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가 탈원전 정책과 맞물려 신재생에너지 급속 확산을 위해 대규모 재정을 투입한 태양광 등 '전력산업기반기금사업'에서 직접 사업비와 보조금 등 혈세가 줄줄 샌 것으로 드러났다.
준조세 성격인 전력산업기반기금이 투입됐으나 태양광 사업 관련 허위 세금계산서를 제출하고 대출을 받거나, 농지에 불법으로 태양광 시설을 설치하고 대출을 받는 등 위법·부당 사례가 다수 적발됐다.
13일 국무조정실 '정부합동 부패예방추진단'은 작년 9월부터 지난달까지 산업통상자원부와 함께 전국 226개 지방자치단체 중 12곳을 상대로 '전력산업기반기금사업' 운영실태 표본 점검을 벌인 결과, 위법·부당사례 2천267건을 적발했다고 밝혔다.
부당하게 대출·지급된 자금은 총 2천616억원에 달했다. 전국에서 12곳만 실시한 1차 표본조사임에도 전반적 부실과 예산 낭비 실태가 무더기로 확인된 셈이다.
전력산업기반기금은 기업과 국민이 내는 전기 요금에서 3.7%씩을 떼어내 조성하는 것으로 준조세 성격을 갖는다.
전력산업기반기금사업은 신재생에너지 보급, 발전소 주변지역 등을 지원하는 사업으로, 문재인 정부 5년간 약 12조원이 투입된 대규모 사업임에도 ▷기금운영, 세부집행 등에 대한 외부기관의 점검 미흡 ▷주민들의 지속적인 문제 제기 등이 잇따랐다. 이에 정부는 이번 조사에 착수하게 됐다.
적발 사례를 유형별로 보면 ▷위법·부적정 대출 1천406건(1천847억원) ▷발전소 주변지역 지원사업 등 보조금 위법·부당집행 845건(583억원) ▷입찰 담합 등 위법·특혜 사례 16건(186억원) 규모가 적발됐다.
구체적으로 국조실이 4개 지자체의 금융지원사업 395개(642억원 규모)를 표본 조사한 결과 이 중 25%에 달하는 99개 사업에서 총 201억원 상당 허위세금계산서를 발급해 141억원의 부당 대출이 실행된 것으로 확인됐다.
공사비를 부풀려서 실제 사업비보다 과다하게 대출 받거나, 공사 자체가 없는데도 허위 세금계산서를 만들어 돈을 빌린 뒤 계산서를 취소시키는 사례 등이 발견됐다.
정부는 또 전력사업의 전기공사비 내역을 시공업체 등의 견적서만으로 확정해 대출을 받은 사례 158건(226억원)도 발견했다. 전기공사비 내역서는 원래는 전기분야 기술사 등이 작성해야 한다.
농지에 불법으로 태양광 시설을 설치하고 대출을 받은 사례도 조사됐다.
현행법상 농지에는 태양광 시설을 지을 수 없다. 하지만 버섯 재배시설이나 곤충사육 시설과 함께 설치하면 농지 용도를 바꾸지 않고도 태양광 시설을 지을 수 있다.
이 점을 이용해 농지에 가짜 버섯 재배시설이나 곤충 사육시설을 지은 뒤, 그 위에 태양광 시설을 만들고 대출금을 받은 사례가 4개 지자체에서 총 20곳(34억원) 적발됐다.
정부 장비 구매 입찰에 참여한 특정 업체가 들러리 업체를 참여시켜 약 40억원 상당의 가격을 담합하는 등 공정거래법을 위반한 사실도 적발됐다.
보조금 지원 사업에서도 쪼개기 수의 계약이나 결산서 조작 등 회계부실이 다수 발견됐다.
정부는 적발된 사안에 따라 수사기관에 수사를 의뢰하고 부당 지원금 등에 대해서는 환수 조치하는 것은 물론 앞으로 조사 대상기관을 전국으로 확대해 추가 점검을 실시할 계획이다.
국조실 관계자는 "부당 지급된 보조금은 보조금법을 통해 환수할 예정"이라며 "부당대출은 사기 범죄에 해당할 여지가 있어 수사 의뢰 등을 통해 사기 혐의 등을 확정하고 민사 등 조치로 환수하는 방안을 강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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