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산 대통령실이 최근 적지 않은 규모의 인적 쇄신을 했다. 지난달 21일 홍보수석 교체와 정책기획수석 신설을 시작으로 이어진 대통령실 직제 및 인적 개편 작업은 이달 7일 거의 마무리됐다.
명확하지 않은 면직 이유, 일방적 통보 등 의문과 뒷말이 무성했지만 그 중에서도 가장 기가 막힌 건 면직 시점이었다. 대통령실은 추석 명절을 바로 코 앞에 두고 행정관급 실무진 수십명을 퇴출시켜서다.
윤석열 대통령 취임 초기부터 삐걱대던 대통령실 쇄신을 위해 빠른 타이밍의 인적 개편 요구가 계속 있어왔지만 그 결과가 실무자들의 대거 면직, 그것도 그 시기가 명절 직전일 줄은 짐작하기 힘들었다.
동료 직원, 심지어 대통령실 출입기자들 사이에서도 "정말 너무하다", "매정하다"는 반응이 나올 정도였다. "추석에 고향에 어떻게 가겠느냐"는 안타까운 걱정의 목소리도 적잖았다.
이번에 면직된 행정관급 실무자는 50여명으로 알려져 있다. 비서관급은 손에 꼽을 정도, 수석은 한 명 바뀐 것과 비교하면 대규모다. 수석급 경우 홍보수석이 교체됐지만 대외협력특보로 자리를 옮겼고, 대변인 역시 바뀌었지만 해외홍보비서관으로 이동한 정도다. 수석급 책임자들의 문책성 교체가 예상됐지만 직원들만 추석 앞에 낭패를 본 것이다.
대통령실 한 고위 관계자는 7일 이번 인적 쇄신과 관련해 "윤 대통령 취임 100일이 지나면서 업무기술서를 각자 다 받아봤고, 어떤 조직에 누가 근무하고 이게 맞는지 틀리는지 조직 진단을 했다. 주어진 기능과 역할에 과연 '적재적소에 있는지 다 봤다"며 정당성을 설명했다.
대통령실 인사 기준, 능력 및 적격 여부 등을 두고 왈가왈부할 생각은 없다. 그래도 꼭 명절 직전에 했어야 했는진 묻지 않을 수 없다. 그것도 다들 태풍으로 비상근무하느라 정신 없던 중에 말이다.
7일 갑자기 사퇴 권고 연락을 받았다며 짐을 싸서 나가야 한다던 한 행정관의 얼굴이 지금도 생생하다. 황당함과 당혹감, 억울함이 뒤섞인 표정으로 '왜 그만 둬야 하는지 이유도 듣지 못했다'고 말하던 그의 얼굴을 보고 있는 것조차 미안했다.
아무리 최전선인 대통령실이라고 해도, 아무리 정치판이 냉혹하고 매정하다고 해도 명절 직전, 이 시점은 아니다. 이번엔 살아남았지만 이를 바로 옆에서 다 지켜본 직원들은 어떤 생각을 할까. 정말 대통령께 묻고 싶다. 내 식구와 같은 직원들을 꼭 추석 명절 직전에 내보냈어야 했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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