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권이 새 정부의 국정운영 동력을 갉아먹고 있는 집권당 내홍을 털어내기 위해 초강수를 동원했다.
국민의힘은 휴일인 18일 오후 중앙당 윤리위원회 긴급회의를 개최해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에 대한 징계절차 개시를 의결했다. 이 전 대표는 지난 7월 8일 당 윤리위원회로부터 당원권 정지 6개월의 징계를 받은 바 있어 이날 징계절차 개시로 추가 징계가 이뤄진다면 '제명' 결정이 유력하다.
이양희 국민의힘 윤리위원장 18일 오후 3시부터 3시간 동안 국회에서 제7차 (긴급)회의를 가진 후 기자들과 만나 "당원, 당 소속 의원, 당 기구에 대해 객관적 근거 없이 모욕적, 비난적 표현을 사용하고, 법 위반 혐의 의혹 등으로 당의 통합을 저해하고 당의 위신을 훼손하는 등 당에 유해한 행위를 했다"고 이 전 대표에 대한 징계절차 개시 이유를 밝혔다.
앞서 국민의힘은 지난달 27일 의원총회를 열어 이 전 대표가 기자회견 등을 통해 윤석열 대통령을 비판하면서 '개고기', '양두구육', '신군부' 등 부적절한 표현을 사용했다며 윤리위원회에 징계를 요구했다. 윤리위원회는 지난 1일 '의총 의견을 존중한다'는 입장을 내놨다.
당내에선 추가징계가 이뤄진다면 '제명' 처분이 나올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추가 징계는 기존 징계(당원권 정지)보다 수위가 높아야 하고 이 전 대표가 당의 징계에 반발해 법적공방을 벌이고 있기 때문에 '탈당 권유'는 의미가 없기 때문이다.
당 안팎에서는 윤리위원회가 오는 28일 열리는 제8차 전체회의에서 이 전 대표에 대한 추가 징계 수위를 결정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28일에는 이 전 대표가 제기한 '정진석 비상대책위원장'에 대한 법원의 가처분 심리가 예정돼 있다.
정치권 일각에선 국민의힘이 28일 법원의 결정에 앞서 이 전 대표를 제명할 경우 '사고'가 아닌 '궐위'가 되기 때문에 가처분 신청 자격을 상실하면서 가처분이 기각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이 위원장은 징계시점과 관련해 "이 전 대표에 대한 징계 심의는 추후 일정을 조율해서 추후 결정하기로 했다"며 "28일에 (징계수위 결정을) 할지 안할지 모르겠다"고 여지를 남겼다.
아울러 이 위원장은 이 전 대표에게 직접 출석해 소명의 기회를 제공할 것이라는 입장도 밝혔다.
윤석열 대통령이 5박 7일 동안의 외국순방길에 오른 날이자 이 전 대표가 경찰에 출석해 12시간 동안 성 상납과 무마 의혹에 대한 강도 높은 조사를 받은 다음날 국민의힘이 추가 징계를 결정하자 정치권에선 여권의 이 전 대표 찍어내기가 임박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정치권 관계자는 "윤석열 대통령이 이 전 대표에 대한 징계 개시 결정으로부터 가장 자유롭고 이 전 대표에 대한 여론이 가장 안 좋을 시기에 국민의힘이 결단을 내린 점을 고려하면 여권이 더 이상 시간을 지체하지 않고 이 전 대표를 내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한편 이 전 대표는 이날 당의 결정에 강력하게 반발했다. 이 전 대표는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린 글을 통해 이양희 위원장을 향해 "양두구육 표현썼다고 징계절차 개시한다는 거네요. 유엔 인권규범 제19조를 UN에서 인권 관련 활동을 평생 해 오신 위원장에게 바칩니다"라는 메시지를 남겼다. 윤리위원회를 이끌고 있는 이 위원장은 유엔 아동권리위원회 위원장을 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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