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 한일관계는 영원한 숙제요, 풀리지 않는 크로스워드(Crossword)라고했다든가. 최근 일본에서 슬슬 재연되고 있는 반한현상을 보면 그 말을 실감하게 된다.얼마전 등장한 이라는 책이 있다. 일본인 기자가 그 책을 읽었는지 고 물어왔을때 고 대수롭지 않게 대꾸했고, 또 어떤 혐한논자의 트집이겠거니 하고 넘기고 말았었다.그러나 한국인이 썼다는 이 문고판은 차츰 주가가 오르기 시작, 지난주에는요미우리(독매)신문 베스트셀러 목록에 논픽션부문 1위로 올라서는 기염을토해 우려를 더해주었다. 이어 라는 영자지는 4일 책내용을 자세히 소개하는 큼직한 박스기사를 실었다. 제3국을 대상으로 에 들어간셈이다.
이책은 는 발상에서 출발한다. 한마디로 한국의 추한 면을 확대과장했고,지적과 일변도라는 게 읽은 사람들의 평이다.출판의 자유가 있는 나라이고, 한국에 대해 나쁜 감정을 가진 사람도 많이있는 일본인 만큼 하고 그냥 치부해 버릴 수도 있다. 그러나 곰곰 생각해보면 의문이 한두가지가 아니라는데 문제가 있다.우선 이책이 나온 시기의 절묘함이 시사하는 어떤 암시다. 최근 이책 출판을전후해 혐한 혹은 엄한색채의 책과 잡지류가 부쩍 눈에 띄고있다. 얼마전 부터 한국유학생이라는 오모양이 조국의 치부를 적나라하게 소개하는 책을 잇따라 내 일인들의 애호대상이 됐는데, 묘하게 비슷한 시기에 이책이 나왔다.두번째는 저자가 한국인 박모로 되어있으되, 도대체가 확인되지 않는 정체불명이라는 사실-심지어 다양한 경력 속에는 동경특파원을 지낸 기자출신이라는허황된 소개도 들어있다. 그렇지만 역사기술과 인식이 비한국인임을 보여주고, 전문적인 분야를 거론하는등 가명일본인임에 틀림없다는 것이 지배적인분석이다. 오양의 경우에도 경력이 라고 소개되고 있는데, 실은 호스티스 출신이라는등 미심쩍은 소문이 나돌기도 한다.
그녀는 요즘 일본언론에 자주 오르내리며 로 활약하는파격적 대우를 받고있다. 한국인이 자기들 구미에 맞는 한국비평을 해대니 신나는지, 최대신문 요미우리도 인물소개를 했을 정도다.
돌이켜보면, 80년대초 교과서문제를 기화로 에스컬레이트 되기 시작한 한일간 감정악화의 가장 큰 원인은 양국 언론의 감정적인 과잉.확대보도에 있었다는 지적이 없지않다. 자국민의 감정에 편승해 상대방 헐뜯기에 집중된 언론보도들은 반일과 혐한감정을 확대재생산, 악화일로로 치닫게 했다는 것이다.그런데, 요즘 한국의 새정권 출범후 양국관계가 다소 를 보이고있는 때에 느닷없이 돌출하고 있는 괴이쩍은 현상-혐한을 다시 부추기는 조짐은 무엇을 의미하는 것인가.
현재 두나라는 상호 제2의 무역대상국이며, 관광객왕래 숫자도 1-2위에 달하는 그야말로 외면할 수 없는 최근린국이다. 아픈 과거를 하루빨리 씻어내고진정한 의 우호협력이 필요함은 물론이다.
김영삼대통령은 미국과 함께 일본중시 외교를 강조했고, 종군위안부문제에있어 보상을 원치않는다고 천명하는등 전향적인 자세를 보였다. 정부는 인 무역역조문제도 일측의 성의와 양보만을 요구하던 과거와 달리, 우리스스로의 노력도 필요하다는 솔직성을 보여 일측에서도 호평과 협력론이 나오고 있다.
일인들은 특히 문민정권이 들어선 뒤의 이같은 대일변화와 함께, 혁명적인진행도 부러운 눈초리로 바라보며 관심을 보이고있다.최근의 이같은 분위기는 과 으로 달아올랐던 양국간 부정적 감정들이 상당히 누그러지고, 긍정적인 시각이 확산되고 있음을 감지하게 한다.이런 상념은 과거 두나라 감정싸움의 이었다고 눈총을 받는 동경특파원들의 경우 더욱 간절하다. 그래서 솔직히 기자들간에는 일부 못된 왜놈들의 공연한 트집을 묵살해 버리자는 이야기도 했었다. 는 공감대를 넓혀왔다.그리고 일본언론도 그래주길 바랐다.
그러나 번져가고 있는 현상은 하는 실망뿐만 아니라, 재일한국인과 주재원들의 얼굴을 화끈거리게 만들어 갈수록 분노와 울분을 되살리고 있다. 내용도 자극적이려니와 을 앞세운 한국헐뜯기의 얄팍한 저의가 민족적 자존심을 건드리고 있는 것이다. 대한관계를 방해하는 세력, 양국관계가 좀 부드러워진다 싶으니까 다시 긁어부스럼을 만드는 어떤 배후에 대한 심증도 그 때문이다.
물론 그런 치사한 도발에 우리가 똑같이 을 할 필요도 가치도 없는 일이다. 하지만 차제에 다음 몇가지는 분명히 짚고 넘어가지 않으면 안된다는 게 기자의 생각이다.
가장 중요한 것은 일본의 군국주의화를 감시.경계해야 한다는 점이다. 한국등에 대한 식민통치의 정당화 및 합리화는 바로 일제, 즉 군국주의의 합리화이며 향수에서 비롯된 발상에 다름아니다.
다음은 일인들의 속마음을 꿰뚫어 봐야한다는 것이다. 겉으로는 우호.협력을운위하는 저들의 속마음이 어디에 있는지를 똑바로 알고 대하지 않으면 안된다. 수수께끼의 한국인 책과, 수준이하의 한국처녀 언동에 좋아라고 집착하는생태를 직시할 필요가 있다.
한국에 관한 한 저질을 가리지않는 저들 언론의 수준, 특히 일본을 대표한다는 일부 언론의 분별력이 그 정도 일진대는 틀림없이 한국에 대해 엄청난 열등의식을 지니고 있음도 확인해 둘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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