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족 최대 명절인 한가위가 다가왔지만 지역 민심은 어느 때보다 흉흉하다. 수출 감소와 물가 불안 등 대한민국을 덮치고 있는 경제 한파로 가뜩이나 먹고 살기 힘든데 숨통을 틔워줄 대목을 앞두고 수해까지 겹쳤기 때문이다.
게다가 당면한 위기를 수습해야 할 정치권마저 연일 볼썽사나운 모습을 연출하고 있어 국민들이 나라의 앞날까지 걱정해야 할 지경이다.
집권당은 새 지도부 구성을 위해 당헌까지 개정하는 등 안간힘을 쓰고 있지만 사실상 '법원의 추인'이라는 관문을 넘어야 해 여당의 내홍은 현재진행형이다.
여기에 야당은 속이 뻔히 들여다보이는 영부인에 대한 공세로 당 대표의 사법 리스크 방어에 골몰하고 있어 민생은 뒷전이 됐다.
지역 정치권에선 명절 때마다 시도민들이 여야를 향해 '제발 싸우지 좀 말고 서민들의 살림살이 좀 살펴 달라'고 하소연을 해 온 점을 고려하면 이번 추석이 역대 최악의 명절이 될 것이라는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
한국은행은 지난 6일 발간한 보고서를 통해 '당분간 국제유가가 높은 수준을 유지하는 가운데 글로벌 경기둔화의 영향으로 수출이 뒷걸음치면서 무역적자 흐름이 이어질 것'이라고 어두운 경기전망을 내놨다. 그동안 온갖 경제 위기를 돌파하는 데 일등공신이었던 수출마저 흔들리고 있어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지난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약 13년간 안정적 흑자 흐름을 유지하던 무역수지는 올 들어 적자로 돌아섰고 8월까지 누적 무역적자는 247억2천700만달러에 달한다.
물가 불안도 심상치 않다. 한국은행은 8일 "국내 경기의 하방 위험이 커지고 대내외 여건의 높은 불확실성이 상존하지만, 물가가 목표 수준을 크게 상회하는 높은 오름세를 지속할 것으로 예상되므로 금리 인상 기조를 이어나갈 필요가 있다"고 분석했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유가, 에너지 가격 급등으로 인한 수입액이 워낙 급증하는 영향으로 무역수지, 상품수지가 최근 좋지 않다"며 "이 복합위기 상황은 상당 기간 갈 것으로 보여 대외환경이 좋질 않다"고 말했다.
설상가상 지역으로선 지난 6일 경북 포항과 경주를 덮친 태풍 '힌남노'로 2조원 상당의 재산피해를 입어 살림살이가 더 팍팍해졌다.
기민한 경기 부양책 마련과 수해복구 지원으로 지역민의 고통을 덜어줘야 할 정치권마저 내홍과 싸움박질로 헛심을 쓰고 있어 국민들의 불만을 자극하고 있다.
국민의힘은 8일 전국위원회를 열어 정진석 비상대책위원장 임명안을 의결했다. 추석 전 당의 새 간판을 내세우는 데는 성공했지만 새 지도부의 순항여부는 오는 14일 이준석 전 대표가 제기한 가처분신청에 대한 법원 판단에 따라 엇갈릴 수 있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당의 새 간판을 명절 민심의 밥상에 올리기 위해 당의 자중지란을 급하게 봉합했지만 법원 판결이라는 관문을 통과해야 한다"며 "여당이 이렇게 지리멸렬하면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 몫"이라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거대 야당도 밥값을 못하기는 마찬가지다. 민생을 보듬는 활동보다 현직 대통령과 그 배우자의 흠결을 들추는데 혈안이다.
더불어민주당은 7일 '윤석열 대통령 배우자 김건희의 주가조작·허위경력·뇌물성 후원 사건 등의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 임명 등에 관한 법률안'을 당론으로 발의하고 김건희 여사의 장신구 신고 누락 의혹을 거듭 제기하며 이와 관련해 윤 대통령을 검찰에 고발했다. 수사기관이 이재명 대표와 배우자 김혜경씨를 기소하기에 앞서 민주당이 맞불을 놓은 것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정치권 관계자는 "169석을 가진 거대 야당이 민생을 챙기기보다 대통령과 부인의 뒷조사에만 골목하고 있는데 정상적인 상황이 아니다"며 "여야가 서로의 약점만 파고들며 정쟁으로 일관하고 있어 민심은 더 흉흉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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