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자기 칠흑 같은 밤에 신선 수레타고 하늘에 오르시니, 슬픈 바람에 학은 울고 구름과 안개도 시름하누나, 대한민국 유림이 붓을 적시니 만민들이 샘처럼 눈물 흘리네, 슬픈 이 마음은 끝이 없건만 어찌 견디랴 이 그리움이여."
14일 오전 11시 경북 안동 하회마을 충효당 앞 마당에 설치된 엘리자베스 2세 영국여왕 서거 추모단 앞. 여왕의 서거를 추모하기 위해 유건과 갓, 도포 등 전통 의복을 차려 입은 유림들이 속속 모였다.
이날 경북 유림 50여 명은 황망한 여왕의 서거 소식을 접하고 안타까운 마음으로 며칠을 보내가다 추모단이 설치됐다는 소식을 접하고, 여왕이 한국 종가를 대하면서 보여주었던 모습을 되새기면서 추도하는 예를 올리기 위해 회합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성균관유도회 경북도본부(회장 이재업)가 주관한 이날 추도 의례에는 이재업 회장을 비롯한 유도회 회원 유림들과 김종길 학봉종손, 류창해 서애종손, 류상붕 겸암종손, 권종만 병곡종손, 이목 온계종손 등 종손들이 함께했다.
또, 김동섭 안동유도회장을 비롯해 강일호 청년유도회중앙회장, 남상철 안동청년유도회장 등 안동지역 유림단체 회원들과 경북 곳곳 성균관유도회 회원 유림들이 참석했다.
이날 유림들은 추도에 앞서 충효당에 모여 1999년 4월 21일 엘리자베스 2세 영국여왕이 '가장 한국적이고 자연스러운 모습을 보고싶다'는 뜻에 따라 찾은 하회마을에서의 모습을 떠올리며 애도하는 얘기를 나누었다.
류창해 서애종손은 "여왕이 하회마을 찾아 충효당 마루에 신발을 벗고 맨발로 오르던 장면이 클로즈업돼 지구촌으로 방송되던 모습이 생생하다"며 "좀처럼 맨발을 보이지 않는 영국왕실의 전통보다, 한국의 법도와 예절을 실천해주신 여왕의 소탈하고 품격이 세계인의 존경을 받을 수 있었던 이유를 엿보았다"고 회상했다.
이재업 회장도 "당시 여왕이 충효당에서 한국 여인들이 김치, 고추장 담그는 모습과 농부가 소를 끌고 쟁기로 밭을 가는 모습을 보고, 담연재에서 생일상을 받으면서 보여주셨던 온화한 모습과 이후 안동에 전해준 소중한 인연에 대해 깊은 감사를 드린다"고 했다.
이날 추도 의례는 류한욱 전 하회마을보존회장의 집전으로 이재업 회장의 분향과 헌화, 한국의 전통상례에 따라 전 참여 유림들이 두번 절하는 것으로 고인의 명복을 빌었다.
이후 이충섭 성균관유도회 경북도본부 상임부회장의 애도문 낭독과 이준방 경북도본부 정경국장의 헌시 낭독, 참여 유림들의 개별 분향과 헌화 등으로 진행됐다.
이날 유림들은 "영국 왕실과 대한민국 유림사회는 전통을 잇고 법도를 따르는 삶을 실천하는 점에서 서로 신뢰하고 있다"며 "여왕이 안동 방문때 보여주었던 모습들이 영국왕실이 지켜오는 전통처럼, 대한민국에서 경북의 유림들이 전통을 지키고 유교적 삶을 실천하는 삶을 살고 있다는 점에서 예를 다해주신 것"이라 회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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