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삼 대통령이 취임한지 1백일이 지나면서 그동안의 공과를 점검하는 각종여론조사인 토론.좌담에서 개혁에 대한 국민들의 압도적인 지지가 확인되었다. 김대통령의 결단력과 순발력에 대해서는 어느 누구도 부정하지 못할 정도로 군정의 묵은때를 벗겨내는 솜씨는 시원스럽게 느껴지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그러나 30여년동안 찌든 군사문화의 때가 사정의 물걸레질 몇번으로 금방 말끔히 벗겨지는 것은 아니다. 우리 사회 곳곳에 뿌리내려 일상화되고 우리의의식에 배어들어 체질화한 군사문화적 관행들을 씻어내는데는 아마 앞으로30여년이 걸릴 것을 생각하면 이러한 추측이 결코 지나치다고 할 수는 없으리라.
개인적으로 김영삼대통령의 개혁정치 가운데 가장 인상적인 것은 그동안 왜곡되어 왔던 우리 현대사를 바로잡은 일이었다. 대통령이 4.19를 으로부르고 5.16과 12.12를 로 규정하는 것을 보고 나는 문민정부의 소중함을 뼈저리게 느꼈다. 솔직히 말하면 지금도 감격의 여운을 아끼며 즐기고있는 중이다.
잘못된 용어선택-물론 아쉬움이 없는 것은 아니다. 면 지구차하게 은 뭔가? 도 으로제이름을 찾아주는 것이 진상규명이나 명예회복보다 시급한 일이다. 6.10항쟁도 역사속에 제자리를 찾아주어야 할 것이다. 춘추필법에 투철한 사관이나 언론인이 사라진 오늘날 역사의 왜곡을 바로잡는 일도 민주주의적 절차에 의해선출된 문민대통령의 몫이 된 것은 우리 현대사가 얼마나 군사정권등에 의해왜곡되어 왔는가를 웅변한다.
아울러 10.26사건도 라는 왕조시대의 용어대신에 로 불러야 마땅하다. 대통령은 국가원수지만 왕은 아니다. 따라서 라는 말은 가능하지만 라는 말은 민주주의사회에서는 어부성설이다.로 부르는 것은 대통령에 대한 예의가 아니라고 주장하는 사람은 자각증세도 없이 군사문화에 중독된 환자임에 틀림없다. 관행을 핑계삼는 언론인들도 을 라고 쓰지는 않는다.
객관적 사실의 영역-역사는 주관적 판단의 세계가 아니라 객관적 사실의 영역이다. 역사에는 상상이나 가정이 허용되지 않는다. 그럴 경우 그것은 이미역사가 아니라 소설이나 연극이 된다. 역사는 그러므로 기승전결의 체계로설명할 수 있는 소설이나 연극이 아니다. 5.16 군사쿠데타의 주역인 김종비씨가 5.16이후의 역사를 기승전결로 설명한 것은 역사를 소설이나 연극으로 자각한 데서 나온 궤변이다. 그는 우리 현대사를 후퇴시킨 으로서겸손하게 역사의 무대에서 퇴장함으로써 자기 인생의 결을 지어야 할 시점에이르렀다.
흔히 경제성장의 공로를 들어 박대통령의 독재를 합리화하고 나아가 5.16쿠데타까지 정당화시켜 으로 부르기를 주장하는 사람들이 있다. 대개는이나 에 속하는 사람들의 오만방자한 망언인데 이들의주관적 판단이 버젓이 교과서에까지 사실로 둔갑해 기록돼 있으니 한심한 일이다.
이제 정부는 군사문화와 권위주의 청산을 위해 5.16직후의 국가재건 최고회의와 유신때의 비상국무회의 및 5공의 국가보위입법회의에서 제정.개정한 법률의 개폐사업에 착수했다고 한다. 당연히 해야 할 일이다.그리고 일을 하는 김에 교과서에 올라 있는 역사왜곡을 바로잡는 작업도 시작하기를 바란다. 일본교과서의 역사왜곡을 탓하기 앞서 우리 교과서의 역사왜곡부터 바로잡아야 하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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