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일 윤석열 대통령이 국회의원들을 'XX'라는 비속어로 비난했다고 하더라도 국회의원들이 '국민의 대표인 국회의원의 명예를 훼손했다'며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 고발하거나 비난할 수 있을까?
'봉숭아학당' 같은 개그를 능가하는 실소를 자아내게 한 김남국, 이수진, 고민정 의원의 본회의·상임위 질의를 매일같이 접해 온 국민들로서는 국회의원들이 욕설 논란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이 오히려 웃긴다. 사석에서는 대통령은 물론, 국회의원에게도 '님'자를 붙이지 않고 비속어를 쓰는 것이 다반사다.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가 윤 대통령이 (대통령 당선 전) 사석에서 당 대표인 자신을 '그 XX, 저 XX'라고 지칭했다며 눈물로 호소하기도 했지만 대중의 정치인 호칭은 'XX'나 '구캐의원'으로 떨어진 지 오래다. 김승원 의원이 국회의장을 향해 'GSGG'(XXX)라고 비난할 정도로 국회의원 스스로 영문 약칭 'GSGG'라는 약칭을 자청하기도 했다.
국회 활동의 꽃이라는 상임위가 열리면 상대 당은 물론 같은 당 의원들끼리도 '야'와 '임마' 같은 막말로 삿대질을 하는 일이 비일비재하게 벌어짐에 따라 국회의원의 욕설은 가십거리도 되지 않는 것이 현실이다.
더불어민주당 박홍근 원내대표가 23일 "국민 대표인 민주당 169명의 국회의원들이 정녕 XX들인가"라고 자문하자 많은 국민들이 고개를 끄덕거렸을 것이다. 윤 대통령의 혼잣말(?)이 잘 알지도 못하는 미국 의회(상하원)를 향한 것이 아니라 민생과 국익을 외면하는 한국 국회를 향한 속마음을 표현한 것이었다면 '속이 시원하다'며 박수를 칠 것이다.
박 대표는 '구캐의원'이나 'GSGG'라는 조롱성 호칭을 모르는 것인지, 모르는 척하는 것인지 궁금하다. 국민들은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욕설 논란과 관련, "국민들은 망신살이고, 아마 엄청난 굴욕감과 자존감의 훼손을 느꼈을 것"이라며 조심스럽게 입장을 밝힌 저간의 사정도 잘 안다. 여당 의원들이 "정치권에서 언어의 품격을 논할 수 없는 단 한 사람을 뽑자면 바로 이재명 대표"라며 이 대표의 형수 욕설로 맞대응하는 것도 안타깝다. 28일 첫 국회 교섭단체 대표 연설에 나서게 될 이 대표가 어떻게 당 대표의 언어 품격을 보여줄지 주목된다.
서명수 객원논설위원(슈퍼차이나연구소 대표) diderot@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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