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풍 '힌남노'로 시름을 겪고 있는 경북 포항지역에서 좀도둑과 바가지 상술, 재난지원금 허위 신청 등 얌체족들이 기승을 부려 가뜩이나 힘든 이재민들을 두 번 울리고 있다.
14일 포항남부경찰서는 태풍으로 침수된 차량들에서 금품을 훔친 혐의(절도 등)로 A(56) 씨를 구속했다.
경찰에 따르면 A씨는 지난 6일부터 9일까지 나흘간 심야시간을 틈타 태풍 피해가 심각했던 포항시 남구 일대를 돌며 주차된 차량 안에 있던 현금과 신용카드 등 금품을 훔친 혐의를 받고 있다.
피해현장에서 자잘한 금품을 훔치는 사례도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피해복구 현장에 나섰던 한 포항시 공무원은 "물품을 씻어내려 내놓으면 그 와중에 쓸만한 것들을 몰래 가져가는 경우가 많다"며 "한 번은 집 주인도 아닌데 현장에 들어와 당당히 물건을 뒤지길래 깜짝 놀랐다"고 귀띔했다.
이번 태풍 피해로 전국 각지에서 자원봉사자들이 모여들자 이들을 노린 바가지 행태도 포착됐다.
최근 포스코 포항제철소가 침수로 가동에 어려움을 겪자 광양제철소와 협력업체 등 타지의 기술자 500명가량이 시스템 정상화를 위해 먼 길을 달려왔다.
이들은 대부분 포항제철소 주변에 모텔 등 숙소를 잡아두고 현장에 출퇴근하는 식으로 일을 하고 있지만, 몇몇 숙박업소에서 이들에게 평소보다 2배가 넘는 비용을 청구하며 말썽을 빚고 있다. 심지어 이들이 타고 온 차량에 하루종일 2만원의 주차비를 추가로 받는 곳도 있었다.
포항시 남구의 한 모텔업자는 "평일 기준으로 4만~5만원 정도하는 비용을 10만원 넘게 받는 곳이 있다"면서 "태풍으로 불빛축제 개최가 불투명해지는 등 특수가 사라지니 이번 기회를 '반짝특수'라고 농담까지 하더라"고 눈살을 찌푸렸다.
이밖에도 재난복구 현장 주변에는 대출이나 폐차를 홍보하는 카드명함이 수두룩하며, 렉카차량 역시 워낙 많은 침수차량이 발생한 탓에 웃돈을 줘야 겨우 부를 수 있을 정도다.
특히 재난지원금 및 의연금 지급이 서서히 시작되면서 허위나 중복신고가 늘어나 문제가 되고 있다. 이들에 대한 불필요한 조사가 진행되고 정작 피해주민들에게 돌아가야 할 의연금 지급 시기가 늦춰질 수 있기 때문이다.
포항시에 따르면 침수된 차량 1대를 가지고 부부가 각각 별도의 계좌로 재난지원금을 신청한 사례가 있으며, 실제로는 피해지역에 거주하지 않으면서 주택 명의가 자신으로 돼있다는 이유로 이재민 신청을 한 사례도 적발됐다.
재난지원금을 신청할 경우 조사관이 현장에 투입돼 사실 확인을 거친 뒤 금액이 지급되기 때문에 피해주민이 아닌 사람에게 재난지원금이 지급될 확률은 높지 않지만, 허위 신고가 늘어난 만큼 실제 피해주민에 대한 조사 역시 지체될 수밖에 없다.
포항시 관계자는 "최대한 피해주민들의 편에 서서 행정절차를 간소화하려 노력하고 있지만, 그만큼 허위신고를 걸러낼 필요성도 있기에 쉽지 않다"며 "이재민들이 빠르게 일상을 회복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고 있으니 시민들도 성숙한 의식으로 이들을 응원해 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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