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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이슬람사원 공방 건축주 승소…북구청 "항소" (종합)

대구지법 1심 "집단 민원만으로 중지 명령 위법"
북구청 패소 후에도 "철회 못한다"

대구 북구 대현동 이슬람사원 공사현장. 매일신문 DB
대구 북구 대현동 이슬람사원 공사현장. 매일신문 DB

대구 북구 대현동 이슬람 사원 건립을 둘러싼 건축주와 주민들 간 법정 공방에서 법원이 이슬람 사원 건축주들의 손을 들어줬다.

대구지법 제1행정부(부장판사 차경환)는 1일 북구 이슬람 사원 건축주들이 북구청장을 상대로 낸 '공사 중지 처분 취소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북구청장은 원고들에게 공사 중지 처분의 내용, 법적 근거 등을 사전에 통지하지 않아 절차적 위법 사유가 있다. 또 행정절차법에 따르면 권익을 제한하는 처분을 할 때는 미리 처분 내용, 법적 근거와 함께 의견 제출 기회도 줘야 한다"며 "건축법 등에 따르면 공사 중지 처분은 법적 근거가 있는 경우에만 내릴 수 있고, 단순히 집단 민원이 제기됐다는 이유만으로는 공사 중지를 명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어 "북구청장은 공사 중지 처분 당시 아무 법적 근거를 제시하지 않다가 소송 중에 헌법 제37조 등에 따른 슬럼화 우려를 주장했는데, 공공복리를 이유로 공사 중지를 명할 수 있다는 근거는 건축법상 찾아볼 수 없다"며 "공사 중지 처분은 법적인 근거 없이 행해진 위법한 것으로서 그 하자가 중대, 명백해 취소의 정도로 넘어 무효에 이른다고 판단된다"고 덧붙였다.

북구 대현동에 이슬람 사원을 지으려던 건축주들은 지난해 9월 북구청으로부터 건축 허가를 받았고 같은 해 12월 공사를 시작했다.

인근 주민들은 이듬해 2월 16일 이슬람 사원 건립을 반대하는 탄원서를 제출했고, 이에 북구청은 같은 달 16일 공사 중지 처분을 내렸다.

이후 지난 7월 이슬람 사원 건축주들은 북구청장을 상대로 공사 중지 처분 취소 소송과 함께 가처분 신청을 제기했고, 같은 달 15일 가처분 신청이 받아들여졌지만 주민들의 반발로 공사가 진행되지 않았다.

하지만 북구청은 패소 판결에도 불구하고 공사 중지 명령을 철회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북구청 관계자는 "공사 허가 당시 조건이 민원이 발생할 경우 해결 후 재개하라는 것이었는데 이 부분이 지켜지지 않았다"며 "주민과 충돌이 일어날 경우 사고 등이 우려되기 때문에 항소와 함께 대구시에 갈등 관리 전문가 파견을 요청한 상태"라고 했다.

한편 이날 시민단체와 이슬람 유학생들은 북구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법원의 판결에 대해 환영 의사를 밝혔다.

대구 이슬람사원 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위한 대책위원회(이하 대책위)는 지난 2월 북구청의 공사중지 행정명령의 절차와 내용이 정당하지 못했다고 주장하며 북구청에 ▷무슬림 유학생들에 대한 공식적 사과 ▷공사 재개를 위한 적극적인 행정 조치 ▷무차별적 혐오‧차별에 대한 반대 입장 표명을 촉구했다.

서창호 대구경북차별금지법제정연대 집행위원장은 "북구청은 공사 중지 행정명령을 내리기 전에 건축주 측에 사실 관계 확인이 없었고, 추상적이고 합리적이지 않은 근거로 중지 처분을 했다"고 주장했다.

이날 기자회견에 참석한 이슬람 유학생 압둘 예킨 씨는 "주민들은 단순히 이슬람 사원 건립에 반대한 게 아니라 우리를 '테러리스트'라고 부르는 등 무슬림에 대한 혐오를 보여줬다. 우리는 테러리스트가 아니며, 평화를 사랑하고 지지하는 사람들이다"며 "북구청은 법원 판결에 근거해 건축 재개를 할 수 있도록 해야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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