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 다시는 고향에 가지 못하리'(You can't go home again). 미국 작가 토머스 울프가 1940년 발표한 소설이다. 소설 주인공이 15년 만에 고향을 찾았다가 과거의 모습을 잃은 고향을 보고 충격을 받는다는 내용이다.
고향(故鄕)을 그리워하기는 서양인보다 동양인이 더 강렬하다. 특히 한민족은 세계 최고라 할 수 있다. 고향에 관한 시와 노래가 가장 많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우리 민족은 온갖 이유로 고향을 등져야 했다. 일제강점기엔 연변과 흑룡강 등 만주 벌판과 멕시코, 하와이, 쿠바로 쫓겨났다. '한 송이 눈을 봐도 고향 눈이요, 두 송이 눈을 봐도 고향 눈일세'로 시작하는 백년설의 '고향설'(1942년)은 갈 수 없는 고향에 대한 그리움이 절절하다.
산업화 시대엔 돈을 벌기 위해 고향을 떠나는 이들이 줄을 이었다. 나훈아의 '물레방아 도는데'(1973)는 '돌담길 돌아서며 또 한 번 보고/ 징검다리 건너갈 때 뒤돌아보며/ 서울로 떠나간 사람'이라며 도시로 떠난 사람들을 그리워한다.
고향 상실(喪失)의 시대를 지나 고향 부재(不在)의 시대가 됐다. 필자의 자녀 세 명 모두는 대구에서 태어났다. 이 아이들에게 대구는 출생지일 뿐 고향이라고 할 수는 없다. 수백만 명이 사는 메트로폴리탄이 고향이 되기는 어렵다. 대도시에서 태어난 젊은 층 대다수가 고향 부재의 시대를 살고 있는 셈이다.
고향에 대해 새로이 정의(定義)할 때가 됐다. 태어난 곳인 대도시가 고향이 아니라 아버지·어머니의 고향을 자녀들에게 고향으로 각인시키는 게 맞을 것 같다. 사전에도 고향을 '조상 대대로 살아온 곳'이라고 했다. 첨단 문명시대에 무슨 고향 타령이냐고 타박할지 모르지만 우리 아이들에게 고향이란 마음의 의지처를 만들어주고 싶다. 세상을 살다 어려움에 처했을 때 자신의 뿌리인 아버지·어머니의 고향을 찾아 살아갈 힘을 얻기를 바라는 마음에서다.
경북 시장·군수 23명에게 제안하고 싶은 게 있다. 출향인 자녀들이 성년이 됐을 때 시장·군수가 지역 소개와 함께 응원의 메시지를 담은 편지를 보냈으면 한다. 이 아이들이 사회에 진출했을 때 아버지·어머니, 자신의 고향을 떠올리고 고향을 위해 현명한 결정을 하지 않을까 싶다. 추석을 앞두고 떠오른 고향 단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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