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석굴암 석굴 주변 훼손되고 불국사 기와·양동마을 파손

경주 1명 숨지고 370억 재산피해…논 수십만㎡ 하루새 물 빠져 안도
국가무형문화재 정순임전수관도 침수, 반면 이웃구조 미담도

국립경주박물관 옆 국가무형문화재 정순임판소리전수관의 침수되기 전 전경. 박진홍기자
국립경주박물관 옆 국가무형문화재 정순임판소리전수관의 침수되기 전 전경. 박진홍기자
국립경주박물관 옆 국가무형문화재 정순임판소리전수관의 침수 후 모습. 박진홍기자
국립경주박물관 옆 국가무형문화재 정순임판소리전수관의 침수 후 모습. 박진홍기자

태풍 '힌남노'로 경북 경주에서는 1명이 숨지고 370억원의 재산피해가 난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특히 일부 문화재가 파손되는 피해가 발생해 관계 당국이 복구에 나서고 있다.

경주시는 8일 "80대 주민 1명이 지난 6일 집 내부로 토사와 빗물이 밀려들면서 넘어진 가구에 깔려 숨졌다"면서 "현재까지 공공시설 피해는 도로 55건, 하천 125건, 수리시설 68건, 산사태 10건 등 501건에 298억5천700여만원"이라고 밝혔다.

사유시설 피해는 주택침수 1천여건, 농경지 272건, 농작물 78건 등 모두 1천388건에 70억4천만원이다.

경주시 문화재과는 문화재 중 통일신라시대 만들어진 보물 121호 굴불사 석조사면불상이 토사에 절반쯤 파묻혔고 양동마을 양졸정은 우측 담장이 파손되고 가옥과 주변 일부가 침수됐다고 밝혔다.

석굴암 석굴은 경내로 진입하는 길목과 종무소 마당, 화장실 등이 훼손됐고 불국사는 극락전 기와 일부가 떨어지고 주변 수목이 피해를 봤다.

서악동 고분군에서는 가장 동쪽의 고분 봉분 측면이 붕괴됐고 사적으로 지정된 대릉원 금관총 전시관 옆 경사면 일부도 유실됐다.

국립경주박물관 옆 국가무형문화재 정순임판소리전수관과 인근 지역이 남천 범람으로 모두 침수돼 지역에 안타까움을 남기고 있다.

남천 인근과 배반동 한옥마을 등 주택 1천여채가 침수, 온통 진흙으로 뒤덮인 참혹한 현장에서 주민들이 깊은 시름에 빠져 있다.

그나마 안강·강동 등지의 침수된 수십만 ㎡ 논은 하루만에 물이 대부분 빠진데다 도복현상도 없어 농민들이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 있다.

서악동 고분군에서 가장 동쪽의 고분 봉분 측면이
서악동 고분군에서 가장 동쪽의 고분 봉분 측면이 '힌남노'로 인해 붕괴됐다. 문화재청 제공

훈훈한 이야기도 있다. 오프로드 동호회원인 구강민(28·동방동) 씨는 6일 오전 6시쯤 큰 바퀴에 각종 장비를 튜닝한 구형 갤로퍼를 몰고 지역을 순찰하다 물에 빠진 차량 8대를 구조해 화제가 됐다.

형산강 옆 나정교삼거리 복개도로와 경주톨게이트 근처에서 침수 차량들을 밧줄이나 쇠사슬로 무거운 물건을 끌거나 들어 올리는 '윈치(winch)'를 이용, 모두 안전 지역으로 대피시켰다.

구 씨는 "동호회 활동에서 자주 사고를 당해 서로 돕는 일이 습관이 됐다"면서 "폭우에 이웃을 도울 일이 생길 것 같아 순찰에 나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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