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달러 환율이 14일 1,390원을 넘어서자 연말 환율 상단에 대한 우려 섞인 전망이 나온다. 연초 시장에서 고점으로 잡았던 1,380원대가 무너지면서 1,400원대 진입을 기정사실로 보고, 연내 1,450원 돌파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
심지어 미국 물가 쇼크로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강도 높은 긴축을 지속할 것이란 데 무게가 실리면서 1,500원까지 갈 수도 있지 않겠느냐는 관측마저 나온다.
금융시장 전문가들은 최근 환율 추이에 경악하는 모습이다. 당장 이날 환율이 1,390원대를 넘어섰는데, 지난 7일 기록한 연고점(1388.4원)을 불과 일주일 만에 갈아치웠다. 이 같은 달러화 초강세는 글로벌 금융위기 때인 2009년 3월 31일(고가 기준 1,422.0원) 이후 13년 5개월여 만이다.
전문가들은 미국의 8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전년 동월 대비 8.3% 올라 시장 예상치를 웃돈 것이 시장에 충격을 준 것으로 풀이한다. 7월 개인소비지출(PCE) 가격지수 발표 이후 물가가 정점을 찍고 내려올 것이란 기대가 있었는데 이게 물거품이 되면서 위험자산 투매, 안전자산인 달러 선호 심리가 다시 강화되고 있다는 것이다.
시장에서는 환율의 추가 상승을 기정사실화하고 있다. 이번 CPI 발표로 연준의 금리 상한선이 높아졌을 것이라는 우려가 팽배한 터라 다음 주로 예정된 연준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때까지 시장 변동성은 더욱 확대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심지어 물가 쇼크 대응을 위해 FOMC가 100bp(1.0%포인트) 금리 인상을 단행하는 '울트라스텝' 가능성까지 대두되고 있다.
여기에 대내외적으로 원화 강세 재료가 전무해 달러 강세 흐름이 연말까지 계속 갈 것으로 내다보는 분위기다.
이응주 대구은행 자금운용부 차장은 "이미 연초 전망이 깨지면서 어디까지 치솟을지 예측이 불가능하다. 전쟁의 확전, 자금 시장 경색 등 또 다른 악재가 쏟아지면 1,450원대까지 갈 가능성이 없지도 않다"고 우려를 표했다.
그러면서 "엔화, 유로화, 파운드화가 사상 최저 상황이라고 볼 수 있다. 사실상 글로벌 문제라 당국의 시장 개입 만으로 풀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역플라자 합의와 같은 국제 공조가 아니면 일방적 달러 강세 상황을 잡기 힘들 것 같다"고 말했다.
정부도 긴장하는 모습이다. 방기선 기획재정부 1차관은 이날 비상 경제 태스크포스(TF) 회의를 열고 "주요국의 금리 인상 폭과 속도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지는 점이 국내외 금융시장 변동성을 높이고 있다"면서 "글로벌 인플레이션과 통화정책 정상화 스케줄을 주의하면서 각별한 경계심을 갖고 금융·외환시장 상황을 예의 주시해달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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