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제 공은 해저드에 빠졌고, 그물망에 있던 공은 다른 사람 겁니다."
필자부터 고백한다. 보기 플레이어로 주 1회 정도 골프를 즐기는 아마추어 골퍼로 부끄럽기만 하다. 지난해 가을 영천 충성대 골프장에서 타당 5천원 내기를 하는데, 아이언 7번으로 티샷한 공이 해저드와 러프 사이에 애매하게 떨어졌다. 그런데 막상 가보니, 제 공(테일러메이드)가 아닌 다른 공(타이틀리스트)가 있었다. 그 짧은 순간 많이 망설이다, "이건 내 공 맞다"고 체면을 건 후에 "공 있습니다"고 외쳐버렸다. 스스로에게 참담한 실수를 범했다.
다음 세컨샷에서 집중이 되지 않아 결국은 뒷땅 샷에 쓰리 온 투 퍼트로 더블보기를 범하고 말았다. 동반자들과 그 누구에게도 말은 하지 못했지만, 18홀 내내 찝찝한 기분과 함께 오늘에서야 이 코너를 통해 양심고백을 한다. "물론 양심을 버린 그 홀에 더블보기로 돈은 잃었지만, 동반자들에게 다시 한번 사죄드립니다."
◆KLPGA 장타자 윤이나 '오구(誤球) 플레이', 선수 생명 위협
골프에서 남의 공을 치는 것은 2벌타이지만, 대회 실격조치까지 당할 수 있는 큰 실수다. 필자도 그런 고백을 했지만 프로에서는 있을 수 없는 일이다. 한 때, 세계 랭킹 1위까지 올랐던 미국의 더스틴 존슨도 이런 일을 겪었다. 하지만 정직하고 신고하고, 벌타를 받았다. 더 이상의 비난은 없었다.
슈퍼 루키 윤이나의 오구 플레이는 현재 너무 큰 논란을 낳으며, 선수 생명까지 위협하고 있다. 3개월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 6월16일. 한국여자오픈 1라운드에서 윤이나는 풀 숲에서 공을 찾다 자신의 공이 아닌 다른 사람의 공을 쳤다. 하지만 즉시 신고시점을 놓쳤다. 이것이 '양심불량'이라는 비난을 낳았고, 일은 커져 버렸다. 사실상 '오구 플레이' 은폐가 되어 버린 것. 윤이나는 한 달이 지나서야 이 사실을 실토했다. 이에 공식 사과문을 올렸고, 대한골프협회(KGA) 스포츠공정위원회 지난달 19일 KGA 주최·주관 대회 3년 출전 정지 처분이라는 중징계를 내렸다. 이어 협회는 '골프는 자신의 양심이 곧 심판이 되는 유일한 종목'임을 강조했다.
◆유명한 골프 격언 '사지'(四知)
필자가 경험한 또다른 동반자간 불화 에피소드. 때는 바야흐로 3년 전 가을. 혼 싱글 수준의 두 동반자가 불꽃대결이 펼쳐졌다. 1타당 세종대왕 1만원을 주고 받는 난타전 상황에서 한 동반자의 공이 해저드인데 물에 빠지지는 않고, 빨간 말뚝 아래 공이 놓여 있었다. 그런데 '아무도 안 보겠지' 또는 '이 정도야 뭐!'라는 생각으로 공을 살짝 옮겨서 2온에 성공했다. 하지만 그 홀이 끝난 후 피 튀기는 내기의 당사자가 보기를 해서 1만원을 건네면서, "니~~~ 아까 해저드에서 공 손댔지?"라고 물었다. 순간 카트 안 캐피 포함 5명은 얼어붙었다. 돈을 잃은 그 골퍼는 아무 말도 못하는 그 동반자에게 싸늘하게 한마디 건넸다. "비겁한 놈!! 다시는 니랑 골프 안친다."
'사지'란 양심을 저버리면 '하늘이 알고 땅이 알고 내가 알고 네가 안다'는 뜻이다. 골프는 그만큼 자신에게 엄격해야 하는 룰을 갖고 있다. 그 넓은 필드에서 비밀은 없다. 캐디 뿐 아니라 싱글 정도 수준의 아마추어 골퍼는 대략 공이 어디쯤 떨어졌는지 거의 정확하게 짐작한다. 백돌이나 보기 플레이 정도 수준의 초보자 내지 중급 골퍼들이 상급자들이 볼 때는 '부처님 손바닥 안'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공을 좀 못치더라도 양심껏 동반자들끼리의 로컬룰(Local Rule)에 맞춰 '내로남불'(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 논란을 낳치 않도록 각별히 유의해야 한다. 골프경력 10년차의 한 기업가는 "5시간 안팎으로 함께 경기를 하는데, 서로를 배려하지 않는 비매너 그리고 실수가 아닌 양심까지 저버리는 악의적인 플레이는 결국 사교 스포츠인 골프에서 서서히 퇴출 수순을 밟게 되는 것"이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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