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 그들에게 민생은 없다

이대현 논설실장
이대현 논설실장

검찰 수사권을 완전 박탈하는 '검수완박' 법안을 강행 처리했을 때 "더불어민주당엔 민주가 없고, 정의당엔 정의가 없다"는 쓴소리가 나왔다. '이재명 방탄'을 위한 당헌 수정 과정에서도 "민주당엔 민주가 없다"는 개탄이 쏟아졌다. 나쁜 것은 따라하지 않는 것이 좋으련만, 국민의힘도 이 대열에 가세했다. 이준석 전 대표와 '윤핵관'의 차기 총선 공천권을 둘러싼 권력 투쟁에 "국민의힘에는 국민이 없다"는 비판이 나왔다. 국민의힘은 국민을 안중에 두지 않은 짓거리를 언제까지 할 것인가.

이율배반(二律背反)적인 것은 정당 이름만이 아니다. 정치권에서 갑자기 민생(民生)이 화두로 등장했다. 윤석열 대통령,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물론 여·야가 민생을 입에 올리고 있다. 그러나 정당에서 민주, 정의, 국민이 사라졌듯이 민생도 같은 길을 걷는 처지다. 말로는 민생을 외치면서 행동은 민생을 외면하는 이율배반적 행태가 적지 않은 것이다. 그들이 말하는 민생은 국민이 원하는 민생과 거리가 멀다.

이재명 대표는 "민생을 위해 언제든 초당적 협력을 하겠다"며 윤 대통령에게 영수회담을 제안했다. 민생경제위기대책위원회도 출범했다. 민생을 앞세우고 있지만 정작 이 대표와 민주당은 민생과 거리가 먼 행동을 보여주고 있다. 이 대표는 법인세 최고세율 인하 등 윤 정부의 세제 개편안에 반대하고 나섰다. 고율의 법인세를 유지하면 기업 투자는 줄고 일자리는 사라질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간과하고 있다. 또한 민주당은 22대 민생 입법 과제를 선정했지만 노조의 불법 파업으로 발생한 손해에 대해 기업이 배상 청구를 할 수 없게 만드는 '노란봉투법' 등 기업을 옥죄는 것들이 많다. 민생이란 이름을 달았지만 되레 민생에 주름을 줄 우려가 농후하다.

국민의힘은 민생을 돌아볼 겨를조차 없는 정당으로 추락했다. 이준석 전 대표와 지루한 싸움을 하느라 민생을 챙길 여력이 없다. 민생을 외치는 소리가 공허하다.

경제는 추락하고 서민 삶은 파탄 일보 직전이다. 그런데도 여야는 입으로만 민생을 외칠 뿐 권력 다툼에 빠져 있다. 경제를 살리고 민생을 살피라는 민심에 반(反)하는 행동을 일삼으면서 민생을 들먹이는 정치인들을 보며 '말이라도 못하면 밉지는 않지'란 속담이 절로 떠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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