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강력 태풍 앞에 경북이 무너졌다. 6일 제11호 태풍 '힌남노'가 포항과 경주를 집중 타격하면서 침수·범람으로 10명이 숨지거나 실종되고 수천억원 재산피해를 냈다.
경북도는 막대한 피해를 입은 포항시에 대해 정부에 특별재난지역 선포와 재난안전 특별교부세 지원을 건의할 방침이다.
경북도에 따르면 이날 오전 포항 남구 인덕동 한 아파트 침수된 지하주차장에서 차를 옮기러 간 주민 A씨 등 7명이 실종됐다. 소방당국은 주차장을 가득 메운 물을 빼고서 수색 작업을 벌였다.
남구 오천읍 한 아파트에서도 지하주차장에 차를 옮기러 간 B(66) 씨가 실종돼 소방당국이 수색에 나섰고 6시간 만에 숨진 채 발견됐다.
오천읍 도로에서 하천 범람을 피해 가족과 대피소로 걸어가던 C(75) 씨는 갑작스러운 급류에 휩쓸려 실종된 뒤 인근에서 1시간여 만에 숨진 채 발견됐다.
경주시 진현동 한 주택에서는 주민 D(87) 씨가 흙더미에 묻혀 숨진 채 발견됐다. 샌드위치 패널 벽과 창문이 무너진 흙 압력을 견디지 못해 무너지면서 빗물과 토사가 집안에 밀려들어 피해를 입은 것으로 추정됐다.
이날 오전 포스코 포항제철소 2열연공장 메인전기실에서도 화재가 발생해 전기실 1개동을 모두 태우고 진화됐다. 당시 화재를 진압하던 포스코 자체 소방대원 4명이 한 때 호우로 고립됐다가 구조됐다. 포스코 측은 전기실이 침수되면서 누전이 발생해 불이 난 것으로 추정했다.
이날 풍수해는 포항시와 경주시에 특히 집중됐다.
포항 4개면의 주택 8천 가구와 상가 3천 동이 침수됐고 두 지역에서 1천965가구 4천505명(포항 808명, 경주 3천578명)이 임시주거시설·대피소 등으로 몸을 피했다.
경주시 원당교와 대종천 제방, 왕신지 제방이 유실됐고 경주시 양남면과 포항시 양학동에선 산사태가 발생했다. 경주시 동해면 일대에 정전이 나 800여 가구가 불편을 겪었고 양동마을이 침수돼 여강이씨 재실이 훼손됐다.
태풍에 따른 재산피해는 수천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됐다. 경북도에 따르면 포항시에서만 잠정치 2천억원의 재산피해가 났다. 정확한 조사를 시작하면 피해 규모는 더 커질 전망이다.
경북도는 포항시에 대해 민생회복 목적의 특별재난지역 선포 및 재난안전 특별교부세 지원을 정부에 건의할 방침이다.
관련법에 따라 시·군별 재난 피해 기준액을 넘겨 특별재난지역에 지정된 지자체는 사유·공공시설 피해 복구비의 50~80%를 국비로 지원받는다. 피해 주민들은 국세와 지방세 납부 예외, 공공요금 감면 등 혜택을 받는다.
기준액은 포항시와 경주시 모두 30억원이다.
또 정부 판단에 따라 재난안전특별교부세 지원 대상이 되면 지자체의 재난 수습 비용을 보조할 수 있다.
포항시는 피해가 컸던 남구 공단지역과 오천읍의 피해 재발을 막고자 항사댐 신설과 항구적인 풍수해 방지 기반시설 조성을 추진하기로 했다.
경북도는 사망·실종 등 인명피해를 최종 확인한 뒤 도 차원에서 가족들에게 위로금(재난지원금)을 지급할 방침이다.
이철우 경북도지사는 이날 침수 피해를 입은 포항·경주를 방문해 "인력, 장비 등 가용자원 총동원해 응급복구를 조속히 추진하라"며 "주민들이 빠른 시일 안에 안정된 생업을 영위할 수 있도록 모든 행정력을 동원하겠다"고 약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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