 병원 관계자는 "당시는 희석하거나 근육으로 투여하기엔 응급한 상황이었다"며 "에피네프린 한 앰플을 모두 투여한 후에도 당시 환자의 혈압은 94/60㎜Hg 정도로 낮은 수준이었고, 이후 다량의 수액을 투여하자 혈압이 회복됐다. 당시 긴급 조치를 하지 않았다면 환자의 상태가 더 악화될 가능성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한편, A씨와 병원 측은 지난 9월부터 보상에 대한 협의를 진행했으나 손해액 산정에서 서로 의견이 달라 협의에 난항을 겪고 있다. 병원 측은 의료분쟁조정위원회에서 과실을 따지자는 입장이고 A씨는 병원과의 직접 합의를 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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