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1호 태풍 '힌남노'가 반나절 만에 250㎜ 가량의 폭우를 쏟아낸 경북 경주는 순식간에 물바다가 됐다.
6일 오후 4시, 침수 피해 현장은 불어났던 흙탕물이 빠졌으나 그 흔적들이 곳곳에 드러나 있었다.
안타깝게도 진형동 한 주택에서 80대 여성이 샌드위치 패널로 만든 벽이 토압을 견디지 못하고 무너지면서 흙더미에 매몰돼 숨졌다.
세찬 바람에 앞을 볼 수 없을 정도로 내린 비에 주민들은 공포의 밤을 보내야 했다.
건천읍 모량1리 이모(72·여) 씨는 "6일 오전 6시쯤 대피를 알리는 비상사이렌이 울렸지만 비바람 소리에 마을 방송을 듣지 못했다. 휴대폰으로 '마을 위쪽의 송선저수지가 범람해 붕괴될 수 있다'는 소식을 듣고는 급하게 긴급대피장소인 모량교회로 달려갔다"고 했다.
이날 오전 경주 건천읍 송선마을회관과 건천초교, 건천읍사무소 등 대피장소에는 송선1·건천1·천포2리의 900가구 1천800여명이 "송선저수지가 붕괴되면 마을이 초토화될 것"이라는 공포에 떨며 시간을 보내야 했다.
내남면에서도 이조천의 범람 경보로 이조1·2리 주민 583명이 긴급대피했다. 강동면 오금1·인동·모서·유금리와 하동저수지 인근 주민, 인왕동 양지마을 주민 수십명도 집을 빠져 나왔다.
건천읍 금척리와 모량리 일대에서는 5일 자정쯤 정전사고까지 수백가구 주민이 2시간여동안 태풍 속 암흑천지의 공포를 겪었다.
경주 최고 곡창지대인 안강읍에서는 논 수십만㎡가 침수됐다.
최덕병 안강농협장은 "집중호우로 포항방면 형산강 하류쪽 강물이 잘 빠지지 않으면서 수많은 농경지가 침수됐다"면서 "향후 박수현상과 목도열병 발생 등으로 수확이 감소하는 피해가 발생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현재 벼는 완전히 영근 상태가 아닌데다 침수현상을 겪고 나면 죽쟁이와 병충해가 많이 발생한다.
농민 이도연(78) 씨는 "그나마 벼 도복현상이 없는데다 내일이면 논에 물이 거의 빠질 것"이라며 "당초 예상 보다는 피해 규모가 적어 불행 중 다행"이라며 한숨을 돌렸다.
경주시와 농협은 이날 벼농사 긴급 방제작업을 위해 각각 9억원씩 모두 18억원의 예산을 확보해 농약과 영양제를 시 전역의 논에 뿌리기로 했다.
소와 돼지를 키우는 우사 역시 태풍의 피해를 피하지는 못했다.
하상욱 경주축협조합장은 "건천읍 금척리와 안강읍·천북면의 하천변 우사들에 토사가 밀려 들어가 많은 피해가 발생했다'면서 "피해 상황을 파악 중"이라고 했다.
이날 오전 경주 곳곳의 저지대와 지하차도가 침수되면서 교통대란도 빚어졌다.
오전 7시 47분쯤 경주 톨게이트와 주변 농경지 20여만㎡가 침수되면서 양 방향 도로 모두 전면 통제됐다. 2시간 뒤 물이 다소 빠지면서 각각 1차선에서 통행이 재개돼 차량들은 엉금엄금 주행했다.
안강읍 양원IC 주변 도로도 침수돼 양 방향 모두 폐쇄 됐다가 몇시간 뒤 정상 개통됐다. 보덕동 천군 소하천과 월성동 망덕1길 남천 제방도로는 일부 구간 유실됐다.
지하차도가 있는 주변 지역은 교통 상황이 더욱 심각했다.
경주여중, 강동 유금1·2리·양동리, 시래교, 황성 강변로 유림, 율동 두대마을 입구, 현곡초등학교 앞, 하동 211번지(월암요)인근, 건천읍 안모량천 지하차도는 물에 완전히 잠겨 버리면서 운행 차량들이 먼거리로 우회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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량 운전자 김성우(46·황성동) 씨는 "지하차도에 막혀 우회했는데 다시 침수된 도로를 만났다"면서 "출근에 우여곡절을 겪었다"고 말했다.
경주시는 이날 성건배수펌프장과 강동면 유금배수펌프장 등과 긴급 설치한 펌프들을 가동해 침수 지역의 물을 빼내고 있다.
이와함께 시는 노선버스 운행을 중지하고 시민들에게 문자로 안내하는 한편 코로나 선별진료소 운영도 일시 중단했다.
예병원(58) 안강읍장은 "다행히 주택·상가 침수 피해는 신고되지 않고 있다"며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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