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일 포항 남구 냉천 일대를 달리던 운전자 김모(30) 씨는 자신이 다니는 회사에서 렌트한 아반떼 승용차가 침수되는 피해를 입었다.
당초 하천 범람 우려가 있다는 소식에 비교적 높은 지대에 주차해뒀지만, 예상보다 물이 거세게 넘으면서 주차 장소까지 무릎 높이로 물이 차올랐다. 김 씨가 뒤늦게 이동 주차를 하려 했지만 차 하단과 엔진룸 일부가 젖으면서 시동이 꺼졌고, 그대로 차 상당부분이 침수됐다.
김 씨는 렌터카 업체로부터 "보험사가 '수리 가능' 판정을 내려 보장 대상에 해당한다면 면책금 10만원만 내면 된다. 그러나 '폐차 대상'으로 전손에 해당한다면 총 4년치 계약 가운데 남은 3년치 계약금을 위약금으로 납부해 주셔야 한다"고 안내받았다.
김 씨는 "다행히 우리 회사에서도 불가피한 상황이었음을 인정해주긴 했지만, 회사에 입힌 재산상 피해가 큰 데다 자칫 내 목숨이 위험했을 수도 있다고 생각하면 한숨만 나온다"고 말했다.
포항에서 태풍 '힌남노'가 떨어뜨린 물폭탄으로 차량 침수 피해를 입은 운전자가 약 7천명에 이르는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보험 등으로 피해를 보전받으려 해도 보상액에 한계가 있어 비용 부담이 이만저만 아닐 전망이다.
12일 국내 손해보험협회 등에 따르면 지난 7일 오후 3시 기준 12개 손해보험사가 접수한 힌남노 관련 차량 침수 피해는 모두 6천762건이다. 이에 따른 추정 손해액은 546억3천200만원에 이른다.
보험사에서 포항종합운동장에 침수차량 보관소를 마련해 피해 차량을 모으고 있으나, 아직 피해 접수를 하지 않은 차량도 많아 실제 피해 규모는 더 클 전망이다. 수해 복구가 지속되는 데다, 차를 두고 타지에 여행·출장 중이거나 피해 사실을 알아채지 못한 차주도 많아서다.
실제 포항 시내 곳곳에는 침수차량 보관소에 옮기지 못한 침수 차량이 곳곳에 널려 있는 상황이다.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침수차량 가운데 미리 자차보험에 가입한 차량은 차량가액 선에서 보험사 보상을 받을 수 있다.
롯데손해보험 측에 따르면 보장 대상 차량은 예상된 재난에 충분히 대비했음에도 피해를 입은 경우에 한정한다. ▷아파트 주차장에 주차 중 침수 사고를 당한 경우 ▷태풍, 홍수 등으로 인해 차량이 파손된 경우 ▷홍수 지역을 지나던 중 물에 휩쓸려 차량이 파손된 경우 등이다.
이와 달리 ▷자차보험 미가입 차량 ▷창문·선루프 개방, 출입통제구역 통행 등 본인 귀책사유로 발생한 손해 ▷차량 가액 이상의 수리비, 차량 안에 놓아둔 물품에 발생한 손해 등은 보장받을 수 없다. 폐차비나 수리비, 신차 구입비 등 대부분 비용을 차주가 부담해야 한다는 뜻이다.
각 보험사는 차량 연식과 주행거리 등에 따라 차량가액을 산정하는 기준을 두는데, 이에 따라 전손(폐차) 차량은 가액 만큼의 보상을, 파손(수리) 차량은 수리비만큼의 보상을 받게 된다.
이번처럼 일반·특별재난지역에 사는 전손 피해 차주는 보험사 등으로부터 '자동차 전부손해증명서' 등 피해사실확인서를 받은 뒤 추후 지방세(취득세) 납세 유예, 자동차 검사 연장·유예 등 지출 부담을 덜어 주는 간접 지원을 받을 수 있다.
차를 폐차해야 하는 차주들의 불편은 장기간 이어질 수도 있을 전망이다.
신차를 구매하자니 국내 차량 생산 일정으로 인해 인수까지 길게는 6개월~1년이나 걸릴 수 있고, 중고차를 사자니 마찬가지 침수차량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어서다.
이에 당정은 이 같은 침수 피해 차주들에 대해 최대한 빨리 보험금을 지급하도록 당국과 업계에 관심을 요청했다.
지난 8일 성일종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은 국회 '힌남노 피해대책 점검 당정협의회'에서 "침수 차량이 약 7천대 정도 된다. 보험금을 하루빨리 지급하도록 금융위에 지원 요청을 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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