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16일 공식 출범한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회'를 이끌었던 주호영 의원(대구 수성구갑)이 새롭게 구성될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 위원장직을 고사함에 따라 호남 4선 중진 출신의 박주선 전 국회부의장이 유력한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당이 비대위 체제로 전환하는데 제동을 걸었던 법원과 정면으로 맞서는 상황을 피하면서도 국민대통합과 외부 인사에 의한 당 쇄신작업을 강조할 수 있는 대안이기 때문이다.
정치권에선 여당이 민족 대명절 한가위를 앞두고 집권당 내홍에 실망한 민심을 보듬기 위해 '정면 돌파'보다는 '돌아가는 길'을 선택을 한 것으로 보고 있다.
주 의원은 6일 오전 국회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갖고 "이번에 새로 출범하는 비대위는 새로운 분이 맡아서 새 기분으로 시작하는 것이 맞다"며 "당으로부터 다시 비대위원장을 맡아달라는 제안을 받았지만 새 술은 새 부대에 담는 게 좋겠다는 취지에서 훨씬 더 좋은 분을 모시는 게 좋겠다는 뜻을 당에 건의드렸다"고 말했다.
아울러 주 의원은 "(지난달 26일 저에 대한) 직무집행정지 가처분이 떨어지고 난 후 우리 당은 새 비대위를 구성하기로 결의했고 그 단계부터 제가 다시 맞는 것이 좋은지 안 좋은지를 고민해 왔다"고 결심을 하게 된 과정을 설명했다. 거취와 관련해 윤석열 대통령과 상의를 했느냐는 질문에는 '상의한 적 없다'고 답했다.
후임 비대위원장 인선과 관련해선 '의견을 낸 적이 없다'면서도 "(일반론적으로) 우리 당도 잘 알고 또 국민적 신망도 있는 분이 좋을 텐데 구체적으로는 당 대표 권한대행이 의원들이나 당원들과의 의견 수렴 과정을 거쳐서 발표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당내에선 지도체제 전환과정에서 법원 발(發) 돌발상황이 다시 돌출할 수 있는 여지를 선제적으로 차단하고 국면전환의 계기를 만들기 위해 주 의원이 물러선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법원이 본안소송 판결이 나올 때까지 직무를 정지한 비대위원장을 다시 기용하면서까지 법원과 맞서는 모습을 국민에게 보일 필요가 없고 법원의 추가적인 판결로 당이 또 다시 상처를 입어서는 안 된다는 판단을 한 것"이라며 "지루하게 끌어 온 집권당 내홍과 관련한 국면을 전환하기 위해서라도 당의 '새 간판'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주 의원이 물러나자 후임으로 호남에서 4선 국회의원을 지낸 박 전 부의장이 유력한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민주당 출신인 박 전 부의장은 지난 대통령선거 당내 경선 과정에서 윤석열 대통령을 공개 지지한 뒤 국민의힘 선거대책위원회공동위원장을 지냈고 동서화합미래위원장까지 맡아 윤 대통령의 '서진 전략'을 뒷받침했다.
당내에선 박 전 부의장을 발탁할 경우 국민통합과 지역화합의 상징성이 부각되면서 내홍 국면을 탈출할 수 있는 동력을 확보하지 않겠느냐는 기대감을 표시하고 있다.
정치권 관계자는 "박 전 부의장이 호남 기반의 정당 소속으로 정치활동을 해 왔다는 점에서 당의 텃밭인 영남에서 반발이 있을 수 있다는 의견도 있지만 새 비대위의 역할이 '관리형'을 벗어나기 힘들기 때문에 큰 문제는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편 권성동 당 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는 이르면 7일 오후 차기 비대위원장 인선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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