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포항에서 태풍 '힌남노' 피해 지역에 대한 재난지원금 지급이 시작되고 있는 가운데 현장에선 국가의 재난보고 체계가 너무 복잡하고 구시대적인 피해 조사 방식이란 볼맨소리가 나온다.
현재 시행중인 국가재난관리정보시스템은 피해 신청부터 재난지원금 지급까지 최소 10단계 보고 절차를 거쳐야하고 직원들이 일일히 조사해 최종보고까지 시일도 너무 많이 걸려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국가재난관리정보시스템을 살펴보면 피해주민이 지역별 읍면동에 피해지원을 신청하면, 각 읍면동 직원이 현장 피해 조사를 나서게 된다.
이후 해당 직원이 현장에서 사진을 찍고 피해 정도를 측량한 뒤 사무실에 복귀해 별도 양식에 이를 첨부하는 문서 작업을 해야 한다. 이 문서는 다시 읍면동 재난담당자에게 넘겨져 검토 후 재난관리업무포털(NDMS)에 입력되고, 입력 내용은 본청 또는 구청에서 각 담당부서의 재검토가 이뤄진다. 주택파손은 건축담당부서가, 농지는 농업담당부서가 재검토하는 방식이다.
아직 끝이 아니다. 본청 및 구청 담당부서의 피해 확정 결재가 떨어지면, 그제야 지자체의 피해 현황 집계에 포함된다. 이 집계를 토대로 지자체는 행정안전부에 재난지원금 및 의연금 지출을 신청할 수 있고, 행안부에서 최종 확정되면 국비가 내려와 다시 지자체 담당자를 거쳐 피해 주민에게 실제 지급된다.
지급 결정이 끝난 후 과·오납금에 대한 재조사 절차를 제외하고서라도 최소 10단계에 이르는 보고 절차가 진행되는 것이다.
컴퓨터가 없던 시절, 일일이 문서에 사진을 인화해 붙이는 방식에서 겨우 디지털파일로 문서에 사진을 첨부하고 전자결재가 이뤄지는 것 외에는 크게 바뀐게 없다.
포항의 경우 지난 2017년 지열발전소 촉발지진 시기에 같은 절차의 재난 보고 시스템을 진행한 바 있다. 당시 피해 주민의 신청 이후 실제 지원금이 나오기까지 두 달여가 걸렸다.
이번에 태풍 피해가 극심한 포항·경주지역은 각 지자체가 우선 자체 예산으로 재난지원금을 선지급하고 차후에 국비를 보전받는 방식을 취하기로 했다. 지급 기일을 줄이기 위해 어쩔 수없이 마련한 대책이다.
이 경우에도 행안부 결재를 받은 뒤 국비가 내려오는 절차를 줄일 수 있지만, 여전히 실제 피해 주민에게 재난지원금이 전달되기까지는 최소 수일의 시간이 소요된다.
포항시 남구 대송면의 한 주민은 "뉴스를 보니 재난지원금 지급이 시작됐다고 하는데 도대체 언제 받을 수 있는거냐. 당장 가재도구를 새로 사고 먹고 살 걱정도 해야하는데 답답하다"고 불만의 목소리를 냈다.
피해 접수를 받고 있는 지자체 공무원들도 답답하기는 마찬가지이다. 정부 지침을 어긴 채 보고 절차를 간소화할 수도 없는 마당에 피해 주민들의 민원을 고스란히 감내해야 하는 탓이다.
또한, 스마트폰이 일상화된 시기를 맞아 전용 어플리케이션 등 새로운 보고 방식을 적용해 불필요한 절차를 간소화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많다.
포항시 관계자는 "지난 2017년 지진 재해 때도 이처럼 전근대적 보고 방식에 대한 개선 요구가 많았다. 피해 신청 주민들이 몇달 동안 계속 민원을 제기해 힘들었던 기억이 뚜렷하다"면서 "국민에게 직접적으로 배포하는 시스템 개발도 좋지만 내부 업무환경도 개선해 피해를 받은 사람들이 즉각 구제를 받을 수 있는 방안을 고심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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