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관을 쓰고 해맑게 웃는 돼지, 꽃과 함께 초원에서 행복한 얼룩말 등 화려한 원색으로 칠해진 그림들 작가는 누구일까?
17일 오후 대구 동구 봉무동 대구섬유박물관을 찾은 시민들은 유명 작가나 전문 디자이너가 그린 작품이 아니라 10대 후반의 자폐아 그림이라는 전시장 직원의 말에 깜짝 놀란 반응을 나타냈다.
대구 지역 자폐아 그림이 대구섬유박물관으로부터 저작권 사용료를 받고 상품이 됐다.
18일 대구섬유박물관에 따르면 자폐 청소년인 정유준(19)·전현수(17) 군의 그림을 활용해 디자인 상품 개발에 나섰다고 밝혔다.
섬유박물관 관계자는 지난 7월에 자폐아 2명의 그림 3점에 대한 정식 계약을 체결하고, 1년간 저작권 사용료를 지불하기로 했으며 현재 염색기술 연구기관인 다이텍연구원에 제품 제작을 맡겨 쿠션과 담요 등을 소량 생산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섬유박물관 측은 앞으로 시민들의 구매 반응을 보고 대량 생산에 들어갈 지 여부를 판단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미지 교육홍보팀장은 "정규 입시미술 교육을 받은 화가들에게서는 찾아볼 수 없는 화려한 색채감과 창조적인 작품에 감탄을 했다"며 "그들이 원하고 잘하는 일을 하면서 경제적인 이득도 얻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오일 파스텔, 색연필, 아크릴 물감을 이용해 그린 자폐 청소년들의 그림은 화려한 색채감으로 이날 전시장을 찾은 관람객들의 눈을 뗄 수 없게 만들었다.
자폐성 장애인들 중에는 놀라운 특정 능력을 발휘한다. 이들은 의사소통에 어려움이 있고, 사회적 상호작용이 곤란하지만 보통 사람들과 다른 방법으로 세상과 소통한다. 바로 그림이다.
대구미술관 관계자는 정유준 군은 부드러운 색깔과 매력적인 질감으로 동물을 앙증맞고 귀엽게 그린다. 전현수 군은 사물을 보고 자기만의 스타일로 단순화해서 그리며, 그 형태가 매우 사랑스럽다고 평했다.
이들은 그림 공부를 정식으로 받은 적이 없으면서도 색감과 터치에 대한 감각이 탁월하다. 또 동물을 자신만의 느낌으로 표현하는데 그 형태가 독특하다고 덧붙였다.
박은주 마음으로 그리기 센터장은 "자폐 스펙트럼 장애인들은 시각적 감각이 다른 감각보다 발달되어 있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미술을 통한 잠재력 개발이 큰 도움을 주고 있다"며 "자폐 스펙트럼 장애 아이들의 재능을 발견하고 예술가로서의 성장을 돕는 지원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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