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카페 민지(MZ)] 비슬산 아래서 커피와 함께…카페 담(DAM)

고개만 살짝 들면 산세 한눈에 들어와…벚꽃·계곡·단풍·설경, 사시사철 매력
융드립 커피 얼음 띄운 커피 꼭 맛봐야

비슬산 숲과 계곡 속에 자리한
비슬산 숲과 계곡 속에 자리한 '카페 담'. 이화섭 기자.

추석이 지나고 이미 아침저녁 날씨는 시원하니 가을이 온 것을 실감하는 요즘이다. 이 달만 넘어가면 우리는 가을이 주는 눈의 즐거움, 단풍으로 물든 산을 감상할 수 있다. 산을 올라가는 것도 좋지만, 산 아래에서 붉게 물든 산을 바라보는 것도 또 다른 즐거움일 터. 그래서 독자들에게만 가을 산을 감상하기 좋은 '나만 알고 싶은 명소' 한 곳을 조심스럽게 소개하고자 한다.

◆ 비슬산 속 '터줏대감'같은 카페

대구 달성군 테크노폴리스에서 비슬산 쪽으로 올라가다보면 '카페 담(DAM)'이라는 곳이 바로 그 주인공이다. 비슬산으로 가는 살짝 좁은 산길에도 큰 규모의 카페들이 많이 문을 열었는데 '카페 담'은 그 곳의 터줏대감 격으로 6년 전 문을 열었다. 이름을 '담'이라고 지은 이유는 '마음을 담는다'는 의미를 담기 위해서라고.

'카페 담'은 김영식 씨와 아들 김동주 씨, 며느리 정지은 씨가 함께 운영하고 있다. 카페 전반적인 운영은 아들 김동주 씨가, 음료와 베이커리는 며느리 정지은 씨가, 외부 조경은 김영식 씨가 맡았다. 원래는 김영식 씨가 전원주택을 지어 별장으로 사용하려고 했던 곳이었다고.

김영식 씨는 "아들이 '여기에 카페를 한 번 해보자'고 해서 처음에는 반신반의했었다"며 "그런데 문을 열고 보니 비슬산을 찾은 등산객이나 상춘객들이 어떻게 알고 찾아오던지 손님이 예상보다 훨씬 많이 와서 지금은 하길 잘 했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아들 김동주 씨는 "'카페 담'을 열고 나서 산 아래 쪽 들어오는 길 주변에 많은 카페들이 생겼다"며 "이들과 어떤 차별점을 둘 것인지도 꾸준히 고민하는 지점"이라고 말했다.

'카페 담'이 가장 아름다운 때는 언제인지 궁금했다. 김영식 씨는 "봄 벚꽃을 보러 오는 손님들이 우리 카페를 많이 알려서 봄에 손님이 많이 온다"고 말한다. 하지만 봄까지 기다리기에는 너무 긴 시간이 남아있다. 외부 테이블에 앉아 고개를 조금 위로 들어보니 비슬산의 산세가 한 눈에 들어오는 것이 가을 단풍이 들 때 와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에 김영식 씨는 "카페를 꾸밀 때 단풍나무, 팽나무, 모과나무, 소나무 등 다양한 나무를 심어 꾸몄기 때문에 가을에 와도 봄 못지 않게 아름다운 비슬산과 카페 풍경을 즐길 수 있다"며 "겨울에는 카페 내부에서 바깥을 바라보는 설경도 너무 아름다워 사계절 모두를 즐길 수 있는 곳"이라고 말했다.

숲 속에 있는
'카페 담'은 계곡을 끼고 있어 시원한 물소리와 함께 음료를 즐길 수 있다. 이화섭 기자.

◆ 계곡 하나를 그대로 끼고 있는 카페

이 카페에 들어서면 계곡 양 옆으로 늘어선 테이블들이 손님들을 맞는다. 나무들이 그늘을 만들어주거나 파라솔을 꽂아놓은 테이블도 많다. 게다가 주방과 카운터가 있는 실내 부분 보다는 실외 구역이 훨씬 자리가 많다. 앉아서 산 구경하기에는 안성맞춤인 곳이다.

카페 중심을 흐르는 계곡은 본격적인 피서용 물놀이를 할 수 있을 정도의 공간은 아니지만 발을 담그며 더위를 식히기에는 부족함이 없다. 그래서 가족 단위의 손님들, 특히 3대가 함께 비슬산에 놀러왔다가 쉬는 곳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어른들은 커피와 차를 마시며 산바람을 즐기고, 아이들은 계곡 구역으로 조심히 내려가 발을 담그며 노는 재미를 즐긴다.

