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내연녀는 사망보험금 12억, 아내는 빚만 3억 상속…대법원 판단은

빚만 남긴 외도 남편 사망하자 소송…"상속 포기한 채무, 유류분 계산서 빼야"

법원. 연합뉴스
법원. 연합뉴스

남편이 생전 내연녀를 사망보험금 수익자로 변경한 후 1년이 지나 세상을 떠났다면 아내는 보험금을 상속받을 수 없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생명보험금을 받는 사람이 상속권자가 아닌 제3자로 지정된 뒤 1년이 넘은 시점에 재산 상속이 시작됐다면, 보험금은 상속권자의 몫이 아니라는 것이다.

대법원 2부(주심 민유숙 대법관)는 A씨가 사망한 남편 B씨의 동거인 C씨를 상대로 "유류분을 돌려달라"며 낸 소송 상고심에서 A씨가 청구액 중 상당 부분을 돌려받을 수 있다고 판결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돌려보냈다고 11일 밝혔다.

A씨는 남편 B씨의 유일한 상속인이다. B씨는 C씨와 동거하면서 부인을 상대로 이혼 소송을 제기했으나 유책배우자의 이혼 청구라 기각됐고 이후 B씨는 사망했다.

문제는 B씨가 이혼 청구가 기각됐던 2013년 8월에 생명보험의 수익자를 C씨로 변경했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사망 보험금 12억8천만원의 C씨에게 돌아갔다.

사망 당시 남편 B씨의 적극재산(은행 대출 등 채무를 반영하지 않은 재산)은 모두 12억1천400여만원이 있었는데, 예금 등 2억3천만원은 A씨가, 사업 지분 환급금 9억8천400만원은 C씨가 각각 상속받았다. B씨는 사망 6개월 전 '사망시 지분금을 C씨에게 지급한다'는 동업계약 조항을 추가했고, C씨는 B씨의 동업자들에게 소송을 제기해 해당 금액을 받았다.

그런데 아내인 A씨에게는 B씨의 채무 5억7천만원도 남겨졌기 때문에 A씨는 사실상 3억4천만원의 빚만 넘겨받은 처지가 됐다. A씨는 상속한정승인(상속 포기) 신고를 한 뒤 "C씨가 받은 사망 보험금 12억8천만원 또는 B씨가 낸 보험료가 '유류분'을 산정하는 기초재산에 포함돼야 한다"며 17억여원을 청구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민법은 모든 상속인에게 법정 상속분의 일정 비율을 보장해 특정 상속인이 유산을 독차지하지 못 하게 하는데, 이를 유류분(遺留分)이라 한다.

이번 재판의 쟁점 중 하나는 사망 보험금을 유류분 산정 기초재산에 포함할지를 따지는 문제였다.

민법 1114조에 따르면 증여가 유류분 산정의 기초가 되는 재산에 포함되려면 상속이 개시되기 전 1년 동안 이뤄진 것이어야 한다. 다만 증여 당사자 쌍방(B씨와 C씨)이 유류분 권리자(A씨)에게 손해를 입힐 것이라는 사실을 아는 상태에서 증여가 이뤄졌다면 상속 개시 1년 이전의 증여도 계산에 들어간다.

대법원은 40대 중반이었던 남편 B씨가 A씨의 장래 손해를 알고 보험 수익자를 변경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증여 당시는 이혼 소송 중이었으므로 상속을 염두에 뒀다기보다는 재산분할에 대비한 것으로 볼 여지가 크다고 봤다.

또 상속분보다 상속채무가 많은 A씨가 한정승인을 했으므로 '마이너스'분을 유류분액에 '플러스'로 바꿔 넣어서는 안 되고 '0원'으로 계산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