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루스벨트 대통령의 '뉴딜(New Deal)'은 '새로운 처방'이라는 의미이다. 1929년 대공황을 맞은 미국 자본주의는 뿌리채 흔들리는 대위기를 맞았고, 실업자는 1천500만명을 넘어섰다. 우리가 뉴딜정책을 이야기 하면서 흔히 실업구제 사업을 떠올리는 것도 이 때문이다. 사실 뉴딜에는 대규모 공공사업으로 유효수요를 인위적으로 창출하는 것 이외에도 '생산 제한을 통한 공산품 가격 안정' '주요 농산물 경작 제한을 통한 적정 수준 가격 인상' 등의 부흥 정책이 포함되었다.
뉴딜정책이 대성공을 거둔 것으로 오해하는 경우가 많지만, 1935년부터 한계를 드러냈다. 유효수요 창출의 명목으로 통화가 과잉공급되면서 인플레를 초래했고, 이를 억제하기 위한 긴축예산을 편성함으로써 1937년 또 다시 공황이 발생했다. 뉴딜정책의 역사적 공헌이라면 파시즘이나 볼셰비즘과 같은 극약 처방 없이 자본주의 위기를 넘길 수 있었다는 것을 들 수 있다. 사회주의적 요소가 가미된 혼합경제는 이제 자유민주주의 국가 경제의 일반적인 모습이 됐다.
문재인 정부는 '한국형 일자리' 정책을 내세웠다. 대표적인 것이 '군산형 일자리'이다. 2018년 한국GM이 문을 닫으면서 군산 지역은 실업자들로 넘쳐났고 문재인 정부가 해법을 내놓은 셈이다. 정부와 군산시가 선정한 5개 업체가 1천700명을 고용해 2023년까지 연 12만대, 2024년까지 누적 32만대의 전기차를 생산한다는 것이 핵심이다. 전체 사업비 규모는 5천억원이다.
우려되는 것은 참여업체가 주가조작 혐의로 수사를 받고 매각을 추진 중이거나 투자 철회 의사를 밝히고 있고, 해외 계약 및 수출 역시 '서류상'으로만 존재할 뿐이라는 사실이다. 이런 상황이 지속되다보니, 올해 총생산량이 목표의 10분의 1도 안 되는 1천400대에 불과했다. 문재인 정부가 국정 과제로 추진한 전북 군산의 '전기차 클러스터'는 좌초될 가능성이 아주 높아졌다. 그럼에도 정부와 군산시가 혈세로 쏟아부은 보조금 1천600억원은 한푼도 환수할 수 없다. "고용 숫자에만 매달려 정밀한 계획 없이 사업을 추진한 결과"라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무능과 부패의 냄새가 짙다. '광주' '밀양' '부산' '대구' 등의 문재인 '표' 상생형 일자리는 안녕한지 걱정스럽다.
석민 디지털논설실장 sukmin@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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