숲 속에 있는 '카페 담'의 전경. 이화섭 기자.

계곡 주변으로 넓은 공간에 자리하다보니 다양한 조형물이 이 곳을 장식한다. 모두 김영식 씨가 전국을 돌아다니며 하나둘씩 모아온 것들이다. 석등과 석상이 다양하게 있어 누군가는 "절터를 개조한 곳 아니냐"는 말을 할 정도. 카페 건물 옆에는 다양한 옹기들과 황소 동상 등이 있어 토속적인 정취도 느낄 수 있다.

'카페 담'의 아이스 아메리카노. 커피를 얼린 얼음을 쓴다. 이화섭 기자.

◆ 커피가 부담스럽다면 다양한 꽃차도

기온이 더 내려가기 전에 이곳의 아이스 아메리카노는 한 번 유심히 맛 볼 필요가 있다. 아이스 아메리카노에 들어가는 얼음이 독특하기 때문이다. '카페 담'이 내놓는 아이스 아메리카노에 들어가는 얼음은 융드립으로 내린 원두커피를 3일간 얼린 뒤 이를 깨서 넣는다. 이 얼음은 아이스 아메리카노의 첫 맛을 끝까지 유지시키기 위해서 생각해 낸 방법이다. 이 얼음으로 '카페 담'만의 특징이 하나 생긴 것은 덤이다.

커피를 좋아하지 않는 사람을 위해서는 다양한 종류의 꽃차도 마련돼 있다. 카운터 앞에는 꽃차의 종류와 효능을 설명해놓은 입간판이 있고, 그 뒤로는 따로 꽃차 잎을 구매할 수도 있게 돼 있다. 며느리 정지은 씨는 "꽃차 메뉴별 선호도는 다 비슷한데, 목련, 뚱딴지, 맨드라미 차가 좀 더 잘 나가는 편"이라며 "커피를 부담스러워하는 분들과 건강을 생각하는 중장년층 손님들에게 많은 호응을 얻고 있다"고 말했다.

주말에는 다양한 베이커리류 제품이 손님들을 맞는다. 정지은 씨가 직접 만드는 빵 종류는 일반적인 제과점에서 볼 수 있는 종류들이다. 아직 제빵까지 할 수 있는 공간이 넉넉하지 않아서 빵 종류는 주말에만 제공하고 있다. 대신, 평일에는 이 곳의 특징적인 케이크류를 맛볼 수 있는데, 쑥케이크가 추천할 만하다. 많이 달지 않은데다 쑥의 향도 은은하게 들어가서 커피에도 꽃차에도 모두 어울린다.

'카페 담'을 찾은 가족들이 단란한 한 때를 보내고 있다. 이화섭 기자.

◆ "마음이 힘들때면 여기 와서 쉬세요"

김영식 씨 가족은 '카페 담'을 운영하면서 다양한 시도를 했다고 말했다. 찻잔을 항아리 느낌이 나는 것을 구해다 쓰기도 하고, 커피 내리는 방식을 지금과 다르게 해 보기도 했다. 이러한 시행착오들을 겪으며 생긴 다양한 고민들을 풀어낸 게 지금 카페의 모습이다. 올해에는 가을을 맞아 저녁에 찾는 손님들을 대상으로 바베큐 메뉴를 예약제로 운영한다. 네이버 예약을 통해 미리 주문하면 맛볼 수 있다.

김영식 씨는 "평일에는 장년층, 노년층들의 발걸음이 많고, 주말에는 가족단위의 손님들이 많이 찾아온다"며 "자식들이 부모를 모시고 오는 모습과 개울가에 아이들이 놀고 있는 모습, 손님들이 다양한 외부 조경물을 보고 감탄하는 모습을 보면 그렇게 기분이 좋을 수 없다"고 말했다.

'카페 담'을 찾은 손님들이 푸른 숲 속에서 담소를 나누고 있다. 이화섭 기자.

'카페 담'을 찾는 손님들이 이 곳을 어떤 곳으로 기억했으면 좋겠느냐는 질문에 며느리 정지은 씨는 "자연과 함께 힐링할 수 있는 카페가 되었으면 좋겠다"며 "사람들이 생활에 지치고 피곤할 때 '카페 담'에 와서 산과 숲을 보고 계곡 물소리를 들으면서 편하게 쉬었다 가는 곳으로 남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아들 김동주 씨는 "자연과 '카페 담'이 함께 할 수 있는 것이 어떤게 있을까 항상 고민하고 있다"며 "다양한 시도를 하겠지만 기본적으로 '카페 담'만의 문화를 어떻게 만들고 사람들과 나눌 것인지를 염두에 두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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