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칼럼-여민동락

김영삼대통령이 칼국수를 든지 1백여일이 됐다. 가끔씩 미리 음식을 들고 빈약한 청와대식단을 접하는 장관들도 있긴하지만 국수그릇에 응축된 대통령의깊은 속내를 모르지는 않을 것이다.덩달아 각급관청의 구내식당이 장터를 이루고 간단한 풍조는 가히 신음식문화를 창출하는듯 싶다.

대통령의 빈약한 식단은 고통분담에 솔선하겠다는 상징적 표현으로 반사되며평소 그 정도로 먹던 많은 국민들은 백년지기를 만난듯 기분들이 좋다.그러나 의 무대에서 관객의 위치에 머물고 있는 수많은 국민들을 진정한 동참자로 끌어들이기 위해서는 들의 더 큰 고통이 선행되어야 한다.이유는 역대 정권을 거치면서 국민들은 너무 많이 속아온 때문이다.고통분담의 부담-나물반찬을 주메뉴로 식당을 하는 안주인은 4월한달 하루매상이 3만여원이라며 수심이 가득했다. 하지만 새정부에 대한 기대, 속시원한윗물정화에 도취되어선지 더이상의 불평.사족은 달지 않았다.5월 계속된 타격은 이 안주인의 심기를 몰라보게 불편하게 만들었다. 부터 이웃식당의 곤경을 늘어놓으며 변심을 숨기지 않았다. 자신도 모르게 동참한 고통분담이 짜증스럽고 당장 일하는 아주머니의 월급 줄 일이 걱정인 것이다.

동병상련의 처지에 있는 사람들에게 개혁의 청사진은 멀고 고통분담은 발등의 불이 되고 있는 셈이다.

일찍 물린 솜사탕-근사한 표현인 고통분담은 기실 역대정권이 국민에게 호소해온 단골메뉴에 지나지않는다. 허리띠를 졸라맬것을 당부받았고 내핍.근검절약.새마을정신등 포장만 달랐지 불쑥불쑥 내지르는 요구에 식상할 정도가 됐다.

아마 말단공무원들의 부인중에는 쥐꼬리만한 월급과는 도무지 어울리지않은가당찮은 경제교육을 들으면서 청렴한 남편을 원망하기도 했을 것이다.다만 요즘의 고통분담이 큰저항감없이 소화되는 것은 서릿발같은 윗물맑기운동에 바탕을 두며 새정부의 도덕성에 기대를 걸고 있기 때문이다. 오만가지맥으로 엮어진 철옹성이 끽소리없이 무너져내리는 속시원한 개혁은 그러나 항상 고통을 몫으로 살아온 국민들의 토라진 심정이 나재되어있음을 간과해서는안된다.

여론조사결과 가정경제의 희생이 요구될때는 고통분담에 반대하겠다는 대구시민이 50%를 상회한점과 대통령이 고통분담에 대한 의식이 미약하다고 경계한 것도 이와 맥락을 같이 한 근거로 볼 수 있다.

또 시대상황이 변한점, 무슨이유선지 역대정권이 달콤한 사탕을 국민들에게너무 일찍 맛보인점도 고통분담을 추진하는데 고려되어야 할 요소들이다.백성과 함께 정치를-도산서원을 찾은 령의정 권철이 소찬을 대해 제대로 먹지못하고 떠날때 퇴계는 백성들은 이정도 음식도 제대로 먹지못하는데 대감께서 들지못하니 나라의 장래가 걱정된다고 말한다. 퇴계는 정치의 요체는 에 있다며 민과 관의 생활이 이렇게 동떨어져 있다면 누가 즐겨 관의행정에 심복하겠느냐고 묻는다. 권철대감이 백관에게 이일을 전하고 생활을일신한 것은 물론이다.

칼국수에 숨은뜻은 의 실천의지이다. 문민정부는 국민들이 여민동낙의 실현을 믿고 박수를 보낸다는 점을 명심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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