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6년 5월부터 대구 달서구의 한 초등학교에서 경비원으로 근무하고 있는 류성우(72) 씨는 추석 연휴가 시작된 지난 8일 오후 4시에 학교 당직실로 출근해 연휴가 끝나는 13일 오전 8시 30분에야 퇴근할 수 있다.
근무시간은 오후 4시 30분부터 다음 날 오전 8시 30분까지다. 하지만 휴게시간에 부족한 잠을 보충해야 하기 때문에, 그대로 당직실에서 근무 시작 전까지 취침하는 경우가 많다.
류 씨는 "학교에서 허락을 해줘서 지난 10일 추석 당일엔 학교 시설 전체를 다 폐쇄해 놓고 1시간 짬을 내 집에 다녀왔다. 가족들과 더 시간을 보내지 못해 아쉬웠지만 집이 가까운 거리에 있어 자식들 얼굴이라도 볼 수 있었다"고 했다.
명절 연휴 동안 지역 내 학교와 기관에 근무하는 당직 경비원들에게 유급 휴일을 보장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대구시교육청은 추석 연휴를 앞둔 지난달 30일 '추석 연휴 당직경비원 연속근무 부담 경감 협조 요청' 공문을 통해 연휴 기간엔 월 휴무나 연가 사용을 권장하고 업무에 지장이 없는 경우 휴게시간을 연속 사용할 수 있게 하라고 각 학교에 안내했다.
감시·단속적 근로자인 당직 경비원들은 노동절 이외에 유급휴일이 없다. 한 달에 4회 무급휴일만 사용할 수 있다.
그러나 기본급을 시급으로 환산했을 때 8천937원의 낮은 임금을 받는 당직 경비원들은 무급휴일을 쓰면 안 그래도 적은 월급이 줄게 돼 연휴 중 쉬지 않는 경우가 많다.
지역 한 고등학교에서 5년째 경비원으로 근무 중인 이종민(62) 씨는 "올해로 93세인 어머니를 혼자 모시며 살고 있어 한 달에 나가는 병원비만 해도 상당하다"며 "월급이 여기서 조금만 깎여도 타격이 크기 때문에 무급휴일 사용은 꿈도 못 꾼다. 이번 연휴에도 계속 당직실에서 있었다"고 했다.
당직경비원의 열악한 처우를 개선하고자 일부 타 시·도 교육청에서는 유급 휴일을 보장하는 추세가 나타나고 있다.
12일 전국학교비정규직노동조합 대구지부에 따르면, 전북과 인천은 설 및 추석 연휴에 각 3일씩 유급휴일을 부여하고 주 1회 유급휴일도 보장한다. 강원도는 월 2회 유급휴일 및 장기 연휴 휴일(연간 6일)을 유급으로 보장해 명절 연휴를 유급으로 쉴 수 있게 한다.
정경희 전국학교비정규직노동조합 대구지부장은 "'민족 대명절'이라는 말이 무색하게도 현재 대구시교육청 소속 당직경비원들은 명절 연휴에도 마음 편히 쉬지 못하고 있다"며 "시교육청은 더 이상 당직경비원의 처우개선을 외면해서는 안 된다. 명절 연휴와 주1회 유급휴일을 보장할 것을 촉구한다"고 했다.
시교육청 관계자는 "이달 중순쯤 노조와의 단체협약에서 관련 내용이 나오면 논의를 진행하고 서로 협의를 통해 검토하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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