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정규 시즌 2위는 '반짝' 성적이었을까. 올해 삼성라이온즈의 행보는 당황스럽다. 팀 창단 최다 연패인 13연패에다 시즌 한창때 감독이 사퇴하는 초유의 일까지 벌어졌다. '9968(8)'(2016년부터 2020년까지 삼성 순위를 빗댄 표현)이나 '라팍의 저주'(대구삼성라이온즈파크로 경기장을 옮긴 뒤 저조한 성적을 기록한 것을 빗댄 표현) 등으로 대표되는 삼성의 '흑역사'가 올해 부활한 것 아니냐는 푸념까지 나온다. 더욱이 대구의 양대 프로 구단인 대구FC까지 공교롭게 감독 시즌 중 사퇴와 2부리그 강등 위기에 몰려 있어 지역 스포츠 팬들의 실망감은 이만저만이 아니다.
그나마 박진만 감독 대행이 팀 운영에 나서면서 안정감은 확실히 찾았다. 지난 8월 3일 박 감독 대행 취임 후 13일까지 17승 14패를 기록, 5할 이상의 호성적을 기록했다. 그러나 워낙 떨어질 대로 떨어진 팀 순위라 사실상 포스트시즌 진출은 물 건너간 것으로 보인다.
이제 팬들의 관심은 내년 시즌이다. 벌써부터 삼성을 이끌 후임 감독 선임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 박 감독 대행은 물론, 삼성의 프랜차이즈 스타인 A씨 등이 거론되고 있다. 감독 선임과 선수단 운영 등은 구단에서 최적의 선택을 할 것으로 믿는다.
문제는 투자다. 프로 구단은 결국 성적이고, 이를 위해서 과감한 투자는 필요충분조건이다. 투자는 감독의 용병술과 팀워크, 선수들의 투지 등 여러 요건을 우선한다.
올 시즌 SSG랜더스의 반란은 이를 증명한다. 신세계는 지난해 SK와이번스를 인수해 SSG를 창단했고, 추신수 등 거물급 선수를 영입하는 등 야구단에 대한 커다란 관심과 파격적인 투자를 진행했다. 그 결과 SSG는 현재 정규 시즌 1위를 달리고 있다.
대구 시민들은 삼성을 한국 최고의 명문 프로야구 팀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프로야구 창단 때부터 뉴욕 양키스나 요미우리 자이언츠에 필적할 만한 스타성과 전력을 갖췄고 이에 대한 자긍심 또한 크다. 한국 프로야구 40년 역사에서 포스트시즌 진출 28회, 한국시리즈 4회 연속 제패 등 우승만 8회에 빛나는 성적이 이를 뒷받침한다.
외국의 전통 명문 구단들이 오랫동안 '최고'의 타이틀을 지키는 데는 무모하기까지 한 모구단의 아낌없는 관심과 투자가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삼성은 최근 몇 년 사이 투자에 있어 인색했다. 삼성 구단에 따르면 2017년 370억여 원이었던 선수단 운영비가 ▷2018년 267억여 원 ▷2019년 252억여 원 ▷2020년 237억여 원 ▷2021년 279억여 원 등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다소 늘었지만 과거와 비교하면 크게 부족한 수치다.
삼성으로선 과거 '돈성'이라는 비아냥에 대한 트라우마가 있을 수 있다. 결국 이를 벗어나기 위해 자체 선수 육성 시스템을 체계적으로 갖추는 등 효율성을 기하려고 노력했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구단이 제일기획으로 넘어갔고, 스타 선수들을 다른 구단에 잇따라 내주는 등 실망스러운 모습도 적잖았다.
지난달 초 삼성이 13연패를 기록할 때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삼성의 한 고위 임원에게 "우승까지 바라진 않지만 이건 너무 심한 거 아닙니까"라고 이야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부회장은 올 시즌 삼성 성적을 두고 안타까운 심정을 심심찮게 전했다는 후문이다.
이 부회장의 한탄이 내년 삼성에 대한 통 큰 지원으로 이어지길 바란다. 우승 후 6년이 흘렀고 지역 팬들은 기다릴 만큼 기다렸다. 이제는 그룹 차원에서 과감하게 나설 때다.
댓글 많은 뉴스
"촉법인데 어쩌라고"…초등생 폭행하고 담배로 지진 중학생들
유승민 "이재명 유죄, 국민이 尹 부부는 떳떳하냐 묻는다…정신 차려라"
이재명 사면초가 속…'고양이와 뽀뽀' 사진 올린 문재인
대구경북 대학생들 "행정통합, 청년과 고향을 위해 필수"
"고의로 카드뮴 유출" 혐의 영풍 석포제련소 전현직 임직원 1심 무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