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풍 '힌남노' 속 실종자 7명을 낳은 포항 아파트 지하주차장 사고는 원인을 두고 논란이 커지고 있다. 주변 하천이 범람할 우려가 큰데도 관리사무소 측이 '차량 침수 우려'를 이유로 주민들에게 차를 빼도록 해 인명 피해를 발생시켰기 때문에 '인재'(人災)다, 위험을 감지했기에 방송을 한 것은 당연하다는 주장이 동시에 나온다.
관리사무실 측은 "방송 때만해도 그만큼 위험하지 않았다. 상황이 급변했다"는 입장이다.
순식간에 물이 몰아쳐 지하 주차장을 잠기게 했고, 그만큼 태풍의 위력은 엄청났다.
6일 포항남부소방서 등에 따르면 이날 오전 7시 41분쯤 포항시 남구 인덕동 한 아파트 1·2단지에서 가족이 실종됐다는 주민 신고가 잇따랐다. "'지하주차장 내 차량을 이동하라'는 관리사무소 방송을 듣고 나간 가족이 돌아오지 않는다"는 내용이었다.
경찰과 소방에 접수된 실종신고는 모두 7건이다. 당국은 실종자가 최소 7명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소방 관계자는 "물을 모두 빼내고 수색을 시작하면 실종자 등 상황이 바뀔 수도 있다. 지금은 구조에 전념 중"이라고 했다.
소방당국은 주차장을 가득 메운 물 탓에 수색에 난항을 겪었다.
이들 아파트 지하주차장은 서로 연결돼 있다. 여기에 차있는 물은 약 4만5천톤(t)으로 소방당국은 파악하고 있다.
이날 오후 4시 현재 포항시와 소방당국의 배수펌프 6대 정도를 동원했다. 같은 시각 배수율은 20%로, 이때부터 완전 배수까지 5~8시간이 걸릴 것으로 전망됐다.
물 빼기 속도를 높이고자 배수펌프를 추가 동원하려 해도 다른 침수지역에 펌프를 쓰고 있어 상황이 여의치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당국은 타 지역 배수를 마치는 대로 이곳에 펌프를 옮겨올 예정이다.
입주민들은 이번 사고가 인재라고 주장하고 있다.
60대 남성 A씨는 "방송만 아니었으면 주민들이 차량을 빼러 나갈 일이 없었을 것이다. 그 상황에서 차량을 이동하라는 건 잘못됐다"고 했다.
상황본부로 찾아온 20대 여성은 아직까지 어머니와 연락이 닿지 않는다고 울먹여 주변을 안타깝게 했다.
여러 주민들의 말에 따르면 관리사무소는 오전 6시쯤 "102동과 106동 사이에 물이 차고 있으니 주차 차량을 이동하라"고 첫 방송을 했다. 그러면서 "지하주차장 상황은 아직 괜찮다"고 덧붙였다.
이어 20분 후 "지하주차장에 물이 들어오고 있으니 차를 이동하라"고 거듭 방송했다. 이에 주민들이 차를 옮기러 지하주차장에 들어갔다.
당시는 포항시가 안전안내문자를 통해 저지대 주민들의 대피를 강력히 권하는 등 냉천 범람 위기가 예견됐던 때였다.
방송 20여분 뒤 아파트 바로 앞 하천인 냉천이 범람해 일대를 덮쳤다. 범람한 하천이 지하주차장을 메워버린 건 2분도 채 걸리지 않았다. 당시 내부에선 차를 옮기다 말고 주차장을 빠져나오는 주민이 있는 등 긴급한 상황이 벌어진 것으로 전해졌다.
주민들 비판이 쏟아지자 아파트 관리사무소장은 "안내방송을 했을 때는 지하주차장 배수펌프시설 등 장비들이 모두 정상 작동 했었다. 불어난 냉천이 갑자기 범람한 것이 사고 원인인데, 안내방송을 문제 삼는 것은 말이 안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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