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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선 전 중기부 장관, "대구 로봇·경북 배터리와 AI 접목이 TK 미래"

18일 여의도서 '반도체 주권국가&AI, 신들의 전쟁' 강연
박영선, "여야 정치권, 세상 빠르게 변하는 데 우물 안 싸움만"

18일 박영선 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18일 박영선 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반도체 주권국가&AI, 신들의 전쟁'을 주제로 강연을 한 뒤 매일신문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이무성 객원기자

"대구경북(TK) 지역이 지금까지 로봇(대구)과 배터리(경북)에 투자했잖아요. 그걸 어떻게 서로 연결하고, 융합하고, AI(인공지능)과 접목시키느냐가 TK의 미래와 직결돼 있어요."

박영선 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은 18일 "AI의 다음 프로젝트는 로봇이 AI와 어떻게 만나느냐가 매우 중요한 관건"이라며 "대구는 그 로봇을 갖고 있다. 생각하는 로봇을 어떻게 만드느냐, 그게 대구의 미래"라며 이 같이 말했다.

박 전 장관은 이날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반도체 주권국가&AI, 신들의 전쟁'을 주제로 강연을 한 뒤 매일신문과 만나 "그러면 로봇을 움직이는 건 배터리다. 경북은 배터리에 엄청난 투자를 했는데 잘한 것"이라며 "AI와 로봇, 배터리, 이걸 따로따로 생각하면 안 되고 다 연결되는 하나로 생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로봇산업진흥원이 있는 대구시가 수년간 로봇산업 육성에 힘을 쏟고 있는 점, 에코프로 등 다수 배터리 기업이 소재한 경북도가 관련 산업 육성에 앞장서고 있는 점을 거론한 것으로 풀이된다.

4선 국회의원을 거쳐 문재인 정부에서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을 지낸 그는 올해 1월 21세기 글로벌 반도체 산업의 지각변동 속에서 한국의 생존 전략을 탐색한 책 '반도체 주권국가'를 출간했다.

미국 하버드대학교 케네디스쿨 선임연구원으로 활동하며 연구한 내용을 토대로 했다. 인터뷰가 진행된 이날에는 기술 패권 경쟁의 이면을 짚어내고 AI 시대의 새로운 길을 모색하는 책 'AI, 신들의 전쟁'도 선보였다.

국회와 정부를 거쳐 지금은 자타공인 반도체, AI 전문가로 거듭난 박 전 장관의 시선에 TK는 로봇과 배터리, AI를 키워드로 성장 잠재력이 무궁무진한 지역으로 보인다는 얘기다.

18일 박영선 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18일 박영선 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반도체 주권국가&AI, 신들의 전쟁'을 주제로 강연을 하고 있다. 이무성 객원기자
박영선 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 출간한 책 표지. 이무성 객원기자
박영선 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 출간한 책 표지. 이무성 객원기자

MBC 기자 시절 고(故)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을 인터뷰한 것을 계기로 반도체에 관심을 갖게 됐다는 박 전 장관은 이날 강연에서 "미국과 중국 등 국가들이 세계 반도체 시장에서 패권을 잡기 위해 소리 없는 전쟁을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특히 "급변하는 세계 시장에서 한국이 반도체 주권을 유지할 수 있도록 치밀하게 전략을 세우고 대비해야 한다"고 거듭 밝혔다.

하지만 그가 진단하는 한국의 현실은 녹록지 않다. 박 전 장관은 강연에서 "대만의 TSMC 모리스 창에 대적할 한국의 기업가는 삼성전자 이병철, 이건희 회장이 있었다. 2000년대 초 인터넷 시대엔 네이버, 카카오라는 새로운 기업이 만들어졌다. 그런데 지금은 오픈AI 샘 알트만 등 AI 관련 기업과 대적할 한국 기업, 기업인이 생각나지 않는다"면서 위기에 처한 상황을 설명했다.

정부나 정치권의 대응에도 아쉬움을 드러냈다. 박 전 장관은 인터뷰에서 "반도체 산업과 관련된 정부 보조금을 대기업의 토지와 같은 유형자산 쪽에 주는, 옛날 방식으로만 생각을 한다"며 "실질적으로 투자돼야 하는 부분은 R&D다. 인력을 개발해야 소프트웨어 개발 등 부가가치를 만들 수 있는데 정부는 아직도 R&D 자금을 시혜 차원으로 본다. 시각을 바꿔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날 출간된 책을 집필하는 데도 챗GPT 등 AI 기술을 많이 활용했다는 그는 "한국 국민들은 AI가 과연 필요하냐고 생각하지만 한번 사용이 시작되면 업무 처리 효율의 속도를 따라갈 수 없다"며 "과거 정부에서 컴퓨터 교육을 했듯이 AI 교육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 전 장관은 AI 시대가 낳을 일자리의 변화, 사생활 침해 등 부작용 우려를 고려한 대비책을 세움과 동시에 소프트웨어 등 기술 개발에 나설 중소기업, 벤처, 스타트업 등의 육성도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말단 직원도 사장과 무엇이 잘못됐는지 스스럼없이 얘기할 수 있는 조직 문화와 그걸 실현할 리더십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그는 "샘 알트만, 일론 머스크 등은 서로 견제하며 AI 제국의 왕이 되기 위해 서로 싸운다. 우리는 메모리 반도체, 스마트폰 시대에 빠져 그다음을 준비하지 못했다"면서 "지금 놓치면 못 쫓아간다"고 우려했다.

그런 박 전 장관에게 AI 기본법 제정은커녕 22대 국회 개원 후 원(院) 구성조차 하지 못한 여의도 정치권은 한숨 나오는 존재다. 그는 "이렇게 세상이 빠르게 변하고 있는데 저렇게 우물 안에서 싸움만 해서는 될까 걱정이 많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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