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 체류 중인 태국인 마약범죄 용의자를 불법 체포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대구 경찰관들이 첫 공판에서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수사 검사를 직접 공판에 내보내며 강경하게 피고인들의 유죄를 주장하는 검찰과 경찰의 입장이 팽팽하게 엇갈리며 치열한 법리 다툼을 예고했다.
14일 오전 대구지법 제11형사부(부장판사 이상오) 심리로 직권남용체포와 독직폭행 등 혐의로 기소된 대구 강북경찰서 소속 형사팀장 A(52) 씨와 팀원 4명에 대한 첫 공판이 열렸다.
이날 검찰이 공개한 공소사실에 따르면 이들은 지난 5월 25일 경남 김해의 한 호텔에서 마약 소지 및 불법 체류 혐의로 태국인 B씨 등 3명을 현행범으로 체포했다.
검찰은 체포가 영장 없이 이뤄졌으며 긴급 체포 요건도 갖추지 못한 불법 체포라고 주장했다. 경찰이 사건 이틀 전 체포 및 압수수색 영장을 신청했지만, 검찰이 증거 불충분을 이유로 반려하자 무작정 긴급 체포에 나섰다는 게 검찰의 설명이다.
검찰은 특히 폐쇄회로(CC)TV 분석 결과 체포 과정에서 용의자들에게 필요 이상의 폭력이 가해졌다는 점을 부각했다. 검찰은 "문이 열린 직후 신원 확인조차 없이 B씨의 머리와 몸통을 수 차례 폭행했고, 수갑이 채워진 채 바닥에 제압된 뒤에도 얼굴을 걷어차는 등 폭행이 이뤄졌다"며 "검거에 필요한 정도를 현저히 초과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검찰은 ▷용의자들에게 미란다 원칙을 고지하지 않았고 ▷이들이 머물던 방을 불법으로 수색해 찾아낸 마약을 근거로 현행범 체포했다는 점 등을 문제 삼았다.
검찰은 "아직 소명되지 않은 범죄 혐의를 수사하려고 탈법적 방법을 동원했다"며 "인권 보호를 위한 형사소송법의 기본 원칙은 어떤 이유에서도 타협이나 양해의 대상이 아니다"고 말했다.
반면 피고인 측 변호인은 혐의를 전면 부인하고서 이들의 체포가 적법했다며 무죄를 주장했다. 변호인단은 "문이 열렸을 때 경찰임을 밝히고 B씨의 별명을 부르는 등 신원을 확인하자 B씨가 밀치고 나오면서 현행범 체포가 이뤄진 것"이라며 "신원 확인 절차가 없어 현행범 체포 요건에도 해당하지 않는다는 검찰 주장은 사실이 아니다"고 주장했다.
이날 변호인단은 검찰에서 제시한 증거에 모두 동의했으며 당시 문을 열어준 숙박업소 종업원을 증인으로 신청했다. 사건의 다음 공판은 다음 달 21일 오후에 열린다.
※독직폭행=검찰이나 경찰 등 인신 구속 권한이 있는 공무원이 업무 수행 과정에서 폭행이나 가혹행위를 했을 때 성립하는 범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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