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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각과 전망]세대 차이 아닌 세대 교감

백화점 명품 매장. 매일신문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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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용 뉴스국 부국장
김수용 뉴스국 부국장

"의지력이 약하다. 돈을 함부로 쓴다. 부모에 의존한다. 조직 충성도가 낮다." 젊은 세대를 바라보는 기성세대의 시선이다. 형편도 안 되면서 수입차를 타고 해외여행을 다니며, 허영심으로 명품에 현혹돼 사치를 일삼고, 게임과 스마트폰에 빠져 있으며, 가족이나 직장보다 자기 자신만 생각한다고 일갈한다. 한마디로 한심하기 짝이 없다는 말이다.

그런데 영국 킹스칼리지런던 공공정책학 교수인 바비 더피는 저서 '세대 감각'(부제: 시대의 변화를 직시하는 법)에서 이런 시각이 젊은 세대에 대한 편견과 오해라고 말한다. 여론조사 전문가인 더피 교수는 방대한 여론조사 통계를 통해 젊은 세대를 보여준다. 가령 'MZ세대', 즉 밀레니얼 세대(1980~1995년생)와 Z세대(1996~2010년생)는 '돈을 아낄 줄 모른다'는데 과연 사실일까. 영국 사례를 보자. 베이비부머(1945~1965년생)는 전쟁 전 세대(1945년 이전 출생)보다 45~49세 때 소득이 36% 높았다. 그런데 X세대(1966~1979년생)는 베이비부머보다 같은 나이대 소득이 3% 높았을 뿐이다. 이전 세대는 눈부신 경제 성장의 효과를 톡톡히 누렸지만 다음 세대는 글로벌 금융위기로 주춤했다. 밀레니얼 세대는 30대 초반 기준 실질 가처분 소득이 X세대보다 오히려 4% 낮았다. 글로벌 경기 침체의 그늘 때문이다.

결국 젊은 세대가 돈을 아낄 줄 모른다기보다는 아낄 돈이 없거나 돈을 아껴서 그려볼 만한 미래가 없다는 말이 옳다. 20대 후반에 직장생활을 시작한다면 도대체 매년 얼마를 모아야 40대 중반에 아파트 한 채를 장만할 수 있을까. 그런 이들에게 "너희들이 카페에 한 번 덜 가고, 해외여행만 줄여도 우리처럼 돈 모아서 집을 살 수 있다"고 손가락질할 수 있을까.

젊은 세대만 옹호하려는 것은 아니다. 더피 교수는 젊은이들이 기성세대보다 더 공정하거나 정의롭고 이타적이라는 생각도 틀렸다고 말한다. 편견과 차별을 배격하고 보다 평등한 세상으로 나아가려는 생각은 세대별로 큰 차이가 없었다. 결국 더피 교수는 기성세대와 젊은 세대가 크게 다르지 않다는 사실을 강조한다.

'젊은이들은 더는 자기 부모를 존경하지 않는다. 그들은 무례하고 참을성이 없다. 그들은 주로 술집에서 지내고 자제력이 없다.' 마치 요즘 젊은이에 대한 비판처럼 들리지만 사실 이 문구는 6천 년 전 이집트 무덤에서 발견됐다고 한다. 그런데 설동훈 전북대 사회학과 교수의 글에 따르면, '인용 출처 조사자들'은 메소포타미아 석판이나 이집트 무덤 벽에 적혀 있다고 알려진 문구가 실제로는 출처를 확인할 수 없는 '위작'이라고 결론 내렸다. 비슷한 문구가 로제타스톤에 적혀 있다는 주장도 허위라고 한다. 유사 이래 세대 차이는 늘 존재했음을 증명하는 글귀라고 믿었는데, 가짜 뉴스라는 말이다.

세대를 구분하고 특징 짓는 것은 분명 의미가 있다. 이는 '다름'을 인식하고 다양성을 인정해 결국 이해의 폭을 넓히려는 데 목적을 두어야 한다. 세대 갈등을 부추기거나 정치적 노림수에 악용하려는 시도는 배격해야 한다. 어느 때보다 세대 교감이 절실한 시기다. 결혼해서 단란한 가정을 꾸리고 싶지만 냉혹한 현실에 가로막힌 젊은이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야 저출산 문제를 해결할 출발점에 설 수 있다. 젊은이들이 이기적이라고 비난하기 전에 철저하게 이기적이어야만 간신히 살아남을 수 있는 지금의 세상을 바꾸려고 기성세대가 먼저 나서야 한다. 그래야 미래가 보이고 사회가 존속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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